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 새로운 건축의 모습은?

문서 본문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인왕산 초소책방'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인왕산 초소책방'

코로나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물리적 공간의 의미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심리도 변화했다. 팬데믹 시대는 작년 초 시작되었지만 아직 우리는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끝날까 가늠하기도 어렵다. 얼마 전만 해도 모두들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떠들어 왔는데, 지금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 제시되고 있다.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의 반복 속에서 건축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건축이 시대정신을 선언했던 과거의 영웅신화적 기억은 까마득하다. 첨단 기술을 상징하던 권위도 더이상 지니지 못한다. “끊임없이 흘러 다니는 상태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권력들에 종속”(콜하스)된 채로 20세기 건축은 무기력해진 듯했다. 스스로를 구분하기 위한 특이성 가운데 건축의 고귀한 가치였던 영속성(Firmitas)조차 힘을 잃어 간다.

우리의 건축 상황은 더욱 극렬하다. 한국 건축의 종특(종족 특성)으로 자본주의적 용적률 게임의 중독을 꼽는다. 주어진 상황, 조건 속에 기대 이상의 양적 최대치 밀도를 갈구한다. 식민지에 ‘건설’된 대규모 단일품종 농장, 플랜테이션(Plantation)처럼, 우리 건축 생태계와 풍경은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 임대용 상가 및 오피스 등처럼, 동질적이고 획일적이며 반복적일 수밖에 없는 건축 공간들에 의해 잠식된다. 반면 한국인들의 SNS 상에는 특이한 건축 공간을 배경 사진으로 삼은 자기 모습을 뽐내는 현상이 흔하게 발견된다.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 공간이 촉발시킨 허구적 보상심리일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건축은 저밀도와 분산을 강요받는다.
함께 모이고 함께 행동했던 공공 공간들은 봉쇄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타인의 존재, 타인과의 공존이 그리워졌다.

집단성 강화와 표현을 목표 삼았던 건축의 전통적 역할은 의미를 상실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건축은 저밀도와 분산을 강요받는다. 함께 모이고 함께 행동했던 공공 공간들은 봉쇄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타인의 존재, 타인과의 공존이 그리워졌다. 인간은 함께 사는 존재이고, 그래서 도시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도시는 그 자체로 공유 공간인 셈이다. 그런데 전 세계의 도시는 팬데믹으로 인해 감옥이 되었다. 한국인들의 경우 아파트 실내면적 확충을 위해 희생시킨 발코니가 아쉬워졌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마당도 없고, 이웃이나 풍경을 내다 볼 수 있는 옥상도 없어져 버렸다. 그 대신 한국인들은 테라스와 루프탑이 있는 카페 공간을 열렬히 소비하기 시작한다.

나와 남, 사회, 자연의 물리적 연결이 끊어져(오프) 버릴 때, 인터넷은 그것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해방구였다. 로그인을 통해 나는 아바타가 되어 가상 속 세상 친구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그들의 은밀한 공간들이 SNS를 통해 내 삶 속에 침투한다. 그들의 모습처럼 이상화된 나의 모습을 표현해 줄 배경으로서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스타글래머러스(instagramorous)의 공간 사냥이 시작된다. 오프라인 속 현실의 건축 공간 갈증이 증폭된다. 일상 속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교차하며 일반인들 스스로 건축의 문제를 인식하고 되묻기 시작한다.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시민공감특별상 '몬타주 한남'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시민공감특별상 '몬타주 한남'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했던 건축의 가치에 대한 온라인의 질문 ‘서울건축문화제’

개인의 다양하고 소소한 일상이 회복되고 그 욕구가 충족되어야 할 때, 도시와 건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건축인들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 서울건축문화제는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제21회 서울건축문화제(2021년 9월8~20일)의 화두는 “온앤오프(ON&OFF)“이다. 과거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했던 건축의 가치에 대한 온라인의 질문”을 던지고자 함인데, 그 주제와 마찬가지로 내용이 다루어지는 방식 역시 온앤오프를 시도하고자 한다. 오프라인의 만남을 위한 장소는 한강 위 외딴섬인 노들섬이 선택된다. 도심으로부터 끊어진 동시에 이어진 곳이므로 또 다른 의미의 온앤오프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노들섬의 다목적홀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건축문화제 전시가 꾸며진다. 그 중 가장 큰 공간이 요구되는 전시는 2021년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의 수상작들에게 부여된다. 이 상은 건축의 공적 가치를 구현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 건축물을 장려하고 서울의 건축문화와 기술 발전에 기여한 준공작들을 매해 선정하고 있다. 올해 대상 작품인 서울서진학교(코어건축사사무소)과 함께 최우수상 및 우수상 수상작들 다수가 함께 소개된다. 한 쪽 코너에는 전년도 대상을 수여받은 건축가 임재용의 개인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같은 공간 속에 시민 참여 공모전인 제7회 ‘나와 함께 한 건축이야기’의 수상작들도 전시된다. '온앤오프'를 주제로 응모한 영상, 그림, 에세이, 사진 총 4개 부문 32개 선정작들이다. ‘SH 서울도시주택공사 청신호’ 전시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젊은 세대 맞춤형 주거인 청신호 특화 평면 중 하나가 실제 크기의 내부 모델(하우스)로 만들어진다.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축제 출품작. 연세대학교(좌), 한양대학교(우)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축제 출품작. 연세대학교(좌), 한양대학교(우)

노들섬 야외 공간인 노들스퀘어 곳곳에는 2021년 제10회 ‘UAUS 대학생 건축과연합축제’의 수상작품들인 실물 파빌리온들이 설치된다. 이번 주제는 ‘재난에 살다’로서, 팬데믹이나 환경파괴, 자연재해 등 불안정하고 급작스런 외부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적 해결책과 해석,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젊은 건축학도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제10회 UAUS 대학생 건축과연합축제 '재난에 살다' 홈페이지
서울건축문화포럼 참여 전문가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택 감독, 안기현 감독, 김성아, 민세희, 닐 리치, 레브 마노비치, 앙트완 피콩, 전주형
서울건축문화포럼 참여 전문가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택 감독, 안기현 감독, 김성아, 민세희, 닐 리치, 레브 마노비치, 앙트완 피콩, 전주형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 중 가장 학술적 성격의 ‘서울건축문화포럼’(“건축, AI와 교차하다”, 9월 10일)은 AI 시대의 건축 디자인을 고민하는 자리로서 국내외 건축석학 및 전문가들 총 6명이 초청되었다. 해외 발제자 앙트완 피콩(하버드대), 레브 마노비치(뉴욕시립대), 닐 리치(플로리다국제대)는 녹화된 강연영상을 제출해 온라인 발표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고, 국내 발제자 김성아(성균관대), 민세희(경기콘텐츠진흥원), 전주형(에디트콜렉티브)는 실시간 현장발표 및 자유토론 형식을 병행하기로 기획했다. ‘온앤오프’ 방식의 국제포럼인 셈인데, 현 코로나 상황에 따라 결국 청중 없이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될 예정이다.

총 2회로 구성된 ‘열린강좌’ 역시 온라인 라이브 진행이다. 그 첫 번째 시간(9월 9일)은 서현(서울대), 장윤규(국민대), 김성홍(시립대)이 참여하며, 온앤오프로 인한 도시건축의 변화를 다룬다면, 두 번째(9월 16일)는 PHM TV, 아키리즘 A 출연 건축가들 및 건축문화제 감독들의 집단좌담으로 진행되며 온앤오프와 일상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건축가대담’(9월 11일)은 올해 및 작년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받은 건축가들과 문화제 총감독의 대담 및 토론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건축문화투어’와 ‘잡페스티벌’이 있다. ‘건축문화투어’는 서울 내 다양한 건축답사코스들을 기획해 영상으로 시민들에게 공유하기로 했으며, ‘잡페스티벌’은 건축전공의 진로 및 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건축학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기대된다.

- 서울건축문화제 감독 남성택(한양대학교 건축학부 부교수) -

문서 정보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 새로운 건축의 모습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남성택(서울건축문화제 감독) 생산일 2021-09-07
관리번호 D0000043470294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