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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오기 전에 이 전시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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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초상화, 기도의 도구인 묵주를 형상화한 십자가 조형물, 김대건 신부 묘비석

[서울톡톡] 거리의 교황이라고 불리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종교를 넘어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교황의 방문을 맞아 한국 교회사 230년을 집대성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이 그것. 먼저 '서소문별곡' 입구에 들어서자 성리학이 이념이자 중심이었던 조선에서 어떻게 천주교가 싹틀 수 있었는지 탄생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성직자도 없이 평신도를 중심으로 신앙공동체를 만들며 자발적으로 교리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서학서인 <천주실의>는 물론 당시 세계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위해 받아들인 실학, 양명학 등 다양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홍재전서> 등의 자료들이 모여 있었다.

이어 수 백명의 천주교도 목숨을 잃었던 1801년 신유박해의 기록을 적은 황사영 백서 등 고난의 길을 걸은 천주교의 박해시대에 관한 내용이 전시돼 있었다. 로마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소중 중인 하얀 비단에 빼곡하게 작은 글자로 쓰인 황사영의 백서, 신유박해로 유배된 정약용의 십자가,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의 재 복원된 두상, 묘비석 등 귀중한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안중근이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글씨

특히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가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마지막 글씨 '경천'의 네 번째 손가락 마디가 잘린 손도장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다.

당시 사회적으로 가톨릭신앙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앙활동을 하며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순교성인들을 보면서 현재 종교가 없는 본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마지막 서소문밖의 전시에서는 순교자들의 복자와 순교성지의 재탄생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자료와 기록이 전시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카톨릭에서 성덕이 높은 이가 선종하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식이 거행되는데 124위 순교자들의 초상화를 앞에서 많은 이들이 눈을 감고 묵념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중앙에 마련된 기도의 도구인 묵주를 생각나게 하는 형상물이 놓여있는데 우주를 상징하는 구 안에 103위 순교성인과 124위 순교복자를 상징하는 십자가 작품이 있다. 종교를 떠나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몸을 바친 이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복시성과 순교자현양을 상징하는 작품

두 번째 '동소문 별곡'에서는 현재 혜화동 일대로, 최초의 남자 수도회인 백동수도원이 들어선 곳이며 20세기(1909년부터 1927년) 신앙자유 이후의 역사와 수도원이 남긴 유산 등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주요 전시물로는 1911년 백동수도원 현관문, 1916년 한국천주교 최초의 실업학교인 숭공학교 학생들이 만든 명동성당 강론대 계단,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장이 수집한 '겸재 정선 화첩' 등 수도원 소장 유물들로 볼거리가 엄청나다. 이 밖에도 상트 오틸리엔 선교박물관 등 해외에 소장된 한국 유물들도 처음으로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으로 천주교 건축물을 100개 이상을 지은 선교사이자 건축가인 알빈 신부가 남긴 성당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명동성당에 설치된 강론대, 계단(좌),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살리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알빈신부가 지은 천주교건축물 벽화일부(우)

천주교회사 전시로는 첫 행사이자 천주교 관련 유물 4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만큼 볼거리가 다양했다. 역사유물은 물론 영상, 조각, 음악, 그림 등 역사에 깃든 종교를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도 신선했다. 교황 방한이 종교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겪었던 아픔 속에서 다른 희망과 평화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기간 : 2014. 8. 8(금) ~ 10. 31(금)
○ 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 공동주최 : 서울역사박물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
○ 전시물 : 황사영백서 등 30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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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오기 전에 이 전시 어때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수희 생산일 2014-08-11
관리번호 D000004175299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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