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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을 위한 공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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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박해의 아픈 역사와 건축 공간이 주는 위로 간직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모습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모습 ⓒ김은주

그 어느 때보다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1년 이란 긴 시간을 우리의 일상 속에 침투해 있을 동안 우리의 일상도 삶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마음에 상처가 많이 났다.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쌓인 힘겨움이란 감정을 털어내기 좋은 곳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마음챙김'이란 것을 그 공간에서 누려보고 싶어서였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전시실 모습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전시실 모습 ⓒ김은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국가 공식 처형지였던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에 조성되었다. 역사를 꽤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국가 공식 처형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접할 기회가 잘 없었기에 더욱 궁금했다. '서소문 밖 네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었고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에서 조선 초기부터 한양의 공식 처형지로 지정되어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천주교 신자들도 이곳에서 처형을 당했는데 사료에 의하면 98명의 목숨이 사라진 한국 최대 순교성지가 되었다.

2019년 6월 1일 개관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빼곡한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잠깐 멈춰 서 호흡을 가다듬고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고즈넉한 문화창조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친절한 안내와 함께 발열체크와 QR코드를 등록하고 손소독제로 소독한 후에야 입장이 허가된다. 코로나 시대 다중시설의 안전하고 철저한 이용 절차이다보니 성가시기 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콘솔레이션 홀의 모습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콘솔레이션 홀의 모습 ⓒ김은주

이곳은 2018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되면서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개되어 모두가 아우러져 함께 머물다 갈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머무르며 상설 전시와 함께 특별 전시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상설 전시실은 조선 후기 사상사의 흐름을 다룬 1전시실과 서소문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자세히 언급해주는 2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공간 마다 무늬를 이루듯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죄인들의 목에 씌웠던 ‘칼’을 형상화하거나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뜻하는 ‘수난자’, 박해와 수난을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입체를 지닌 ‘순교자의 길’ 등 박물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머금은 작품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커다란 공간 속 평화로움과 위안을 안겨주는 '콘솔레이션 홀'은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을 모티브화한 공간이다. 순교한 5명의 성인의 유해를 모신 곳에 자연광을 비춰 더 특별한 경건함을 체험해볼 수 있다. 사방을 둘러싼 네 개의 벽면에서는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전도가 6분 동안 아름답게 비춰져 가만히 앉아 그림과 새소리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두 번째 하늘길의 '좁은 문으로' 미디어 아트 전시 모습
두 번째 하늘길의 '좁은 문으로' 미디어 아트 전시 모습 ⓒ김은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많은 포토존은 '하늘광장'이다. 지하 3층에서 지상의 공원까지 뻥 뚫려 있는 이 공간은 이환권 작가의 ‘영웅’과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들’의 작품으로 더욱 공간 개념이 잘 드러나는 장소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으면 아주 근사하게 잘 나온다.

하늘광장의 오른쪽에 위치한 두 번째 하늘길은 순례자의 길을 뜻하는 좁은 문으로 이 길에 들어서자마자 깊은 울림을 느껴 볼 수 있다. 하늘길에서는 ‘좁은 문으로’란 미디어아트 전시가 12분간 진행된다. 파도가 치고 길이 갈라지는 영상이 실제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이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 길의 끝에 권석만 작가의 ‘발아’ 전시작품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하늘길의 끝에서 만나는 권석만 작가의 '발아' 작품
두 번째 하늘길의 끝에서 만나는 권석만 작가의 '발아' 작품 ⓒ김은주

기획전시실에서는 중견작가인 채미현, 닥터정의 초대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어두운 전시 공간 속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빛의 조형 세계를 관람할 수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이 되는 2미터를 작품의 주제로 삼아 그 거리의 공간적 의미를 새롭게 나타냈다. 2미터란 물리적 거리를 사랑으로 열린 거리란 의미로 재설정해 순도 높은 레이저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는 정해진 시간에 지하 2층 성 정하상 기념경당에서 미사가 진행되어 참여할 수 있으며 도서관, 뮤지엄샵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실내뿐 아니라 야외의 지상 서소문공원에 조성된 노숙자 예수, 순교자 현양탑, 서소문 밖 연대기 등도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 조성된 교황청 공식 지정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내 하늘광장의 모습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내 하늘광장의 모습 ⓒ김은주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일상 속 잠시 멈춰 서는 여유와 함께 순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허락했다. 마음이 힘들고 고단한 이들에게 이곳은 평안과 안식, 천천히 사유하고 사색하며 내려놓음을 경험하게 한다.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마음챙김의 시간을 누리며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언제나 시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관람 안내

○ 위치 : 서울시 중구 칠패로 5 서소문 역사공원 내
○ 가는법 :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직진
○ 개장시간 : 매일 09:30 -17:30 (월요일 휴무)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www.seosomun.org
○ 문의 : 02-314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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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을 위한 공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가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은주 생산일 2021-02-08
관리번호 D000004189704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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