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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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톡톡] "어라! 서울에서도 백일홍이 곱게 피어났네. 백일홍은 본래 남쪽지방에 피는 꽃인데..." "길가에 핀 저 분홍색 꽃을 말하는 거야? 저건 백일홍이 아니라 배롱나무 꽃인 걸~" |
일행들이 탄 승용차가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 전당 뒤편에서 잠간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운전대를 잡은 일행이 길가에 곱게 피어난 꽃을 발견하고 백일홍이라고 하자 다른 일행이 배롱나무라고 바로 잡아 준 것이다.
길가에는 정말 배롱나무 꽃들이 한창이었다. 10여 그루의 배롱나무 가로수가 모두 꽃을 피운 풍경이 거리를 화사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근처의 음식점 마당과 빌딩 화단에도 몇 그루가 서있었다. 다음날 찾은 남산 중턱 도로변에도 새하얀 개망초꽃과 어우러져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배롱나무는 남쪽지방에서는 6월말이나 7월초부터 10월 중순까지 3개월 이상 꽃을 피우는 나무다. 그러나 옛날에는 서울에서 흐드러진 배롱나무 꽃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추위에 약한 나무여서 생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쩌다 꽃을 피운 나무가 있긴 했지만 꽃이 탐스럽지 못했다. 겨울철의 혹독한 추위 탓이었다.
일행의 말처럼 100일 이상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한 번 핀 꽃송이가 100일 동안 계속 피어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꽃들이 몇 번인가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탐스런 꽃송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충청도 이남지역에 자생하며 꽃을 피우는 나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울과 경기지방에서도 제법 화사한 꽃을 탐스럽게 피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촌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 서울지방도 기온이 그만큼 높아진 때문이리라.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키는 5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잎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자루가 없다. 줄기는 홍자색으로 매끄러운 모습이다. 위로 곧게 자라지 않고 가지가 많은 나무다. 자미화나 백양수, 또는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줄기의 매끄러움 때문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매끄러워 보이는 줄기 때문에 옛날 양반가에서는 안마당에 심는 것을 금기시 했다. 벗은 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비의 거처인 바깥마당이나 서원, 정자. 그리고 사찰에 많이 심었다. 배롱나무줄기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것이고, 출가 수행자들이 세속의 습성이나 욕망을 다 털어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배롱나무는 곱고 아름다운 꽃에는 걸맞지 않게 가슴 아프고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어느 어촌바다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 이무기는 해마다 마을에 내려와 처녀를 잡아갔다. 마을에서 이무기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처녀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어느 해 제물로 바쳐질 처녀를 연모하던 이웃 마을의 청년 한 사람이 처녀를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청년은 처녀의 옷으로 바꿔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 밤중이 되자 이무기가 나타났다. 청년은 숨기고 있던 칼로 이무기의 목을 베었다. 놀란 이무기는 머리 하나가 남겨진 채 달아나 버렸다.
처녀는 이 청년을 평생 남편으로 모시고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년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 하나를 마저 베어야 안심할 수 있다며 배를 타고 이무기를 찾아 떠났다. 청년은 떠나기 전에 "내가 이무기 목을 베면 배에 하얀 기를 내걸 것이고, 만약 실패하면 붉은 기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처녀는 매일 청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100일이 되던 날 저 멀리 청년의 배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깃발이 붉은 색이었다. 순간 처녀는 절망하여 자결하고 말았다. 이무기가 죽으면서 피를 내뿜어 붉게 물든 것이었는데 처녀가 너무 성급했던 것이다. 청년은 너무 원통하여 가슴을 치며 처녀를 묻어주었다. 얼마 후 그 무덤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그 나무에서 붉은 꽃이 피어나 100일 동안 꽃을 피웠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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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이승철 | 생산일 | 2014-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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