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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공연! 거리에서 마주친 행복 '구석구석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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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가 평일 한낮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고 있다. ⓒ윤혜숙
'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가 평일 한낮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고 있다. ⓒ윤혜숙

평일 낮 12시 전후는 직장인들에겐 하루 중 가장 반가운 시간이다. 오전의 일과를 끝내고 점심을 먹는 시간이자 잠시 업무에서 해방되는 시간인 것이다. 기자도 과거에 회사에서 근무하던 무렵, 점심시간이 정말 반가웠다. 시청 근처에서 근무했던 청춘 시절, 얼른 식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고궁의 담벼락이 이어진 돌담길을 걷다 보면 오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는 직장인들에게 덤으로 즐길 거리가 주어지고 있다. 그들은 맛난 점심식사 후 산책하면서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호사를 누린다.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 10분까지 각기 다른 2번의 공연이 이어지는 것이다. 바로 '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 공연이다.
'기타로로'의 윤현로 씨가 오늘의 길거리 공연을 시작하기 전 무대를 세팅하고 있다. ⓒ윤혜숙
'기타로로'의 윤현로 씨가 오늘의 길거리 공연을 시작하기 전 무대를 세팅하고 있다. ⓒ윤혜숙

오전 11시쯤 덕수궁 정문에서 덕수궁 돌담길로 진입해서 걷다 보니 공연팀이 무대를 세팅하느라 분주하다. 조명, 음향, 마이크, 스피커 등 공연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한 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공연 시간은 단 40분에 불과하지만 공연팀에겐 그 시간이 아주 소중하다. 관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기타로로'의 공연이다. 기타로로는 바이올린을 켜는 기타리스트 윤현로의 1인 밴드다. 실시간 녹음과 더빙을 할 수 있는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하여 연주한다. 그는 기타, 바이올린 연주를 기본으로 드럼, 베이스 기타, 일렉기타, 합창단, 오케스트라 소리를 얹어서 공연하고 있다. 오늘의 공연을 위해 준비한 악기도 기타와 바이올린이다.
길거리 공연에 필요한 기타, 바이올린, 루프스테이션, 마이크 등이 준비되었다. ⓒ윤혜숙
길거리 공연에 필요한 기타, 바이올린, 루프스테이션, 마이크 등이 준비되었다. ⓒ윤혜숙

루프스테이션이 있어서 기타로로의 연주는 독주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눈을 감고 연주를 들으면 여럿이 모여서 합주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오전 11시 30분, 공연이 시작될 시간이다. 그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자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하나둘 주위로 모여든 행인들이 그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는 행인들은 누구든 기타로로 공연의 관객인 셈이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기타로로의 역동적이고 현란한 연주에 몰입하고, 기타로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멀찍이 그의 공연을 구경하는 관객 앞으로 뛰어가서 연주를 이어가는가 하면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이들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춰섰다. ⓒ윤혜숙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이들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춰섰다. ⓒ윤혜숙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나와 교사의 손을 잡고 지나가던 아이들 중 몇몇은 우두커니 서서 공연을 보고 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공연을 구경할지 아니면 그냥 지나갈지 물어보자 세 명의 아이들이 공연을 구경하겠다고 한다.

멀리서 아이들을 본 기타로로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곡을 즉석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아래 놓인 루프스테이션으로 여러 악기의 소리를 내니 아이들은 신기해한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는 길거리 공연에서 기타로로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는 길거리 공연에서 기타로로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12시가 지나자 점점 행인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늘어났다. 덕수궁 담벼락에 일렬로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모처럼 신나는 공연에 빠져든다.

기타로로의 공연은 연주할 곡의 순서가 정해져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진행됐다. 즉석에서 여러 악기를 섞어서 연주하기도, 관객들 사이로 파고들기도 한다. 관객들도 그의 공연에 호응하면서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러댄다.

공연이 끝날 무렵 기타로로는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연신 앙코르를 유도했다. 관객들도 그의 앙코르 소리에 신나게 앙코르를 외쳐댄다. 본 공연도 재미있지만 역시 공연 끝에 그냥 지나칠 법한 커튼콜도 재미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자주 지난다는 행인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윤혜숙
덕수궁 돌담길을 자주 지난다는 행인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윤혜숙

공연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치는 시민에게 다가가 공연을 관람한 소감을 여쭤봤다. 근처 정동교회에 예배를 보러 이 시간이면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간다는 시민은 자주 길거리 공연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길거리 공연을 누가 주관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공연이라고 했더니 “아 그래요? 어쩐지 공연의 완성도며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시민을 위해서 길거리 공연을 해주니 서울시에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그는 “음악을 듣기만 해도 치유가 되잖아요. 클래식, 팝 이런 구체적인 장르며 곡명을 알지 못해도 듣기에 난해하고 복잡하지 않아서 좋네요”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기타로로가 기타에 이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기타로로가 기타에 이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이 펼쳐진다. 기타로로는 지체하지 않고 다음 공연팀을 위해 공연 장비를 챙긴다.

기타로로의 공연이 끝난 뒤 잠깐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했다. 윤현로 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삶을 그리는 바이올린 켜는 기타리스트입니다.” 그의 이름 뒷글자를 따서 ‘로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년 전부터 ‘기타로로’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부터 시작해서 바이올린, 기타 등 여러 악기를 연습했다. 취미 삼아 악기를 연주해서 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공도 물리학을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13년 ‘한강거리공연’에 참가할 아티스트 모집에 지원해서 공연했던 적이 있다. 그것을 계기로 음악으로 진로를 바꿨다. 공연 외에 공연에 필요한 악기, 음향 장비 등을 대여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무대가 정해지면 공연 직전 설치부터 공연 직후 철거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기타로로가 모여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공연을 이끌고 있다. ⓒ윤혜숙
기타로로가 모여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공연을 이끌고 있다. ⓒ윤혜숙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공연할 기회가 줄어들어서 그동안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정부나 서울시에서 예술인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사업이나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 많았어요. 저는 그때마다 신청해서 혜택을 받았어요. 오늘처럼 길거리 공연도 하면서요.”

서울시는 작년에도 ‘2021 서울365 거리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공연을 진행했다. 기타로로 윤현로 씨는 작년에 거의 50회 남짓 공연을 했다고 한다. “해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길거리 공연이 이름은 바뀌었어도 제가 지난 2013년부터 길거리 공연을 했으니 거의 10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서울시에서 하는 길거리 공연 덕분에 저같이 인지도가 낮은 예술가에게도 공연할 무대가 생겼어요.”

덧붙여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예정되었던 공연이 취소되면서 저처럼 공연을 해야만 하는 예술가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었어요.” 라고 서울시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윤현로 씨는 주로 공연 관련 커뮤니티에 게시하는 공지사항을 보면서 지원하고 있다. “예술가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니 정부나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주관하는 예술가 지원 사업을 그때그때 알기 어려워요. 저는 수시로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정보를 구하고 있어요.”
덕수궁 담벼락에 늘어선 직장인들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윤혜숙
덕수궁 담벼락에 늘어선 직장인들이 기타로로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시가 주관하는 길거리 공연은 서울시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 DDP, 가든파이브, 광교갤러리, 노들섬, 덕수궁돌담길, 돈의문박물관마을, 무교로어린이재단빌딩, 블루스퀘어(한강진역), 정동길(배재정동빌딩), 한양도성유적전시관 등에서 서울시의 길거리 공연이 열리고 있다. 공연팀도 기타로로를 비롯해 150팀에 이른다.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문화공연을 누릴 기회를 확대하고, 공연가에게는 문화예술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내고 있다. 늘 북적대고 바쁜 도시 한복판에서 종종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렸던 적이 있다면,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운일 것이다.

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

○ 기간 : 5월 1일~12월 31일
○ 장소 : 서울도심 관광명소
○ 요금 : 무료
홈페이지
○ 문의 : 02-332-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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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공연! 거리에서 마주친 행복 '구석구석라이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2-07-08
관리번호 D000004576791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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