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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대각선 횡단보도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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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현재 총 120곳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올해 26개소 확대 예정

바쁜 시간이면 더 그랬다. 엘리베이터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진다. 몹시 급한 순간 엘리베이터가 바로 내려갔거나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다 버스를 놓칠 때마다 성질만 버렸다. 느리게 바뀌는 신호등을 보면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신호가 아닌가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횡단보도를 두 개나 지나야 하는 사거리의 경우는 더하다. 하나를 건넌 후 또다시 신호등을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된 횡단보도가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교차로에서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가로세로 방향으로 놓인 횡단보도와 다르다. 대각선 모양으로 가로지르도록 설치돼 일단 신호가 바뀌면 모든 차량 통행을 일시 정지시켜 보행자들이 어느 방향으로든 동시에 건너갈 수 있도록 했다.
성북구 길음동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성북구 길음동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박은영

대각선 횡단보도는 나라마다 존재하지만 그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뒤섞여 지나가는 모습을 따와 일본과 캐나다에서는 '스크램블 교차점'이라고 하고, 영국에서는 'X자형 횡단보도'라고 부른다. 1940년대 말 보행자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 생겨난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보다 차량 통행을 우선하는 교통 공학자들의 의견으로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교통 통제 시간을 제외하고 도로에서는 차량이 우선이었던 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보행자의 편의와 안전을 추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여러 국가에서 대각선 횡단보도를 재설치 하고 있는 추세다.
신호가 바뀌자 교차로의 모든 차량이 멈춘 모습
신호가 바뀌자 교차로의 모든 차량이 멈춘 모습 ⓒ박은영

서울시 역시 보행자를 위한 대각선 횡단보도를 꾸준히 늘려 왔다. 2018년까지 매년 3~4개소를 설치, 서울시내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는 총 120곳에 달한다. 설치 장소는 대부분 왕복 2차로 등 좁은 도로 위주였다.

지난해부터는 종로1가와 연세대 정문 앞 등 교통량과 보행량이 모두 많은 서울의 중심가로 확대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5개 이상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해 시민의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지난해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 중,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교차로를 찾았다. 아파트 주거단지이자 바로 앞에 계성여고가 있어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다. 신호등이 바뀌자 네거리의 교차로 어디에서도 지나는 차량을 볼 수 없었다. 차들은 멈췄고, 사람들은 지그재그로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대각선 횡단보도를 흔히 접하지 않았던 필자는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강북구 삼각산 119 안전센터 앞의 교차로 역시 신호가 바뀌자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였다.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는 일이 없으니 시간 절약의 효과는 분명했다.
강북구 삼각산 119센터 앞 교차로의 대각선 횡단보도
강북구 삼각산 119센터 앞 교차로의 대각선 횡단보도 ⓒ박은영

서울시는 올해 사업 후보지 26곳을 선정해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종전대비 6배 이상 확대 설치를 준비하는 대각선 횡단보도의 대상지 선정에도 기준이 있다. 관광지나 쇼핑 등의 수요가 많은 지점, 어린이 및 어르신 보호구역, 녹색교통진흥지역의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우선 선정한다. 특히 어린이 및 노약자 등 보행약자가 많은 보호구역 등에는 보행자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횡단보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설계와 교통시설심의, 지장물이설 및 공사시행 등 여러 단계와 관련 부서의 협조 등 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에 시간제, 요일제 등 새로운 신호체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요일별, 시간대별 보행량 차이가 많은 도심의 특성과 출퇴근 수요 등 보행자 이동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박은영

지난 해부터 준비해 온 2021년도 대각선 횡단보도 26개소 선정은,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서울시에서 실시설계 및 상반기부터 공사를 추진해 10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내 계획을 완료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적극 협의하고, 차량 정체 완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할 방침이다. 긴 여정을 통해 설치되는 대각선 횡단보도 덕에 시민들은 더욱 빠른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시는 교통 정책의 방향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사실 대각선 횡단보도에 대해 잘 몰랐었다. 차보다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내용만으로도 반가웠다. 거리와 골목 어디에도 차량이 다니는 현실에서 대각선 횡단보도는 완벽히 보행자를 위한 사업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바로 건널 수 있어 더욱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고, 전 차량이 운행을 정지해 횡단보도 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걷기 편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대각선 횡단보도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바란다면 더 많은 장소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되길, 그래서 더 많은 보행자가 그 만족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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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대각선 횡단보도 더 늘어난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박은영 생산일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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