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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건축이 만났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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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제인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질문이 전시장 곳곳에 담겨 있다.

그 중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은 문학과 건축이 어우러진 전시로,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지돈, 이설빈, 최영건, 이연숙, 박세미 등 젊은 문학작가 5명이 쓴 글을 바탕으로 알라잉거, 서재원, 김이홍, 보다, 오브라 등 건축가 5팀이 건축작품으로 해석했다. 그 모습이 궁금해 세운상가 현장을 찾았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 파빌리온이 들어선 세운교 광장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 파빌리온이 들어선 세운교 광장 ⓒ이선미

필자가 방문한 날은 하늘이 높고 구름이 크게 드리워져 세운상가 일대 전체가 무대 같았다. 예약을 하고 세운교 광장에 들어앉은 파빌리온부터 찾았다. 가설천막 같은 입구를 들어서니 바닥에 모래가 가득 채워지고 탑처럼 세워진 철재 구조물 어디선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QR코드가 담긴 주사위를 받았다. 파빌리온의 구조물과 모래 위에도 주사위들이 던져져 있었다. 그 주사위들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해도 원하는 주소가 열렸다.
가설천막 같은 입구를 넘어 파빌리온에 들어선다.
가설천막 같은 입구를 넘어 파빌리온에 들어선다. ⓒ이선미
모래가 가득한 파빌리온에 탑 같은 구조물이 설치되고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래 위 탑 같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고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선미

벽에 적힌 안내문에서 전시의 의도를 읽었다. “도시의 이야기는 개인보다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심스러운 발자국’은 이 거대담론의 틀을 벗어나 개인이 바라보는 지극히 사적인 도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의심스러운 발자국’의 의도를 보여주는 안내문
‘의심스러운 발자국’의 의도를 보여주는 안내문 ⓒ이선미

잠시 햇빛에 데워진 바닥에 앉아 목소리를 들었다. 젊은 목소리들이 건조하게 ‘자기 방’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다시 작가들의 의도가 생생해졌다.
“역사는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한편으로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며, 개인 기억의 총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개인이 경험하는 도시, 그 도시 안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캐내는 것은 또 다른 도시의 확장이다”.
역사를 이루는 개인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도시의 확장이다.
역사를 이루는 개인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도시의 확장이다. ⓒ이선미

세운상가 보행데크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최영건 작가의 ‘나무왕의 방’을 담은 ‘세운상가의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세운전자상가의 역사, 커뮤니티, 그리고 장인들을 생각한 작품으로, 주재료는 세운상가에서 흔히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전선끈을 우리 전통매듭으로 이어 견고한 그물로 엮었다.
청계천에서 올려다보는 ‘세운상가의 그물망’
청계천에서 올려다보는 ‘세운상가의 그물망’ ⓒ이선미

건축가 보다(Bo.Daa)는 “세운상가의 그물망은 7만 번의 손이 간 작품”이라며 “눈으로 보는 문화적 작품을 만들며 즐거웠다”고 전했다. 계단을 감싸는 건축 형태인 비계는 변화를 상징하는 건축으로, “비계 속을 통행하는 관람객은 지속되는 도시 변화와 기억의 일부”라고도 덧붙였다.
그물망은 서로 연결되어 힘이 있다. 역동적인 세운상가와 잘 어울린다.
그물망은 서로 연결되어 힘이 있다. 역동적인 세운상가와 잘 어울린다. ⓒ이선미

세운상가에서 대림상가로 이어지는 보행데크 다리에는 이설빈 작가의 ‘g의 자서전’을 표현한 서재원의 ‘공상의 방’이 쭉 이어져 있다. 건축가는 소설가의 방을 보행데크에 그대로 재현해 그 공간을 겪어보게 했다. 오랫동안 거대한 기계처럼 움직였던 세운상가와 그 아래로 흐르는 청계천, 작가들은 ‘공상의 방’이 “누군가 한낮에 멍하니 청계천을 바라보며 몽환적 공상에 감기길 부추기는 장치이자 청계천의 무대”라고 설명한다.
청계천을 바라보며 몽환적 공상에 감기길 부추기는 인공적 장치이자 청계천의 무대인 ‘공상의 방’
청계천을 바라보며 몽환적 공상에 감기길 부추기는 장치이자 청계천의 무대인 ‘공상의 방’ ⓒ이선미
세운전자상가와 청계천 모습
세운전자상가와 청계천 모습 ⓒ이선미

다시세운광장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니 정지돈 작가의 ‘나는 그것이 환영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담은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가 넓고도 높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각각의 안내판에는 두 개의 QR코드가 부착돼 있는데, 하나는 문학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작품이 건축을 통해 어떻게 해석됐는지를 살펴볼 힌트가 담겨 있다.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 외관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 외관 ⓒ이선미

몇 개의 계단을 올라서자 뚫린 프레임에 각기 다른 풍경이 담겼다. 비좁고 정신없는 을지로 골목과 종각타워, 삼일빌딩 등 근대 건물들, 그리고 종묘와 그 너머로 펼쳐진 산자락들, 여전히 공사 중인 타워크레인. 작가는 “세운상가가 부재한 대상지는 어떤 해상도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상상을 펼쳤다”고 했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네 개의 소실점은 우리가 한 곳에 있어도 저마다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네 개의 소실점은 서로 다른 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네 개의 소실점은 서로 다른 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선미

다시세운광장에는 이연숙 작가의 ‘중력들’을 형상화한 ‘영혼의 나무’와 박세미 작가의 ‘캣스케일’이 표현된 ‘캣하우스’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파이프를 나무로 형상화하고 살아있는 식물을 건축재료로 사용한 ‘영혼의 나무’는 아래와 위, 개인과 집단이라는 이분법적 관계를 해체하고 싶어한다.
세운광장에 들어앉은 ‘영혼의 나무’와 ‘캣하우스’
세운광장에 들어앉은 ‘영혼의 나무’와 ‘캣하우스’ ⓒ이선미

이 구조물에서 작가의 시선은 유년시절의 어두운 장소, 하강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반면에 건축가는 생동하고 밝아지는 상승의 이미지를 더했다고 한다.
위아래가 따로 없는 ‘영혼의 나무’는 상승과 하강의 의미도 생각해보게 한다.
위아래가 따로 없는 ‘영혼의 나무’는 상승과 하강의 의미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선미

‘캣하우스’는 도시와 사람, 고양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화합을 제안하는 구조물이다. 이 공간은 낮에는 대화를 품고, 밤에는 도시의 이미지를 투영했다. 천장에 드리워진 얇은 천 사이로 가을햇살과 바람이 스며든다. 과연 어둠이 내린 후에는 어떤 풍경과 사유가 가능할까 궁금해지는 공간이다.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장소인 ‘캣하우스’는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도시에 불어넣고자 한다.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캣하우스’.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도시에 불어넣고자 한다. ⓒ이선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되는 ‘현장 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은 무료 관람이지만, 세운교 광장의 파빌리온은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잔여분에 한해 현장관람도 가능하니 우연히 지날 기회가 있으면 들러봐도 좋겠다.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 파빌리온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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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건축이 만났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프로젝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이선미 생산일 2021-10-14
관리번호 D000004381434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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