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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높이기 위해 '투명인간 인센티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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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학교 정책학과 및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와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및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와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19와의 전쟁에도 끝이 보이는 걸까요? 백신 접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유일한 무기로 '백신'을 꼽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난 6월 8일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및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와 온라인 플랫폼으로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고 있다. 6월 10일 오전 11시 기준 1차 백신접종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월 말 첫 접종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는 30세 미만에 대한 1차 접종도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30세 미만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과 만성 신장질환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와 돌봄인력 등이 백신을 맞는다. 이제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우리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

의사 출신이면서 현재는 경제학과, 정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누구보다 코로나19 백신 인센티브에 대해 다각적 접근이 가능하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우리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 학자로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백신 인센티브는 아마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민해 본 주제일 겁니다.

홍콩과 미국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계신데요. 지금은 홍콩에 계신거죠? 홍콩은 접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떤가요?

예. 지금 홍콩에 있습니다. 홍콩은 2월말부터 화이자 백신과 시노백 백신을 일찌감치 인구수의 2배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났는데 백신접종률이 1차 접종률을 20%를 겨우 넘긴 상황입니다. 홍콩의 경우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접종 기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신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8월말까지 접종률을 높이지 못할 경우 상당 수 폐기되겠지요.
백신 접종을 맞고 있는 시민
백신 접종을 맞고 있는 시민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홍콩에서는 아파트가 경품으로 나오기도 했다고요?

홍콩 부동산 기업들이 홍콩 중심가의 아파트를 백신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가 됐습니다. 홍콩에서는 정부보다는 민간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기업 홍보 효과도 있고, 집단면역 달성으로 홍콩 경제가 살아나면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할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입니다.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금전적 인센티브와 비금전적 인센티브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복권을 주고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11억 원, 경품도 어마머마하고, 언론을 통해 당첨자의 사연도 소개하고요. 미국 메릴랜드 주, 뉴욕 주에서도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 접종자에게 상금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복권 뿐 아니라 현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주에서는 백신 맞을 때마다 현금카드를 주고, 인도에서도 세금 환급해 주는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는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는 등의 여행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브루마블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김현철 교수는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는 등의 여행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브루마블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비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까 합니다. 교수님이 제시한 인센티브 중에 인상적인 것이 많은데요. 신데렐라 인센티브, 투명인간 인센티브, 브루마블 인센티브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비금전적 인센티브는 돈이 아닌 조건으로 참여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말합니다. ‘신데렐라 인센티브’는 식당, 카페 등 밤 10시 영업 제한을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신데렐라는 12시 통금이 있었지만, 백신을 맞으면 통금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투명인간 인센티브’는 백신 맞은 사람들을 실내 다중이용시설, 종교기관 등의 인원 제한에서 제외시키는 것입니다. 인원제한에 걸리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브루마블 인센티브’는 여행과 관련된 인센티브로 해외 여행 후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했는데요. 가족모임, 사적모임, 종교활동, 실내 다중시설 이용에서 인원 제한을 풀어주는 ‘투명인간 인센티브’ 위주입니다. 주로 젊은 층에 효과가 있는 인센티브여서 노년층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가 제안하는 투명인간 인센티브 / 사적모임, 종교활동,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에 거리두기에 따른 인원 제한 기준에서 백신 접종자 제외.
김현철 교수가 제안하는 신데렐라 인센티브 / 신데렐라는 밤 12시 통금이 있지만, 백신을 맞으면 통금이 사라지는 것

지난주 60~74세 연령대의 백신 사전예약률은 80.6%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접종 백신 인센티브 발표 후 백신접종 예약률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19] 51.96% → [5.26] 57.7% → [6.3] 78%, 10일간 20.3% ↑) 국내 고령층 참여율이 높다고 보여지는데 어떠한가요?

고령층 80%가 예약했다는 게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나머지 20%는 예약을 안했다는 이야기니까요. 집단 면역을 이루기 위해 추청되는 접종률이 보통 전체 인구의 70~75%라고 얘기하는데요. 현재는 18세 미만 청소년, 어린이는 백신을 못 맞잖아요. 그런 걸 감안하면 90% 이상 맞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80%도 부족한 것입니다.

젊은층과 노년층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노년층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중중 위험도가 높은 연령층이니까요. 따라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 멀어서 백신을 못 맞는 분들, 예약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 맞는 분들이 없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정방문 프로그램과 교통편 제공을 통해 5%에 불과한 인체면역 결핍바이러스(HIV) 검사 비율을 70%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촘촘한 행정력을 동원해 노인들도 쉽게 접종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 가정방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방접종에 따른 방역 조치 단계적 조정 방향(표)

서울시에서는 최근 백신접종자에게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백신접종자에게 경로당 출입하는 내용,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나가는데 나만 못나가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니까요. 정부에서 장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까운 친구가 함께하자고 독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백신을 맞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제학에는 외부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나한테도 좋지만 다른 사람한테도 도움을 줍니다. 사실 백신을 안맞으신 분들은 백신을 맞으신 분들 덕분에 혜택을 보고 있거든요.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줄어드는 거니까요. 오히려 백신을 안맞으신 분들은 백신을 맞은 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고, 백신을 맞으신 분들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종식이 될까요?

우리나라만 종식된다고 끝나는 게 아니죠. 외국에서 유입될 수 있으니까요. 더구나 동물숙주도 존재해서 더 어렵습니다. 집단면역에 이르더라도 시간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되는 사람들이 다시 생겨납니다. 그렇게 독감처럼 갈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실제적 종식은 어떻게 되나요?

코로나 19에 걸린 사람의 숫자를 발표하지 않는 순간이 되는 것이 실제적 의미의 종식입니다. 독감도 때가 되면 예방주사 열심히 맞고 지내는 것처럼, 코로나19도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걸리는 사람마다 숫자가 발표되면 잊어버릴 수가 없는 거죠. 매일매일 발표되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중요한 건 중환자실에 가거나 돌아가시는 분들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적어져서 발표가 무의미해지면 독감처럼 존재하지만 잊어버린 채 지낼 수 있는 거죠. 현실 가능한 실제적인 종식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교수님도 그동안 비대면으로 수업하셨을 텐데요. 종식이 된다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대면이 주는 기쁨, 스킨십·아이컨택에서 오는 기쁨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종식이 된 것은 아니지만, 홍콩은 다행히 다음 학기부터는 완전히 대면으로 전환됩니다. 이게 가능한 것이 학생들한테 백신을 맞던지,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하도록 했어요. 코넬대학교는 지난학기부터, 홍콩과기대는 돌아오는 학기부터 그렇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고민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 여전히 마음 한 곳에서는 불안이라는 불씨가 존재하며, 이 불씨는 매 순간 타오를 때를 노린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선 ‘백신’만이 최선이다.
백신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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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높이기 위해 '투명인간 인센티브' 어때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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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내 손안에 서울 생산일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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