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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청년이음센터'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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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음센터에서 고립청년프로그램을 들었던 A씨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청년이음센터에서 고립청년프로그램을 들었던 A씨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디지털 산업이 발달하면서 직접 사람을 만날 일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타인과 교류는 자연히 멀어졌다. 고립과 은둔 상황에 있는 청년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18~34세 서울 청년 중 은둔형 고립청년은 10명 중 3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고립청년사업은 권역별 '청년이음센터'에서 맡고 있다. 청년이음센터는 사회와 청년의 관계를 이어주며 통합지원, 맞춤지원, 청년 맞춤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고립청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북구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의 청년이음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해 취업하게 된 청년과 두 명의 담당자를 만나 각각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청년이음센터가 위치한 성북구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외관
청년이음센터가 위치한 성북구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외관 ⓒ김윤경

“탈진한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말은 들리지 않아요. 힘을 낼 힘조차 없는 상황이니까요.” 작년 청년이음센터에서 고립청년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가 말했다.

그는 하루에 10시간이 넘도록 일하다 번아웃증후군을 겪게 됐고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오랜 시간 집안에서만 있기도 했다.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져 고민은 더해졌다. 그래도 늘 뭔가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벅찼다.

어느 날 책을 읽다 한 구절을 발견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생각을 나누면 목표에 도움이 된다는 글귀였다. 마음에 와닿았고 밖으로 향하게 될 계기가 됐다. 그러던 차에 지인에게 '청년이음센터'에 관해 듣게 됐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에게 어떻게 고립생활을 극복했는지 묻자, “많은 청년이 대인관계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 그럴 때 ‘상대방이 나쁜 의도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졌구나’ 하며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여러 일로 지쳤을 때도 자책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라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고립청년프로그램에 참여했던 A씨는 자신의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립청년프로그램에 참여했던 A씨는 자신의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윤경

코로나 상황으로 고립청년프로그램은 작년엔 대면, 비대면으로 함께 이루어졌다. 그는 모든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웠지만, 특히 이력서 첨삭과 면접 교육 같은 실질적인 취업교육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사와 1대1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차갑게만 느꼈던 사회에서 다정하고 조곤조곤하게 물어주는 사회복지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참 고마웠고 따스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청년도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조건에 맞게 수료하면, 소정의 지원금을 준다고 들었어요. 저도 커피나 간식 쿠폰 같은 응원이나 격려가 참 좋았거든요. 좀 더 바람이 있다면, 다른 고립?은둔청년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큰 도움이 돼 고맙다는 말을 하자, 그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라며 미소를 건넸다. 이어 담당자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었다.
청년이음센터 청년상담 사진
청년이음센터 청년상담 사진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고립, 은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
단지, 빠져나올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할 뿐

이어 담당자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었다. 청년이음센터 권솔희 사회복지사(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에게 고립이 증가하는 상황에 관해 물어 보았다.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 대화하면서 주제나 이야기 방식도 늘어가는 법이죠.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적으로 대화하는 게 많이 어려워졌잖아요. 이곳을 찾은 청년 중에는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그렇다면 담당자는 고립과 은둔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역시 청년이고 또 지금까지 여러 청년을 만나 왔고 직접 체감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 궁금했다.

“고립과 은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 지쳐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전 단지 빠져나올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지원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단기적인 관리보다 장기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하니까요.”

누구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특히 공감됐다. 어떤 이유로 상처를 받거나 힘들고 지치는 일은 모두 겪어본 일이니까. 문제는 그 상황에서 계속 나오지 못 할 때, 일어설 힘조차 소진했을 때가 아닐까.
청년에게 받은 감사의 문자를 보여주는 김영호 총괄팀장
청년에게 받은 감사의 문자를 보여주는 김영호 총괄팀장 ⓒ김윤경

“저 방금 문자 받았어요. 여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인데 요즘 금요일이 달리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청년이음센터 김영호 총괄팀장(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은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2년 반 정도 청년이음센터에서 프로그램을 들었던 청년이라고 했다. 청년은 전문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했는데 요즘 너무 바빠 연락을 못 해 죄송하다는 문자가 왔단다. 그전에는 그저 무료하기만 했던 금요일이 청년이음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후로는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단다.

“이 세상에 자기 혼자인 줄 알았는데, 자신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청년은 마음에 상처가 있었다. 처음에는 직업교육을 연결해주면 잘 될 줄 알았었는데 지속되지 않았다. 마음의 문을 여는 데 7개월 가까이 걸렸다. 속 사정을 알게 되자, 이 청년에게는 진로보다 심리 프로그램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성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이어나갔다.

청년이음센터는 청년들에게 신청을 받으면 담당자들이 초기상담부터 분석한 후 개인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해준다. 청년들의 상황이나 요구를 파악해 프로그램이 달라지기 때문에 프로그램 종류는 유동적이고 그 수도 많다. “저희가 한 사람당 관리할 수 있는 청년 수가 있지만, 워낙 많은 청년이 도움을 필요로 해요. 더 많은 청년과 함께 못해 참 안타까워요.”
청년이음센터는 청년 개인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이음센터는 청년 개인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김윤경

2021년 12월 서울시는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조례를 제정, 제도적 지원과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서울시 고립·은둔청년 종합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책 대상자 규모와 유형별 특성을 파악해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는 지원대상을 작년(298명) 대비 4배 이상으로 대폭 늘려 다양한 이유로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청년’과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은둔청년’ 1,200명(고립청년 1,000명, 은둔청년 200명)에게 취업 등 사회이행을 돕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곳저곳 청년사업은 많은데 고립·은둔청년들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사회적 관계가 거의 단절돼 있어 참여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도움이 필요한 시기를 그냥 넘길수록 이후 더 큰 힘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고 절실한 일이 아닐까 싶다.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내부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내부 ⓒ김윤경

인터뷰가 끝난 밤 9시 경, 담당자는 야근을 해야 한다며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후 보내준 자료집을 읽다 보니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정말 알찼고,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겠다 짐작이 갔다. 그래도 담당자들은 말한다. 야근보다 힘든 건 더 많은 청년과 함께 못하는 상황이라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가장 희망하고 있다.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관계의 거리는 몇 배 이상 벌어지기 때문이다.
청년이음센터 프로그램 진행 사진
청년이음센터 프로그램 진행 사진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다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남을 돌아보기 어려웠던 시간 동안 누군가는 손길을 기다리며 단단한 벽을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인터뷰를 위해 먼 시간을 달려와서 이야기를 들려준 A씨와 늦은 시간까지 친절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준 담당자들이 참 고마웠다. 그런 경험을 했던 선배들과 성실하게 노력하는 담당자들이 있어 어려운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앞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고립?은둔청년이 차가운 세상에도 따스한 삶이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 앞으로 청년들이 세상에 나와 진심으로 밝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길 응원한다.

청년이음센터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오패산로 21
홈페이지
○ 문의 : 0507-1346-9194

고립청년지원사업

○ 참여대상 : 거주지 관계없이 만 18~34세 중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청년
○ 지원내용 : 밀착상담, 사례관리, 자신감 회복, 진로탐색, 취업역량 강화, 지역맞춤형 프로그램 등
○ 신청방법 : 워크넷 홈페이지, 신청시 서울시 권역별 6개 센터 중 참여 가능 센터 선택
 ※ 권역별 센터: 청년이음 중부센터(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청년이음 동북센터(면목종합사회복지관), 청년이음 동남센터(강동종합사회복지관), 청년이음 북부센터(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 청년이음 서남센터(목동종합사회복지관), 청년이음 서북센터(녹번종합사회복지관)

은둔청년지원사업

○ 참여대상 : 서울시 거주 만 19~39세 청년 중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청년
○ 지원내용 : 심리상담, 대인관계 훈련, 회복모임, 예술창작 활동, 신체활동, 공동생활 등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 신청방법 : 서울청년포털 청년몽땅 정보통, 전화 02-6494-2030, 방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단, 가족이 대리신청하는 경우 전화와 방문 신청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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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청년이음센터'를 찾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윤경 생산일 2022-04-20
관리번호 D000004519514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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