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연탄 나르기도 예술 무대의 한 장면처럼…아티스트 김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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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민영웅] ⑪ 나눔 현장은 내 삶의 무대, 아티스트 김범중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김범중 씨는 무대에 서는 날보다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날이 어쩌면 더 많은 배우이자 아티스트인데요,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눔 현장을 찾습니다. 그에게 나눔 현장은 무대이자, 나눔 활동은 연기라고 하는데요, 그가 전하는 나눔의 즐거움, 함께 나눠 보실까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족 치유·회복 지원' 캠페인이 열렸다. ⓒ윤혜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족 치유·회복 지원' 캠페인이 열렸다. ⓒ윤혜숙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사람들이 많이 붐볐던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의 풍경은 어떨까? 전철역을 나와 마로니에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을 함께 해주세요!’라는 캠페인 플래카드였다.
김범중 씨가 사람들에게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족 치유·회복 지원'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가 사람들에게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족 치유·회복 지원'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지난 5월 한 달간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족 치유·회복 지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 ‘해맑음센터’와 학교폭력 피해가족 지원 ‘우리아이행복프로젝트’ 7개 지역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

오전부터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캠페인이 한창이었다. 공원을 찾아온 시민들에게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 서명을 받고 있는 장신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배우이자 아티스트 김범중 씨다. 대학로의 소극장 무대가 아닌 마로니에공원에서 그를 보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와 함께 캠페인 업무를 보조하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김범중 씨가 학생에게 캠페인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가 학생에게 캠페인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는 마로니에공원에 삼삼오오 몰려 있는 사람들 틈으로 활짝 웃으면서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세요” 하고 말문을 여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본 사람들은 금세 경계를 풀고 그의 말을 경청한다. 캠페인의 취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지지 서명을 받는 그에게 “좋은 일 하시네요”라며 기꺼이 서명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겨울철 연탄 배달 나눔 현장에서 봉사하는 모습 ⓒ김범중
겨울철 연탄 배달 나눔 현장에서 봉사하는 모습 ⓒ김범중

김범중 씨는 봉사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봉사를 나눔이라고 표현했다. 어릴 적부터 동네 어르신들을 뵈면 인사를 꾸벅 한다든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어르신을 만나면 짐을 들어드리곤 했지만, 본격적으로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20대 초반에 군 복무 중 장병들이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뙤약볕에 허리를 숙인 채 김매기 등 농촌봉사활동을 하면서 무척 힘들었지만, 땀 흘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장병들의 도움에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이 활짝 피는 것을 보며 그때부터 막연하게 나눔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김범중 씨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김범중
김범중 씨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김범중

전역한 뒤 김범중 씨는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연극에 이어 뮤지컬, 행사 MC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혀 나갔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생활은 일반 직장인처럼 평일에 근무하고 주말에 쉬는 규칙적인 생활이 아니었다. 1년 365일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날보다 일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그 시간을 그냥 허비하긴 아까웠다.

그러던 차에 2007년 장애인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 선발 공지를 보고 지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무대에 서는 행사였다. 장애인들과 함께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것일 뿐, 비장애인인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김범중 씨는 나눔 현장을 자신이 출연하는 무대, 나눔을 연기라고 말한다. ⓒ윤혜숙
김범중 씨는 나눔 현장을 자신이 출연하는 무대, 나눔을 연기라고 말한다. ⓒ윤혜숙

김범중 씨는 “나눔은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라고 말한다. “저는 일이 없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럴 때마다 우울한데 나눔 현장에 가서 나눔을 실천하면 에너지를 받고 힐링이 됩니다. 나눔 현장에서 여러 봉사자들을 만나죠. 그분들은 선한 마음을 갖고 나눔 현장에 와요. 그분들과 같이 봉사하면서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물론 저를 대하는 봉사자분들의 미소를 보면서 그분들의 마음도 저처럼 따뜻해진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는 나눔 현장에서 수많은 봉사자들을 만나고 있다.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분들과 억지로 봉사하는 분들은 보기에도 다르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나눔 현장에 온 분들은 얼굴 표정이 밝고 일이 힘들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반면, 억지로 봉사하는 분들은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고 적당히 봉사 시간만 채우고는 얼른 자리를 뜬다고 한다.
김범중 씨가 연탄 나르기 동작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가 연탄 나르기 동작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는“나눔 현장을 자신이 출연하는 무대, 나눔 활동을 연기”라고 생각한다. "나눔을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 예로 겨울에 연탄 나르기 하는 모습을 몸으로 보여줬다. 겨울철에 가파른 산동네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연탄을 배달하는 나눔은 정말 고된 활동이다. 그는 연탄을 나를 때 동작을 아주 크게 해서 연탄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작을 취한다. 그가 그런 동작을 하면 주위의 봉사자들도 웃으면서 동작을 따라하고, 그러면 연탄 나르기가 훨씬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김범중 씨의 동작이 마치 노동요와 같은 효과를 내는 듯하다.
김범중 씨와 같은 봉사자들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윤혜숙
김범중 씨와 같은 봉사자들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윤혜숙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도 돈과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돈과 시간이 없어서 나눔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돈을 많이 번 뒤, 혹은 시간이 나면 나누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말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시작해 보세요. 나눔을 하면서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면 그 다음 나눔할 거리를 찾게 됩니다.”

그는 수시로 '1365자원봉사센터''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와 같은 사이트에서 나눔 활동을 검색하고, 일이 없는 날이면 나눔 현장을 찾는다. 일이 없다고 우두커니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거라고 한다. 나눔 현장에 만났던 단체나 봉사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도 많다.

봉사와 나눔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이웃을 위해 조금 더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면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나눔의 혜택을 받는 이웃도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래서 김범중 씨는 오늘도 나눔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가뜩이나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김범중 씨를 응원한다. 나눔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본다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 좋을 것 같다.

1365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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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나르기도 예술 무대의 한 장면처럼…아티스트 김범중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2-06-17
관리번호 D000004560050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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