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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케어팜' 은평의마을…텃밭 가꾸며 마음 치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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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요양시설 내 유휴공간을 텃밭으로...'서울형 케어팜' 시범단지 조성
은평의마을에 서울형 케어팜 시범사업으로 텃밭을 조성했다.
은평의마을에 서울형 케어팜 시범사업으로 텃밭을 조성했다. ⓒ윤혜숙

은평구 구산근린공원을 지나니 저 멀리 '은평의마을'이 보인다. 은평의마을에서 ‘은평’은 은혜롭고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재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이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성인남성노숙인요양시설이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설에 입소한 생활인의 거주 보호, 가족 찾아주기, 입?퇴원 관리, 시설 내 환자의 보살핌 및 전문 의료시설로의 전원,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 재활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 '서울형 케어팜(Care Farm)' 시범단지가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서울형 케어팜(Care Farm)'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 공간을 조성하고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해 시설이용자의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절대적인 부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시의 현황을 고려해, 유럽과 같은 농장형 치유농업 공간을 조성하는 대신 복지관이나 요양시설 등의 유휴공간을 이용해서 텃밭을 조성하고 있다.

연동현 생활복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은평의마을 제1생활관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 담벼락을 따라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옥상 바닥은 딱딱해서 거기에 흙을 깔아서 작물을 재배할 수 없다. 그래서 텃밭 상자를 일렬로 배치해서 농작물을 심어놓았다.
옥상에 텃밭상자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옥상에 텃밭상자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윤혜숙

상자마다 작물의 이름이 적혀 있다. 토마토, 배추, 꽃상추, 적상추, 쑥갓 등 작물도 다양하다.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 있는 텃밭을 바라보니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특히 쑥갓은 무성하게 자라서 상자를 빈틈없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성모동산에도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성모동산에도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윤혜숙

제1생활관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성모동산이 있다. 성모동산으로 가는 길에도 곳곳에 텃밭 상자가 있다. 너른 성모동산에도 구획을 나눠서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렇듯 은평의마을 곳곳의 유휴공간에는 어김없이 텃밭이 자리하고 있다.
제1생활관 건물을 따라 텃밭상자가 놓여 있다.
제1생활관 건물을 따라 텃밭상자가 놓여 있다. ⓒ윤혜숙
시설에 입소한 생활인들이 텃밭을 돌보고 있다.
시설에 입소한 생활인들이 텃밭을 돌보고 있다. ⓒ은평의마을

은평의마을에 텃밭을 조성하기까지 시작은 이랬다. 지난 2019년 은평의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제안사업을 발표했다. 이때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예산을 확보하고 농사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다. 서울시 도시농업과에 문의해 '2020년 도시농업공간조성 사업'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서울시는 은평의마을에 텃밭을 조성함으로써 ‘농업으로 치유하는 도시, 서울’ 구축에 한 발 나아간 셈이다.
은평의마을 생활인들이 가꾼 농작물이 자라나고 있다.
은평의마을 생활인들이 가꾼 농작물이 자라나고 있다. ⓒ윤혜숙

은평의마을에 입소한 대다수 생활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들은 작물을 재배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상의 지루함을 떨쳐내며 생활에 활력소를 얻고 있다. 작년에 텃밭을 조성할 당시만 해도 시설 직원들은 생활인들의 변화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결과를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활인들이 텃밭 상자를 보면서 작물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볼 땐 가시적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도 시설 내에선 그들이 작물에 보이는 작은 반응 자체가 큰 치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생활인들이 자활농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생활인들이 자활농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윤혜숙

그렇다면 은평의마을에선 작물을 어떻게 재배하고 있을까? 은평의마을 직원들도 그 전에 농작물을 재배한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 은평의마을 생활인들은 자연농업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자활농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매주 1회 아카데미 관리인이 방문해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지도한다. 작물에 따라 심고 수확하는 주기가 달라서 시기별로 재배해야 할 작물들이 달라진다. 관리인은 생활인들과 함께 텃밭 상자에 심어둔 작물의 성장을 살펴보고, 언제 수확할지 그리고 또 빈 자리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등을 알려준다.

작물은 일반 토양에선 자라지 않는다. 그냥 흙만 있는 곳에 씨앗을 심는다고 작물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퇴비, 유황, 미생물 등이 섞여 있는 기름진 토양에서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다. 은평의마을에서 가꾸는 텃밭 상자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농약을 쓰지 않는다. 자연농법으로 물만 주고 재배하는 무공해 작물이다.

생활인들은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농부로서 활동하면서 자립 의지를 고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또 생활인들은 씨앗을 심어서 가꾼 뒤 수확한 작물로 쌈을 싸서 먹는 등 그들의 식탁에 올리고 있다. 작년 겨울엔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행사를 개최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 담그기를 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 담그기를 했다. ⓒ은평의마을

은평의마을 곳곳의 텃밭을 둘러보고 나올 때 마침 자연농업아카데미 관리인이 자활농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제1생활관 앞 마당에 생활인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그들은 관리인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나고 자라는 작물이 있어서 오늘의 강의를 열심히 수강하고 있다. 작물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보살피는 생활인들은 마음의 치유와 함께 자립에 대한 의지가 솟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게 서울형 케어팜이 도입된 취지다.

■ 서울특별시립은평의마을

○ 주소 : 서울 은평구 갈현로15길 27-1(구산역 3번 출구에서 1208m)
홈페이지
○ 문의 : 02-3156-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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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케어팜' 은평의마을…텃밭 가꾸며 마음 치유해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1-05-26
관리번호 D000004264020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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