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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열애설에 나타난 봉건시대적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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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 루머로 급기야 활동 중단에까지 이른 설리

[서울톡톡]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가 갑자기 활동을 중단해 화제가 됐다. 설리는 에프엑스에서 귀엽고 청순한 여동생 같은 이미지로 수많은 오빠-삼촌팬들에게 사랑 받았던 멤버다. 그런데 힙팝 가수인 최자와 열애설이 터진 후 악플과 루머에 시달려왔다. 설리는 '우리는 단지 오빠와 동생 사이'라며 열애설을 극구 부인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열애를 사실이라고 단정하고 설리를 공격했다.

그런 가운데 한 네티즌이 우연히 주웠다며 최자의 지갑을 인터넷상에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지갑 안에는 설리와 최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네티즌은 확실한 증거가 나타났다며 설리를 물 만난 듯 공격했다. 설리가 조금만 특이한 행보를 보이면 그것을 최자와 관련해 해석한 루머가 일파만파 퍼지고, 악플이 줄을 이었다. 이에 시달리던 설리가 결국 활동을 중단하게 된 것인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또 설리의 프로의식 부재를 비난하고 나섰다. 함께 열애설의 도마 위에 오른 최자는 당당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설리의 민감한 대응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똑같은 열애설의 주인공인데 한 명은 당당하고 한 명은 고개 숙인 상황이 확실히 특이하긴 하다. 사람들은 이것을 설리의 품성 탓이라고 공격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아이유 사건을 떠올려보자. 과거에 아이유가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와 열애설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아이유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 전까지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그녀였지만, 열애설이 한 번 터지자 그 엄청난 인기가 허망하게 붕괴해버렸다. 지금도 물론 사랑받는 가수이긴 하지만 한때 국민영웅 김연아와 견줄 정도로 거대했던 신드롬적 인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함께 열애설에 올랐던 남자 가수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아이유와 설리에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열애설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받는 데에는 '성품'이 아닌 남녀 '성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대중의 신랄한 공격이 여자 쪽에 집중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여자가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설리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왜 여자가 문제인 걸까? 사람들이 여자에게 더욱 엄격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겐 아직도 정조관념, 청순함 등이 요구되지만 남자에겐 관대하다. 예를 들어 남자라면 과거 클럽에서 좀 놀았다는 얘기를 토크쇼에서 해도 별일이 안 생길 것이다. 하지만 여자 스타가 그런 말을 했다가는 하루아침에 '낙인'찍히고 악플이 줄을 이을 것이다.

주로 과거의 풍습이 많이 남아있는 사회가 여자에 대해 유난히 엄격한 특징을 보인다. 대표적인 지역이 중동이다. 그곳에선 여자가 성적인 구설수에 휘말리면 심할 경우 집단적 폭력에 의해 죽임까지 당한다. 반면에 남자는 성폭행 가해자라고 해도 여자보다 훨씬 관대한 시선을 받는다.

한국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봉건시대적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이번 설리 활동중단 사태가 말해준다. 남자 연예인은 성적인 스캔들이나 대마초, 도박 등의 사건에 연루돼도 비교적 복귀가 빠른 편이다. 반면에 연자 연예인은 복귀도 어렵거니와, 평생 악플을 감수해야 되고, 복귀하더라도 이전의 톱스타 지위는 회복하지 못한다. 특히 아이유나 설리처럼 청순한 소녀 판타지로 인기 끌었던 여자 연예인이 구설수에 오를 경우 마치 집단폭행과도 같은 사이버 공격이 나타난다. 여성이 자유로워지는 데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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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열애설에 나타난 봉건시대적 흔적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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