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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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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세계에 알린 앨버트 W. 테일러가 살았던 가옥 복원…1일 시민에 개방
3월 1일 시민들에 공개된 서양 건축 양식의 딜쿠샤
3월 1일 시민들에 공개된 서양 건축 양식의 딜쿠샤 ⓒ김은주

세월의 묵은 때를 벗어내고 옛 모습을 되찾은 ‘딜쿠샤’가 지난 3월 1일 서울 시민들 앞에 선보였다. 한때 귀신의 집으로 불렸던 은행나무 앞집의 미스터리가 밝혀진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그간 딜쿠샤는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건물이 망가져 딜쿠샤란 예쁜 이름 대신 귀신의 집이라고도 불리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딜쿠샤(Dilkusha)란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이다. 이름만 들어도 그 집이 어떤 모습이고 분위기인지 짐작이 가게 해주는 근사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11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딜쿠샤와 호박 목걸이’라는 기증유물특별전으로 선보였던 딜쿠샤 이야기는 3ㆍ1운동을 세계에 알린 AP 통신원 앨버트 W.테일러가 가족과 함께 거주했던 서울의 집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한옥들이 즐비한 언덕 위, 서양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집의 정체가 공개된 순간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딜쿠샤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딜쿠샤의 정초석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딜쿠샤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딜쿠샤의 정초석 때문이었다. ⓒ김은주

앨버트 W. 테일러와 부인 메리 L.테일러는 1917년 한국에 들어와 1923년과 1924년에 걸쳐 딜쿠샤를 완공하게 된다. 미국의 네바다에서 출생했던 그가 왜 머나먼 타국인 한국에까지 오게 됐을까? 광산기술자로 한국에 먼저 와 있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서울로 온 앨버트는 광산 일과 함께 테일러 상회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갔다.

그는 1919년 연합통신 통신원에 선발되면서 한국과의 운명의 끈이 더욱 단단하게 이어졌다. 고종의 국장과 함께 3ㆍ1운동을 취재하게 되었고, 큰 아들이 출생할 당시 병원 침상에 숨긴 독립선언서를 미국으로 보내는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919년 뉴욕타임즈에는 한국의 독립운동 이야기가 실리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제암리 학살사건, 독립운동가 재판 등을 취재했다. 일제의 심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그의 노력은 대단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민들에게 공개된 딜쿠샤의 거실 모습
시민들에게 공개된 딜쿠샤의 거실 모습 ⓒ김은주
서양의 앤틱 가구와 한국의 고가구가 잘 어우러진 1층 거실
서양의 앤틱 가구와 한국의 고가구가 잘 어우러진 1층 거실 ⓒ김은주

1942년 일제에 의해 테일러 부부가 추방당한 후, 딜쿠샤는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면서 불법 개조되고 낡아 본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앨버트의 아들은 자신이 한국에 살 때 거주했던 이곳을 찾고자 서일대 김익상 교수에게 의뢰했고, 마침내 2005년 딜쿠샤를 찾는 데 성공했다. 집을 찾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딜쿠샤는 2018년 11월 복원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공사가 완료됐다. 그리고 지난 3·1절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완공이 된 모습을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한 외관을 자랑했다.

딜쿠샤는 화강석 기단 위에 붉은 벽돌을 공동벽 쌓기의 방식으로 만든 건축적 특징이 있는 집이다. 지하1층, 지상 2층으로 된 집으로, 집 여러 곳에 추위를 막기 위해 벽난로가 설치됐으며, 국내 서양식 집의 건축기법과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현존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딜쿠샤는 등록문화재 제687호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로 선정되었다.
딜쿠샤의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 불리는 2층 거실
딜쿠샤의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 불리는 2층 거실 ⓒ김은주

남아있던 사진 자료와 고증 연구를 통해 원형 복원에 총력을 기울인 딜쿠샤. 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딜쿠샤의 심장부라 불리는 2층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공간이다. 벽난로 위에는 한국의 고려청자를 좋아했던 부부의 취향을 살려 전시되었고 아름다운 자수가 놓인 병풍, 서양의 앤틱 가구와 한국의 전통가구가 어우러져 동서양의 조화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앨버트가 메리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선물한 호박목걸이
앨버트가 메리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선물한 호박목걸이 ⓒ김은주
일하는 하인들을 부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종
일하는 하인들을 부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종 ⓒ김은주

또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사용되었던 천장에 달린 종, 커다란 괘종시계, 벽난로 중심으로 놓인 의자와 아름다운 고가구들이 주는 편안함이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방마다 꾸며진 전시공간에서는 한국에 머무르며 그린 메리 L. 테일러의 금강산 풍경과 한국 지인들을 그린 그림, 음첨골 금광에서 금을 채취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테일러 상회에서 판매했던 타자기, 앨버트 W. 테일러가 메리 L. 테일러에게 청혼하기 위해 선물한 호박목걸이 등의 전시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방은 테일러 부부의 여러 기록들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방은 테일러 부부의 여러 기록들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김은주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앨버트는 다시 한국으로 가기 위해 알아보던 중 194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아내 메리 L. 테일러는 남편의 뜻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남편의 유해를 안치했다. 한국과의 아름다운 인연은 이렇게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딜쿠샤를 관람하고 나서 앨버트 W.테일러를 만나기 위해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딜쿠샤는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사전예약 후 관람할 수 있으며, 결원이 발생할 경우는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예약을 하면 전문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과 함께 딜쿠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올 봄, 다시 되살아난 아름답고 우아한 딜쿠샤의 집안 곳곳을 여행해보자.

■ 딜쿠샤 관람 안내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 관람시간: 화~일요일 9:00-18:00 (월요일 휴관)
- 일 4회(10시, 13시30분, 15시, 16시30분), 매회 15~20명 이내
○ 사전예약
○ 문의: 070-4126-8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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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를 아시나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은주 생산일 2021-03-10
관리번호 D000004209563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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