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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만큼 시원해진다! '얼음 땡 캠페인' 참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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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날씨는 무더웠지만 기분은 얼음처럼 시원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했던 '얼음 땡 캠페인'에 참여하고, 해당 사업의 진행 과정을 꾸준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7월 1일부터 26일까지 각 곳의 협조를 받아 '얼음 땡 정거장'을 운영했다. 얼음 땡 정거장은 준비하고, 모으고, 나누자는 취지로 진행한 공유 냉장고다.

이 활동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지 않자, 무더위로 고생하는 홀몸 어르신, 장애인 가구 등 이웃을 돕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함께 고안해 만들어진 캠페인이 바로 얼음 땡 캠페인. 이는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누구나 쉽게 기부하고, 음료수를 얼려 아이스박스에 담아 이웃을 찾아 나누는 서로 돌봄 캠페인이다.
효창동 얼음 땡 캠페인 현장 ⓒ김윤경
효창동 얼음 땡 캠페인 현장 ⓒ김윤경

2021년 당시 4개 거점에서 진행된 얼음 땡 캠페인이 거리두기가 없어진 올해는 68개소로 확대됐다. 서울시 각 동에 있는 우리동네 자원봉사 캠프와 연계해 지역 안에서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당근마켓 어플을 활용해 쉽게 찾고, 후기도 공유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취지까지 담았다. 각 자원봉사 캠프에게 기부 받을 때마다 나무에 이파리를 붙이도록 함으로써 자원봉사캠프는 물론 기부자에게도 뿌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필자도 효창동 새마을금고 앞의 얼음 땡 정거장을 찾아 동참했다. ⓒ김윤경
필자도 효창동 새마을금고 앞의 얼음 땡 정거장을 찾아 동참했다. ⓒ김윤경

7월 8일, 본격적으로 나누기 행사가 시작됐다. 필자는 물과 아이스팩을 가지고 가까운 효창동 새마을금고 앞에 마련된 얼음 땡 정거장을 찾았다.

지글지글 익는 듯한 뜨거운 날이었다. 멀리서도 시원해 보이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여러 명의 주민자치회 회원들과 용산구자원봉사센터 담당자가 현장에 나와 있었다.
캠페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어르신에게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캠페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어르신에게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여기 뭘 하는 데에요?” 지팡이를 짚고 앞을 지나가던 어르신이 묻자, 담당자가 대답했다. “14일까지 아이스팩이랑 음료를 모아서요. 이후에 시원한 얼음물 등을 나눠 드려요.” 어르신은 알겠다며 한번 더 현수막을 유심히 본 후, 걸음을 뗐다.

아이스박스에 필자가 가져온 물품을 넣었다. 캠프에 기부가 시작된 지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부할 때마다 하나씩 생겨나는 나무 이파리 스티커가 벌써 100개 달성에 가까웠다. 빨리 모아졌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문득 이 과정을 준비한 이들의 수고가 대단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져온 아이스팩, 생수 등을 나눔박스에 스스로 넣는다. ⓒ김윤경
가져온 아이스팩, 생수 등을 나눔박스에 스스로 넣는다. ⓒ김윤경

필자는 당근마켓 어플을 통해 캠페인이 시작된 7월 8일 이후 동참했지만, 담당자는 이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했다고 말했다. 각 동 주민센터와 지하철역 등 사람들 왕래가 잦은 장소를 사전에 물색하고 아이스박스와 물품을 모으며 땀을 흘렸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죠. 용산구는 올해 처음 시작했거든요.”
효창동에서 만난 용산구 자원봉사센터 장동기 팀장이 전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홍보와 현수막 등을 지원해 줬고, 장소는 동주민센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의 협조를 받았다고 한다. 효창동 새마을금고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으시는 곳이라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용산구자원봉사센터 장동기 팀장 ⓒ김윤경
용산구자원봉사센터 장동기 팀장 ⓒ김윤경

“가정에서는 아이스팩이 별 필요가 없지만, 시장 상인들은 또 사야 하거든요.”

가정에서 수거한 아이스팩은 수요조사를 한 후 근처 용문시장 상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구 봉사센터에서 후원받은 방역제품도 함께 나눠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효창동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효창동 자치위원회 회장 ⓒ김윤경
효창동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효창동 자치위원회 회장 ⓒ김윤경

"처음에는 참여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요. 시민분들께서 많이 동참해 주셨어요. 저희도 돌아가면서 이 장소에서 봉사하고 있고요." 효창동 자치위원회 김희숙 회장의 말이다.

“뜻깊은 일이잖아요. 저희 고객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니 고맙기도 하고요. 사실 코로나19만 아니면 내부 장소를 제공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앞으로도 주민들이 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장소를 제공한 효창동 새마을금고 이사장도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강서구의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캠페인에 동참한 강서구의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7월 내내 이어진 폭염과 국지성 호우로 쉽지는 않았지만 캠페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작게나마 캠페인에 참여한 만큼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들고 가던 생수 두 병 중 한 병을 넣고 가는 걸 보면서 감동받았다는 사연 등 좋은 반응들이 많았다.
광진구 구위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광진구 구위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캠페인에 동참한 한국레저안전협회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캠페인에 동참한 한국레저안전협회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다른 지역은 어땠을까.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담당자에게 문의해 봤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했던 작년과 달리 참여 지역이 많아졌기 때문에 분명 뿌듯한 점도 힘들었던 점도 더 많을 듯했다.

“예상보다 많은 아이스팩을 모을 수 있었어요. 일부 캠프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지역에 따라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 전달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담당자가 전했다.
중계 본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중계 본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지역마다 각각 특성이 있을 터. 수거한 아이스 팩은 지역에 맞게 사용했다. 많은 지역에서 진행한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을 듯하다.

"오금동 자원봉사캠프에서는 모아진 아이스팩을 활용하여 색다른 자원봉사를 준비했어요. 지역주민과 모은 아이스팩을 잘 씻고 얼려 1인 가구를 위한 밀키트를 전달할 때 사용하기로 했어요."
캠페인에 참여한 관악구 1.5도씨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캠페인에 참여한 관악구 1.5도씨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은평구 다래마을 꿈터에서는 활동가들이 오가는 시민들에게 직접 물, 음료를 전달했다. 마포구 상암동 주민센터에서는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직원이 나섰다. 사내에서 직접 아이스팩과 물을 후원 받아 아이스팩 100여 개 및 물 250여 병을 전달했다.

송파구 풍납2동 주민센터에서는 감사의 의미로 아이스팩과 물, 음료를 가져오는 시민에게 마스크를 1개씩 전달하기도 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 보틀앤스쿱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캠페인에 동참한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 보틀앤스쿱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얼음 땡 캠페인에서는 기부자가 이파리 스티커를 붙여 나무를 완성한다. 담당자는 하나의 이파리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숲을 이루듯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었다고 전한다.

"저희는 이것을 ‘크라우드 액션’이라고 부르는데요, 얼음 땡 캠페인이 누군가가 아닌 동네 주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완성된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은 이파리지만 하나씩 모이면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주민들 한 분 한 분이 함께해 주셔야 얼음 땡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을지 물으니, 센터 담당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에 시니어가 ‘삶의 지혜’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는 손편지 작성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남가좌 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남가좌 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독산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독산1동의 얼음 땡 정거장 ⓒ서울시자원봉사지원센터

무더위에 푹푹 찌는 나날들이다. 날씨도 우리를 지치게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팍팍한 삶에서 타인을 도울 여력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힘을 주는 일들이 있다. 바로 배려와 봉사다. 그런 배려의 첫 걸음은 누군가는 나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데에 있다.

봉사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전한다. 봉사하면서 아마 대상자보다 본인이 더 즐거웠을지 모르겠다고. 이는 어디에서도 얻기 힘든 봉사가 주는 값진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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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만큼 시원해진다! '얼음 땡 캠페인' 참여기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윤경 생산일 2022-08-01
관리번호 D000004592030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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