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길을 찾아 떠난 마을 길, `소셜다이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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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서울톡톡] '따르릉 따르릉' 신나게 울리는 핸드폰 너머로 전해지는 친구와 친척들의 축하 메시지를 들으며 나는 공기업에 취직했다. 성공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룬 20대의 성공. 나는 부모님의 칭찬에 뿌듯했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내 성공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갑자기 회사에서 길을 잃었다.

회사에서는 나의 길이 없었다. 내가 길을 만들 수 없었고 나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이익을 향해 돈을 따라 바쁘게 허둥댈 뿐이었다. 이렇게 나는 월급을 받기위해 한 달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회사의 지시를 따라다니다가 저녁과 주말이면 월급을 쓰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십 몇 년을 교육받은 결과가 결국 돈 벌고 돈 쓰기 위해 정신없는 하루하루로 흘러가고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자 신나게

축구를 해보자! 어차피 내 인생 영혼 없이 생각 없이 흘러가는데 격하게 뛰고 차는 축구를 하며 비틀대는 내 몸부터 깨워보자. 무작정 친구에게 축구하자고 졸랐다. 친구도 좋단다. 그러나 둘이 축구를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초등학교 운동장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모았다.

"애들아, 우리 같이 축구하자." 초간단 전단지를 만들어서 붙이고 무작정 축구모임을 뚝딱 결성하니 '된다~'. 신기하게도 너무 쉽게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초딩, 중딩 그리고 영혼 없는 직장인 축구팀이 우루루 먼지 날리며 달리고 또 달리게 됐다.

바로 이렇게 무식하게 시작한 축구모임으로 나는 흥이 났다. 동네 조무래기들과 결성한 축구팀이 내 빈 가슴에 불을 살리고 머리에 영혼의 숨을 불어 넣었다. 내가 스스로 만드는 내 인생의 길이란 이런 게 아닐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앉아있으면 곧 죽을 것처럼 무기력한데 내가 만든 이 작은 축구모임에서 나는 펄펄 날아오른다. 내가 만든 즐거운 놀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신나게 즐기는 이 일이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내 삶의 길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것도 일인가? 이런 일로 먹고 살 수 있나? 내 머리는 이런 질문들로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이 동네 축구모임 같은 일이 직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를 꿈꾸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어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고 싶어서 내 몸은 요동치고 있었다. 신나게~

적은 돈으로, 재밌는 일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계획이 필요했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나는 돈이 없는 내 인생이 두려웠다. 살기 위해서 그것도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무턱대고 직장부터 때려치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생각해 보니 그것은 1) 적은 돈으로, 2) 재밌는 일을, 3)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세 가지였다.

적은 돈으로 재밌게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무작정 돈만 따라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내 취미가 곧 삶이 되고 내 특기가 직업이 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과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네 친구들에게 알아보니 20대 친구들은 설과 추석이라는 굵직한 2대 명절 중 한 번만 부모님과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쓸 수 있는 돈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설날에 혼자서 떡국도 못 먹고 있는 청년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펐다.

모임내가 그러했듯이 함께 슬픔을 신나는 에너지로 바꿔보자! "동네 친구들아, 2년 동안 열리는 파티에 놀러와!" 12월 31일에 시작해서 새해 1월 1일 아침에 함께 떡국을 먹는 2년 동안 열리는 기나긴~ 파티였다. 각자 자신은 잘 안 쓰지만 다른 사람은 소중하게 쓸 만한 물건을 가져와서 서로 물물교환도 하고 함께 음식과 돈을 모아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떡국파티에 모인 동네 청년들은 서로에게 행운의 새해인사를 전하며 적은 돈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공유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쓸쓸하고 가난한 청춘인데 여럿이 함께하면 풍족하고 따뜻하다. 참 신기하지~. 신기한 경험을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모임을 하고 만나자며 회비를 걷고 계획을 알아서 세우고 있었다. '이런 동네 작은 모임으로도 작지만 수익이 나는구나' 나는 내가 기획하는 즐거운 일이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면서 기쁘고 놀랐다.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동네 사람들 덕분에 스스로 신나는 인생의 길을 만드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내 마음을 들어줘~

내가 만든 모든 모임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다가도 두세 번을 넘기지 못하고 사람들이 오질 않았다. 나는 모임의 주제만 좋다면 사람들이 알아서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통 무슨 모임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만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을 해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나오고 도 다른 누구에게 모임을 소개해서 구성원이 늘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뭘까? 왜 사람들이 계속 모임에 안 오지?', '그러면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어떤 것을 함께 할 때 즐겁고 신나지?'

내 마음 속의 답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모임에서 만나고 싶고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에 계속 나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 그것도 단 둘이 또는 셋이서 만나자. 점심시간에 회사근처로 찾아가 같이 밥을 먹고 저녁시간에 동네에서 차 한 잔,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도 내 인생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고 모임에서 만난 회원은 내 친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같이 친구가 되는 시점은 이런 곳이다. 회원님이 자신의 아픔을 슬픔을 나에게 말하기 시작할 때 내가 그 아픔에 공감하며 듣기 시작할 때 우리가 동시에 같은 일에 울컥 화를 내고 또 왈칵 눈물을 흘릴 때 회원님은 내 친구가 되고 나도 회원님의 친구가 된다.

친구가 있는 곳에는 매일 가고 싶다. 친한 친구가 사는 동네에서 함께 살고 싶어진다. 집값이 비싸다면 최대한 가까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내 마음을 들어줘요~ 내 인생의 길에는 여러 친구들이 나와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고 끝없이 떠들며 같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함께 맛있는 음식 창작하고 같이 먹으며 즐겨볼까요~

파티

회사를 그만두고 모임친구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사업 중 하나인 우리마을 프로젝트(이하 우마프)에 참여했다. 작게 그러나 꾸준히 펼쳐지던 우리 모임에 '소셜다이닝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금까지의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제출해 선정됐다.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일 중에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요리로구나!' 우마프 활동을 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서 요리모임을 했다. 동네에 사는 1인가구를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어서 반찬을 만들고 서로 나눠먹는 요리수업이자 함께 즐기는 식사시간이었다.

음식만들기

내 요리가 지상최고의 별미는 아니지만 다섯이 일곱이 함께 먹으면 금방 5첩 반상, 7첩 반상이 눈앞에 차려지고 웃고 떠들며 먹는 잔치가 벌어진다. 나도 내 친구들도 동네에서는 외롭게 혼자 밥을 먹거나 굶지 않는다. 힘든 일상의 고민에 말 못하고 한숨짓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함께 여는 잔치에 초대되어 웃고 떠들며 마시고 먹고 동네를 후끈후끈 달군다. 뜨거운 인생의 길에서 함께 지지고 볶으며 즐기고 있다.

모이고 모이면 옴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마구마구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을 때 또 재밌는 일을 함께 즐기고 싶을 때 나는 마을에 예쁜 전단지를 붙이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고 친구들을 만난다. 나는 작고 소소하지만 나와 친구들이 함께 모이면 그리고 재미를 느끼는 일을 시작하고 협동하면 엄청난 일을 해내고 말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여러분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이런 엄청나고 신나는 경험을 하셔서 재밌는 인생의 길을 만들고 찾기 바랍니다~^^

월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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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 떠난 마을 길, `소셜다이닝 프로젝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마을로활동가 김진리 생산일 2014-07-31
관리번호 D000004175437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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