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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 발자취 따라 ‘풍납토성’ 비대면 탐방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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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송파구 생생문화재 ‘비지트인 한성백제’ 참여기

코로나 시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교육, 행사, 축제 등이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은 듯하다. 이러한 상황 속 필자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2021 송파 생생문화재 ‘비지트인 한성백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는 송파구에 있는 한성기 백제 문화유산인 풍납토성과 석촌동 고분군 중 하나를 선택해 개인 또는 가족과 함께 둘러보는 비대면 탐방 프로그램이다.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풍납토성 탐방길에 올랐다.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풍납토성 탐방길에 올랐다. ⓒ방윤희

지난 7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사)문화살림 홈페이지를 통해 탐방 신청이 진행됐으며, 사전 신청자에 한해 탐방 키트가 집으로 배달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키트 수령자에 한해 자율탐방 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키트 안에는 마스크와 손수건, 에코백, 미션 토퍼, 쿨 스카프 등이 담겨 있었다.

탐방 장소인 ‘풍납토성’이 새겨진 미션용 토퍼에 색을 입히며, 2천 년 전 역사를 찾아가는 미션이 키트 하나로 해결된다니 맞춤용 간편 세상이 된 듯했다. 단단히 마스크를 쓰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서울창의마을 풍납캠프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출발지로 선택한 이곳은 풍납토성 탐방로이자 백제역사길 코스와도 맞닿아 있다. 1.3km의 백제역사길은 국가 제사를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신전유구와 수만점의 유물이 발견된 경당지구, 백제문화공원 등이 위치한 코스다.
남쪽 성벽 전망대로 가는 길은 초원에 와 있는 듯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남쪽 성벽 전망대로 가는 길은 초원에 와 있는 듯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방윤희

풍납토성 남쪽 성벽을 시작으로 남쪽 성벽 전망대가 위치한 토성길로 향했다. 송파둘레길과도 연결된 풍납토성 탐방로는 백제한성기 풍납토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토성 밑으로는 푸릇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롯데월드타워가 훤히 보이는 탁 트인 남쪽 성벽은 도심 속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가 어우러진다.

곳곳의 푯말을 통해 백제의 유적과 문화 등을 들여다볼 수 있어 절로 역사 공부도 된다. 백제를 건국한 온조왕부터 백제의 기초를 다진 고이왕,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업적까지 남쪽성벽 산책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남쪽 성벽 전망대에 올라 풍납토성의 역사와 토성 내부 축조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남쪽 성벽 전망대에 올라 풍납토성의 역사와 토성 내부 축조방식을 엿볼 수 있다. ⓒ방윤희

남쪽 성벽 전망대에 올랐다. 풍납토성의 동쪽벽 경계에 인접한 이곳에는 풍납토성과 토성 축조 방식에 대한 안내문이 잘 나와 있다. 풍납토성은 한강 남쪽에 위치한 초기 백제의 성곽인데,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청동제 다리미 및 금제 둥근 귀걸이, 금계 허리띠 등이 발견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63년 사적 제11호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풍납토성 남쪽 성벽에서 바라본 정취로 낮은 구릉이 연상된다.
풍납토성 남쪽 성벽에서 바라본 정취로 낮은 구릉이 연상된다. ⓒ방윤희

현재 풍납토성은 남쪽 성벽·북쪽 성벽·동쪽 성벽(일부 제외) 1.9km 가량이 보존·정비돼 있다. 성벽의 평면적 분포형태 등을 고려해 볼 때, 서쪽벽이 존재했다면 총 둘레가 3.5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구려의 국내성(약 2.6Km), 경주의 월성(약 2.4Km)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규모다. 특히 자연구릉을 활용한 몽촌토성이나 월성과는 달리 평지에 흙을 쌓아 올려 축조한 도성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이곳 남쪽성벽은 높이가 낮고 완만해서인지 마치 초원에 와 있는 듯하다.
토성 주변으로 밀집한 아파트와 건물과 안쪽 문화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채롭다.
토성 주변으로 밀집한 아파트와 건물과 안쪽 문화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채롭다. ⓒ방윤희

300m 남짓 남쪽 성벽의 끝자락에 이르자 길 하나가 나왔다.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자 풍납토성 동쪽 성벽이 펼쳐졌다. 주변으로 밀집한 아파트와 건물들이 보이는 곳이 토성의 바깥쪽이다. 토성 안쪽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햇볕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차양막이 설치돼 있다. 차양막 의자와 바닥 블록에 새겨진 백제 한성기의 수막새 문양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백제의 여인 ‘도미부인의 설화’도 무척 흥미로웠다. 푯말에 적힌 백제의 역사와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길이 끝나 있다.
도로가 나 길이 끊긴 동쪽 성벽이 공중전화박스 뒤로 다시 펼쳐진다.
도로가 나 길이 끊긴 동쪽 성벽이 공중전화박스 뒤로 다시 펼쳐진다. ⓒ방윤희

공중전화박스가 놓인 작은 길 하나를 건너 계속 동쪽 성벽을 따라 걸었다. 성벽 안을 둘러싸고 바깥에 위치한 주택과 건물이 문화유적과 조화를 이룬 풍경이 시선을 잡아끈다. 풍납토성은 1,500여 년이 넘도록 잠들어 있던 위례성이다. ‘삼국사기’에는 위례가 적산이라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전기에 편찬된 역사서는 모두 위례성을 지금의 천안이라고 적어놓았지만,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고증을 통해 잘못된 추정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더불어 근대 이후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천안지역은 마한의 중심 소국이던 목지국이 있었던 곳이며, 백제국의 중심지는 지금의 서울시 송파구 일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때 남한산성 내부의 광주 군치가 본래의 하남일대에서 옮겨 온 것이 확인되자 위례성이 지금의 하남시에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몽촌토성 일대가 발굴되자 백제의 첫 도읍인 위례성이 몽촌토성으로 비정되었다가, 마침내 1990년대 풍납토성이 발굴되자 현재의 풍납토성이 백제 시조 온조가 기원전 18년 한강 유역에 정착해 처음 도읍한 하남 위례성인 것을 인정받았다.
보호대가 설치된 북쪽성벽은 완만한 남쪽과 동쪽 성벽과 달리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보호대가 설치된 북쪽성벽은 완만한 남쪽과 동쪽 성벽과 달리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방윤희

도깨비시장이 위치한 전통시장길로 들어서자 풍납토성 북쪽 성벽이 나타났다. 북쪽 성벽은 구릉 같이 완만했던 남쪽과 동쪽의 성벽과는 달리 흙을 다져서 쌓아 올려서인지 성벽의 높이가 제법 높다. 세월이 흐르면서 풍화작용에 의해 깎이기도 하고 토성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탓도 잇겠지만 이곳 북쪽 성벽은 보호대를 설치해 보존이 잘 돼 있다. 풍납토성이 단순한 방어용 요새가 아닌 백제의 도성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드리골 풍자 사이로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룬다.
바람드리골 풍자 사이로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룬다. ⓒ방윤희

토성을 따라 조성된 숲길을 걸어 나오자, 바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바람드리골’ 풍차 사이로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루었다. 이내 2천 년 전 한성백제 왕성과 천호대교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풍경에 사로잡힌다. 한성백제는 백제의 약 700년 역사 중 약 500년 간을 서울 한성에 수도를 두었던 시기를 의미한다.

백제는 ‘한강’을 중심으로 왕성인 ‘위례성’을 건축하고 풍요롭게 살며 화려한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그러나 5세기 말 고구려 장수왕의 3만 대군에게 수도 ‘한성’이 함락되고, ‘웅진(공주)’으로 천도하게 된다. 그 후 ‘위례성’은 폐허로 방치돼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잊혀 갔고, 점차 그 흔적마저 땅속에 묻혀 한성백제의 시대는 그렇게 잃어버린 왕국이 되었다.

그 후 1,600년 동안이나 지하에 묻혀 있던 한성백제의 역사가 1977년에 우연히 발견된다. 풍납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에 훼손되어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한성백제의 왕성 유적을 한 사학자가 발견한 것이다. 이후 국가적인 차원의 발굴 작업이 진행되었고, 이 발굴 과정에서 ‘풍납토성’이 백제 초기의 왕성이며 백제의 위대한 건축기술이 반영된 유적지란 학설이 힘을 얻게 되었다. 한 사학자의 우연한 발견이 영원히 묻혀버릴 뻔한 한성백제왕성의 모습을 드러나게 해준 것이다.
흙을 다져서 쌓아 올린 북쪽 성벽의 모습, 풍납토성이 끝나는 지점이다.
흙을 다져서 쌓아 올린 북쪽 성벽의 모습, 풍납토성이 끝나는 지점이다. ⓒ방윤희

북쪽 성벽을 지나 한강길을 걷다보니 소실된 서쪽 성벽 자리에 ‘풍납백제문화공원’이 나타났다. 풍납토성 탐방의 정점을 찍는 곳이다. 여기에는 풍납토성의 역사적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중요 유구를 재현해 놓았다.

이번 비대면 탐방은 해설자 없이 탐방길에 올라 흙 한 줌과 풀 한 포기, 그곳에 내려 앉은 나비의 몸짓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곳곳의 안내 표지판을 되새겨보며 과거 이 곳이 어디쯤이었을지 오감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과거 2천 년 전 송파에 도읍을 정하고 493년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한성백제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일은 언제가도 의미있는 길이다.

■ 서울 풍납동 토성 안내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72-1
○ 교통 : 지하철 5호선 천호역 10번 출구 > 약 120m(도보 약 3분) > 풍납동 토성 입구(풍납근린공원)
○ 운영 : 연중무휴
○ 입장료 : 없음
○ 비지트인 한성백제 프로그램 문의
- 문화살림 홈페이지(클릭)
- 문화살림 사무국 : 02-3401-2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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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 발자취 따라 ‘풍납토성’ 비대면 탐방 떠나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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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방윤희 생산일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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