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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 당겨 명절 스트레스 날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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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산 자락의 공항정 입구

[서울톡톡] 하늘이 더 없이 맑고 푸르다. 짙푸른 녹음이 갈빛으로 점점 사위어 가는 숲길을 따라 산 중턱에 오르면 확 트인 활터 하나, 우장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공항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이곳은 강서구의 아름다운 명소 중 한 곳으로 종로의 황학정, 남산의 석호정이 유서 깊은 활터라면 강서의 공항정은 자연스레 어우러진 빼어난 풍광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여무사 박기임씨의 활쏘기 시범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인 궁도는 양궁과 구별하기 위해 국궁(國弓)으로도 불린다. 삼국시대에 시작된 국궁은 주로 전쟁이나 사냥에 사용되었지만, 평시에는 왕이나 귀족 선비들의 오락거리로 애용되기도 했으니 우리의 전통 레포츠라고 할 수 있다.

9월 첫 주말에 찾아간 공항정 사대(활을 쏘는 곳)에 궁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궁사들은 고갤 숙이며 말했다. "활을 배웁니다." 공항정 안의 궁사들 또한 사대의 궁사를 향해 정중히 예를 갖춰 답한다. "많이 맞추십시오." 활을 쏘기 전 서로들 나누는 인사말이 특이하다. "궁도의 모든 과정이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납니다. 생명에 대한 감사와 겸손이 뒤따름이지요." 공항정의 사두(국궁에서는 모임의 회장을 사두로 지칭함) 장기설(55)씨가 국궁예법에 대해 차근히 설명을 곁들였다. "옛날에 활은 무기였잖습니까? 그래서 심기가 편치 않은 날은 되도록 활을 만지지 않습니다."

하얀 운동복 허리춤에 붉은 띠를 두르고 사대에 선 궁사들의 모습에선 비장감마저 감돈다. 잠시 뒤 '팽-'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화살이 연이어 저편 과녁을 향해 날았다.

`활을 배웁니다` 활을 쏘기 전 갖추는 예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 수에 비해 유독 조용한 활터, 그도 그럴 것이 격하게 뛴다거나 서로 몸싸움도 벌이는 일반적인 스포츠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멀리 과녁을 응시한 채 활을 쏘아 올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해야 할까? 궁도는 팔 힘이 세야만 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힘을 모아야 하는 전신운동이다.
바른 자세로 서서 활을 당겨야 하므로 척추를 펴는 자세가 길러진다. 체력단련에 정신집중으로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어서 심신이 지친 현대 도시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뛰어나다. 시위를 몇 번만 당겨도 땀이 날 만큼 운동량이 많다. 공기 맑은 산 속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궁도의 즐거움이다.
순간 박수소리가 터졌다. 오시오중! 누군가 다섯 번 쏘아 과녁을 모두 맞힌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했다.

공항정에는 여무사들도 많다

한편, 우리의 전통 무예 궁도는 양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사정거리만도 최대거리 75m인 양궁에 비해 갑절로 길어 세계적으로도 단연 으뜸이다. 시위를 잡는 법도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는 양궁과 달리 엄지손가락을 사용해 걸어 당긴다. 화살촉을 멀리 보내기 위해 활의 장력이 더 세야 되기 때문이다. 양궁처럼 특별한 조준 장치 하나 없이 오직 사수의 느낌만으로 당기는 것도 궁도만의 매력이다.

공항정의 개량활과 무기로 쓰이던 화살들

주로 관리가 수월한 '개량 활'을 쓰지만 5단 이상이면 '각궁'이라는 우리 선조들이 쓰던 전통 활을 사용한다. 물소의 뿔에 소 힘줄, 산뽕나무ㆍ버드나무 줄기, 명주실 등을 민어부레풀로 접착해 1년 넘도록 불에 굽고 다듬은 수제품이다. 화살 역시 각궁에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죽시를 쓴다. 죽시 끝에 매달린 꿩 깃은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전통활을 준비하는 명궁

매해 궁도협회에서 승단 심사도 하는데 현재 공항정 활터엔 8단과 6단의 명궁이 있다. 주비(59)씨는 전통활을 지닌 공항정 명궁 중의 한 사람이다. "5단 이상은 명궁이라 불리며 9단이 넘으면 신궁이죠. 신궁은 총 45발 쏴서 39발을 맞혀야 하는데 고구려 동명성왕 '주몽'이 해당되겠지요." 매일 개별적으로 활을 쏘기도 하지만 매달 100여 명의 공항정 사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활쏘기 대회를 열고 있다. 시흥대회 출전을 앞둔 여무사 박기임(60)씨는 "여러 국궁장과의 교류 대회가 있어 더욱 폭 넓게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공항정 국궁 회원들

전통무예라고 해서 꼭 나이 지긋한 사람들만 즐기는 것은 아니다. 입문 1년차인 처녀 궁사 김나현(30)씨는 국궁을 "명상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며 윗분들에게 예절도 배우게 되는 스포츠"라고 했다. 6개월 넘게 이론과 실기 연습을 마치고 올 봄 처음 사대에 섰던 순간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고 했다. 첫발 화살은 비록 과녁을 빗나갔지만 오랫동안 과녁을 쏘아봤기에 "눈으로는 이미 뚫은 거나 진배없다"며 그는 웃었다.

문의: 공항정 02-269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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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 당겨 명절 스트레스 날려볼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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