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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한국영화 흥행의 새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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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명량>에 놀라운 흥행열기가 나타나고 있다. 개봉일에 68만 명 관객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흥행과 역대 최고 평일 흥행을 기록했고, 다음날엔 70만 명 관객으로 평일 흥행 기록을 다시 깼으며, 그 다음날인 금요일엔 86만 명 관객으로 또다시 평일 흥행 기록을 깼다. 토요일엔 122만 명 관객으로 사상 최초로 하루 관객 100만 명 돌파에 성공했다. 배급사의 담당 팀장이 "지금까지 이런 숫자의 관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리둥절할 정도다. 앞으로 관객 수를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흥행이다.

이것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였다. 단 13척의 배로 330여 척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대선단을 무찌른 기적적인 승첩이었기 때문이다. 실로 인류 해전사에 다시없을 전무후무한 대사건이다. 놀라운 것은 바로 직전에 펼쳐진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전멸당해 사기가 땅에 떨어진 반면 일본군은 사기백배했고, 이순신 장군은 고문 후유증으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던 상태에서 일궈낸 승리라는 점이다.

이 해전은 임진왜란의 승패를 가른 고비가 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초기 기세 좋게 평양성까지 진군했던 일본군의 발목을 잡은 것은 보급이었다. 이순신이 바다에서 보급을 막고, 육지에선 의병이 그 역할을 했다. 특히 이순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근대 이전 보급엔 물길의 효율성이 압도적이어서 설사 의병이 없었어도 육지 보급만으론 진격을 계속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물길을 끊음으로 인해 일본군은 보급난을 겪게 되고 결국 남쪽으로 후퇴했다. 정유재란 초기 칠천량 해전으로 조선 수군이 전멸한 것은 드디어 일본군의 보급길이 열렸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군이 남해, 서해를 거쳐 한양으로 직접 보급하게 되면 조선의 운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요동, 더 나아가 중국 본토도 안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단 13척으로 그 공세를 끊어냈다. 임금조차 그 전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수군을 폐하자고 하고, 당시 조선 수군 서열 2위였던 경상우수사 배설이 겁에 질려 도망갈 정도로 절대적 열세인 상황에서 말이다. 이 승리로 인해 조선은 멸망의 위기에서 구원됐다.

바로 그 신화적인 전투를 막대한 물량과 현대적인 특수효과 기술을 통해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재현했다고 하니, 한국인으로선 극장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명량>이 개봉하자마자 기록적인 관객 행렬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거의 이순신 장군의 원맨쇼처럼 진행되는데, 이것은 '성웅 이순신'의 위대한 면모를 확인하고자 하는 관객의 요구에 부응했다.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과 동일시되면서 이 작품의 만듦새를 비판하면 그것이 곧 이순신 장군에 대한 불경이라도 되는 양 적대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 정도로 관객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을 영화에 투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한 편의 천만 흥행이 터질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선 일본이 조총부대를 활용한 근대전을, 바다에선 조선이 함포를 활용한 근대전을 펼쳤다. 일본은 배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펼치는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조선 판옥선은 일본군이 난입하기엔 너무 높았다. 판옥선은 압도적으로 튼튼하기도 했고, 좁은 전역에서 전략적 기동을 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한 구조였다. '묻지마' 돌격전을 선호했던 원균과는 달리 이순신은 그런 전략적 이점을 철저히 활용한 지장이었다.

아무리 그런 이점이 있어도 중과부적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조선 수군 장수들은 두려움에 떨며 개전 초기 슬금슬금 후퇴했다. 오직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만이 홀로 적들의 공세를 막았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장수들이 뒤이어 참전했다. 관객은 바로 이런 희생적, 솔선수범의 리더십에 울컥한다. 사회지도층의 이기적인 행태로 불신이 팽배한 요즘이다. 이순신과 같은 진정한 백성의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폭발적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정작 진짜 지도자를 뽑는 선거엔 무관심들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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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한국영화 흥행의 새 역사를 쓰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4-08-05
관리번호 D000004175269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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