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슬세권! 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 및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을 말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 따뜻한 인사를 나누며 맛있는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골목 시장, 아플 때 급히 달려갈 수 있는 집 근처 약국, 샷 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늦은 시간에도 편히 마실 수 있는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것이 슬세권의 장점이다.

서울시는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골목 상권을 활성화 하기 위해 ‘생활상권활성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상권’이란 지하철역, 학교, 동주민센터 등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는 상권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생활 반경 내에 있어 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복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슬세권’의 상권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 생활상권활성화사업은 주민과 상인들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상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과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과 상인이 함께 '손수가게', '어울림상점'(커뮤니티 스토어), '우리동네 사람들', '함께가게' 등을 만들어가며, 골목 상권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마케팅 스터디그룹, 마케팅 온라인스쿨, 지역리더 육성 등의 교육도 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생활상권활성화사업에는 현재 16여 곳의 생활상권이 지정되어 있다. 그 중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난곡생활상권(관악구 난곡로 24길과 26길)'의 손수가게와 어울림상점에 다녀왔다.

‘손수가게’는 주재료를 우리 농산물로 하고 그 가게만의 비법으로 손수 만드는 가게를 말한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맛을 낸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발굴한 건강한 영양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우리 동네 맛집을 말한다.

손수가게 주민기획단이 손수가게를 발굴, 홍보하고 있으며 매년 2곳씩 추가로 선정하고 있다. 주민들이 발굴한 곳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손수가게로 선정된 곳은 매출이 늘고 있어 주민도 상인도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난곡생활상권에는 현재 5곳의 손수가게가 지정되어 있다. '난곡산장', '바른떡', '빵하우스', '부산식당', '돈뼈락'이며, 올해 2곳이 추가로 선정될 예정이다. 주메뉴는 '난곡산장'은 한방삼계탕, 한방오리백숙이며 '바른떡'은 바른설기와 정직절편, '빵하우스'는 쌀식빵과 쌀카스테라, '부산식당'은 순대국과 손만두, '돈뼈락'은 생삼겹살과 돼지고기 김치찌개이다.

이 중 부산식당은 46년 동안 어머니가 운영해 오던 식당을 만화작가인 아들과 동화작가인 며느리가 합류하여 계속 이어가고 있다. 손만두를 직접 개발했는데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속이 꽉차고 기름지지 않고 맛있어 인기가 많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맛의 비법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만화가인 아들의 재능을 살려 재미있는 그림도 많이 그려서 전시하고,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손님들의 초상화 등 그림을 그려주고 가르쳐주는 재미있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정이 넘치는 난곡생활상권의 상점들은 ‘내 단골을 그대에게’라는 색다른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이웃 가게들과 상생하기 위해 자기 단골을 이웃 가게에게 보내주는 방식이다. 백화점처럼 상품권을 만들어서 자기 가게 말고 다른 식당에서 현금처럼 쓰게 해주는 것이다. 단골을 공유하며 상생하는 따뜻한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어울림상점’은 커뮤니티 스토어라고도 하는데 프린트 서비스, 무인택배함, 시장바구니 대여 등 주민생활 편의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동네 가게를 말한다. 오가는 골목에 이런 편의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이 있다면 필요한 물건도 사고, 서비스도 제공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매년 어울림상점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난곡생활상권 어울림상점의 주민편의서비스로는 택배 서비스, 프린트 출력 서비스, 장바구니 나눔, 요일가게, 머리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미용실·이발소가 있다. 무인택배함은 바른떡집 앞(난곡로 26길 26)에 있으며, 프린트 출력 서비스는 주민·상인 공유 공간인 ‘난곡어울림 33’(난곡로 24길 33)에서 제공하고 있다.

'장바구니 나눔'(난곡로 24길 5)은 주민들이 쓰지 않는 장바구니나 종이봉투를 가져와서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바구니를 둘 수 있는 상자함에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사용하면 된다. 이본느미용실과 대원이발소는 머리하는 동안 책을 수 있도록 여러 책들을 갖추고 있다.

'요일가게'(난곡로 26길 58)는 빈 점포를 활용하여 취미생활이나 창업 등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요일을 정해 취미활동이나 창업을 미리 해보는 것이다.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창업 체험을 함으로써,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홍보 마케팅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색다른 주민편의 서비스로 문화프로그램인 컬러링과 캘리그래피 체험을 할 수 있는 ‘난곡다방’도 있다. 다방에 오면 차를 마시지 않더라도 상시 컬러링과 캘리그래피를 할 수 있도록 엽서와 색연필 등을 갖추어 놓고 있다. 30~40대 젊은 엄마들과 초등학생들을 비롯해 전 연령의 주민들이 골고루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 동안 코로나로 인해 문화체험을 많이 할 수 없었는데, 컬러링 키트를 상시 제공해 주고 컬러링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니 주민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한다. 앞으로 정기적인 문화체험이나 원데이클래스, 골목길 지역축제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정이 넘치는 난곡생활상권에 다녀와 보니 우리 집 주변에도 믿고 갈 수 있는 손수가게와 주민편의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어울림상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생활상권활성화사업이 활기를 띠어 이런 동네 상점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유명 맛집을 찾으러 먼 곳에 가지 않고 골목상권에서 즐길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