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특히 바깥 출입이 쉽지 않고 몸이 힘든 어르신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어르신들의 스트레스를 디자인으로 덜어내는 공간이 있다. 지난 5월 서울시 우리마포복지관 로비에 개방된 아늑한 쉼터 '해소당'이다. 이름부터 상쾌함을 준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에서는 현대인의 생애주기마다 직면하는 스트레스 현황과 요인을 분석하고 디자인을 통해 개선하고자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을 진행해 왔다. 2016년 청소년 편을 시작으로 지하철, 청년, 어르신들에 대한 ‘스트레스 진단 관리 디자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2019년 시립노원복지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도봉구 시립 도봉노인종합복지관과 마포구 구립 우리마포복지관 두 곳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햇볕이 따스한 날, 우리마포복지관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해소당’이 보였다. 작년 취재차 이곳을 찾았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공간을 치워놨던 탓도 있지만 꽤나 휑하고 허전했는데, 오늘은 봄 날씨 같은 ‘해소당’을 보니 가득찬 느낌이 들었다.

‘해소당’은 웰컴데스크, 마음보기 진단 부스, 마음 닿는대로 마당, 마음껏 테이블, 마음나눔 부스 등 5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웰컴데스크는 누구든 궁금한 점을 문의하면 친절하게 안내하고 환대해 주는 공간이다. 혹시라도 다치지 않도록 안내데스크 모서리를 둥글게 디자인했고, 앉아서 문의할 수 있도록 낮은 테이블을 붙여 놓았다. 서서 인터뷰를 하던 필자에게 앉아 보라고 권유하는 담당자의 말에 따라 앉아 보니 확실히 대화도 여유 있고 한결 편안했다.

“해소당이 생겨 비교도 안 되게 깨끗해졌어요. 봐 봐요. 우선 공간이 예쁘잖아요.”
“편안한 곳에 있으니까 사람 마음까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전에는 간혹 다투는 소리도 들렸는데, 여기 생기고 나서는 조용해졌어요.”
‘해소당’에서 안내 봉사를 하는 김순남 어르신이 말씀하자 옆에 있던 어르신도 덧붙였다. 어르신들은 우리마포복지관의 봉사 모임 '세시봉' 소속으로, 일주일에 서너 시간 정도를 할애해 안내를 맡고 있다.

웰컴데스크 바로 옆에는 디지털 마음보기 진단 부스가 있어 작은 공간에서 내 마음을 스스로 살펴볼 수 있다.
“어르신들은 스트레스가 있어도 잘 모르시기도 해요. 그래서 기기진단을 통해 처음 알아차리시기도 하죠.” 안내하던 담당자의 말이다.

마음보기 진단 부스에서는 기기를 통해 스트레스 및 성격유형 등을 진단하고, 관리법 등을 스마트폰으로 전송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 상태를 측정한 후 10초 호흡법, 5분 손 지압법, 하하하 웃는 법 등 효과 빠른 스트레스 관리법도 알 수 있다.
성격유형에 따라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관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개인별 성향에 적합한 프로그램 권장은 물론, 잘 맞지 않는 프로그램은 지양하도록 안내하며 어르신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필자도 기기를 이용해 마음 진단을 해 보았다. 어쩌면 자신과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들으며 모르는 새 스트레스를 쌓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진단을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닿는 대로 마당은 이름 그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머무르는 곳이다. 여러 명과 함께 모여 앉아 교류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창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1인용 공간도 있다.
공간 곳곳은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소파에는 짚고 일어나기 편하도록 개별 쿠션이 마련되어 있고, 안전 손잡이로 끌고 이동하기 편리한 가구도 있다.

마음껏 테이블은 내게 맞는 다양한 힐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커다란 테이블은 목적에 따라 원형이나 S자 모양, 두 개의 반원 모양으로 바꿀 수 있다. 자유롭게 변경하면서 소규모 프로그램이나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음나눔 부스는 대화를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이다. 이곳에 앉아 그동안 쌓인 답답한 일상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는 하나씩 날아가 있지 않을까.

“곧 여기에 식물을 키우려고 하는데요, 후에 반려식물처럼 어르신들이 스스로 돌보시고 하면 더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애정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
벽에는 식물을 심어 플랜트월(식물벽)로 조성할 예정이다. 식물들을 심고 나면 자연까지 느껴져 더욱 힐링 공간이 될 듯하다.

“올 2월에 다시 거리두기에 들어가고 나서 어르신께 안부 전화를 하니 굉장히 우울해 하셨어요. 추운 데다가 밖에 나가기 어려우니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셨던 거죠.”
“해소당이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많은 분이 지나다니시면서 자주 찾아 오세요.” 우리마포복지관 조병준 부장과 김원이 복지팀장의 말이다.
해소당은 본래 12월 정도에 완공했지만 오미크론으로 다시 거리두기에 들어가며 지난 5월 6일 어버이날 행사 겸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담당자가 볼 때 해소당의 장점은 무엇일까.
“좀 따뜻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설계할 때 조명이나 가구 색감과 재료까지 신경을 썼다고 해요. 안정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참 좋아하시죠. 젊은 세대에 비해 어르신들은 카페 같은 공간에 가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이곳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니까요.”

“그동안 좋아하는 취미 활동만 했었는데, 추천 받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보시는 거죠. 또는 알고 보니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성격유형이었는데 지금까지 혼자서 하는 걸 들었다면 스트레스가 더 쌓였을 거잖아요. 스트레스가 많구나 깨닫고 상담 하러 오실 수도 있고요.”

"앞으로 보드게임이나 영어회화 같은 소그룹 활동도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나 학교’라고 자발적으로 가르쳐 주고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공간을 대여해 드리려고도 해요. 또 보건소와 연계해 우울증 검사를 하거나 물리치료사, 간호사분과 상담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측정, 자가진단을 해보면서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도 뒷받침 하고요." 담당자가 향후 계획을 전한다.

해소당이 들어선 우리마포복지관은 서울시 최초로 아동, 장애인, 어르신 등 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복지관으로 2011년 개관했다. 1층의 우리마포어린이집, 2층의 뇌병변장애인비전센터, 3층의 장애인주간이용센터, 장애인보호작업장, 4층의 노인복지관 등이 함께 자리해 있다.

이 중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노인복지관에는 사무실과 상담실, 기능회복실과 건강관리실, 음악활동실 등과 서울형 텃밭도 조성되어 있다.

서울시의 설영동 주무관에 따르면, "기존의 공공디자인 정책이 물리적인 환경 개선과 지원에만 그쳤다면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새로운 공공디자인 정책"이라고 한다. 심리, 건축설계, MBTI 전문가들이 여러 번 회의를 거치고 직접 ‘해소당’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이에 더해 복지관 초기 이용 어르신에게는 적응을 도와 여유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며, 3~5년 차 어르신에게는 사람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 많이 익숙해진 10년 이상 장기 이용 어르신에게는 커뮤니티 활동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등 맞춤형 정책을 갖추고 있다.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보다 새로운 사람들이나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것에 더 어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도 그에 앞서 편안한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마음을 열고 스스로에게 맞는 과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곧 스트레스 해소로도 연결되지 않을까. '해소당'은 그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