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우리나라의 전통식품을 알리고 대한민국 식품명인의 맛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강남에서 북촌으로 이전해 3월 가오픈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의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궁금해 중학생 아들과 함께 다녀왔다.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도 수월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식품명인체험홍보관, 전통주갤러리, 한식진흥원이 함께 활용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 강남에서 식품명인체험홍보관과 전통주갤러리를 운영하던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이 북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식진흥원이 함께 하게 되었고, 이름도 한식문화공간 이음으로 바꾸었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은 국가에서 지정한 약 80여 분의 식품명인이 전하는 우수한 한국전통식품을 알리고 있는 곳이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3월 말 정식 개관 예정이며, 식품명인체험홍보관만 지난 3월 2일부터 가오픈하여 전통차와 명인님들의 강정, 약과 등의 시식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명인홍보관 1층은 대한민국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 이음과 식품명인들의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곳이 있다. 2층에는 전통식품 명인을 초청하여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식품명인 체험관이 있다.

첫 방문 날에는 명인의 손맛을 재해석한 우리 고유의 음료로 이음 블라썸, 수제 꿀생강차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음 블라썸은 보기에도 아름다운데, 신광수 명인의 꽃차 키트의 장미꽃·덖음차·박하잎로 만든 꽃차 칵테일이라고 한다. 이름과 같이 싱그러운 맛이 일품이고, 위에 얹어진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매력적이었다.

각 식품명인들의 소개와 그들의 제품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마침,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52호 이연순 명인의 ‘승검초단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중학생 아들과 함께 다시 재방문했다.

‘승검초단자’가 무엇인지 이름부터 생소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승검초’는 ‘당귀잎’을 말한다. ‘당귀’는 ‘남편이 집에 돌아온다’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시집가는 신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상비약이었을 정도로 예로부터 부인병에 약효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풍병과 혈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허약하고 피로한 몸에 원기를 보충해주는 약재로 널리 쓰여왔다.

이연순 명인은 몸에 좋은 당귀잎을 넣어 만든 떡 '승검초단자'를 조상님들이 해온 방식 그대로 계승하여 만들고 있다.

사실 승검초단자 만들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집콕 온라인 체험 키트로도 만들어 보았고, 제천으로 여행갔을 때 제천에서 음식 개발을 하고 계신 이연순 명인을 직접 만난 적도 있었다. 우리 가족이 무척 좋아하는 전통 떡이자, 존경하는 명인이기에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체험에 참여했다. 이번 체험은 온라인 키트와는 좀 다르게 가루를 직접 반죽해서 솥에 찌는 경험도 하고, 승검초단자에 들어가는 거피팥고물도 직접 빚을 수 있었다.

현재 코로나 상황인지라 넓고 넓은 체험장에 예약 인원 13명 정도만 참여했다. 또한 한식문화공간 이음 2층 식품명인 체험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받아 검사를 진행했다. 음성을 확인하고서야 체험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체험 활동 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체험 테이블당 2명씩 앉았는데 미리 명인께서 제천에서 준비해온 재료가 세팅되어 있었다. 승검단초의 바탕이 될 찰떡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깨끗이 씻어서 준비되어 있는 승검초를 곱게 찧어(또는 믹서기에 갈아서) 즙을 만들고, 찹쌀가루에 이 승검초 즙을 넣는다.
2. 승검초 즙을 넣은 찹쌀가루를 볼에 담고 물, 설탕을 넣어 고루 비빈 후에 손으로 뭉치며 반죽한다.
3. 시루 아래에 물을 담고, 물이 끓는 동안 시루 바닥에 물기가 적셔진 면보를 깔아 놓는다. 이 때 면보 위에 설탕을 솔솔 뿌려 놓아야 떡이 붙지 않는다.
4. 반죽을 시루에 안쳐 김이 오르면 20분 간 쪄낸다.
5. 떡 위에 기포가 뽀글뽀글 생기면 잘 쪄진 상태이니 불을 끈다.
6. 잘 쪄진 찰떡을 비닐을 깐 쟁반 위에 놓고 손으로 치댄다.

중학생 아들은 역사와 우리나라 전통에 관심이 많아서 전통음식인 떡만들기 체험을 무척 좋아한다. 이번에도 본인이 체험하겠다고 나서서 필자는 옆에서 거들기만 했다.

먼저 명인의 시범을 보고 난 후에 따라하는 방식이라 아이가 해도 잘 따라할 수 있었다. 아들은 찰떡을 치대고 빨리 식을 수 있도록 손 부채질도 했다.

승검초를 넣은 찰떡이 잘 식을 동안, 거피팥을 반죽할 차례다. 이연순 명인이 거피팥을 물에 4시간 정도 불려서 껍질을 없애고, 찜통에서 푹 무르게 40분 정도 찐 후에 소금을 넣고, 절구에 찧어서 어래미에 내린 소를 준비해 왔다. 아이는 여기에 꿀을 넣고 반죽하여 승검초단자에 들어갈 구 모양의 소를 빚었다. 아들은 동글동글 구 모양의 소를 만들면서 재밌다고 한다. 온라인 키트로 만들 땐 소가 모두 만들어져 오니까 잘 몰랐는데 크기와 모양을 잘 빚어야 떡이 예쁘게 나올 것 같다며 정성을 다한다.

어느 정도 식은 찰떡을 손으로 동그랗게 떼어 만두피처럼 만든 후에 빚어놓은 구 모양의 거피팥 소를 넣고 잘 감싸서 둥글게 만든다. 겉 모양이 매끄럽게 되도록 손으로 잘 마무리한 후에 명인이 준비해온 국산 잣 고물을 묻힌다.

이연순 명인은 국산 잣의 고깔을 떼고 다져서 잣고물을 만든다고 한다. 이 잣의 기름 덕분에 잘 쉬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님들의 지혜라고 한다. 맛을 내기 위해 잣 고물을 묻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 새로운 지혜를 알아가는 것도 전통 체험의 묘미다.

완성하여 접시에 담은 승검초단자를 용기에 담아서 각자 포장했다. 사실 청소년기 아이들이 빵은 잘 먹고 관심도 많지만, 그에 비해 떡은 우리의 전통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덜한 점이 늘 안타까웠다. 다행히도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진행하는 전통식품 명인 체험은 학교나 관공서에서도 체험 예약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진로체험으로도 무척 의미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난해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은 코로나19 생황 속에서 미래의 주소비층인 초·중·고등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통식품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 체험키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온라인 체험활동 지원사업'을 운영했었다. 각 단체별 50명 이내 총 600가구 내외에게 체험 혜택을 제공했었다. 지난해 겨울 진행했던 따뜻하고 넉넉한 사회공헌 사업이 올해에도 지속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 아이들이 전통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우리 전통음식을 세계적인 K푸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