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가을밤, 낭만의 숲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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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톡톡] T셔츠에 청바지, 어쩐지 차림새가 가볍다. 직장에서 여기로 곧장 퇴근한 듯 보이는 넥타이부대들도 눈에 띈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함께 편안한 옷차림으로 함께 걷는 양천구 '가을밤 야간산행'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첫날의 모습이다.
'가을밤 야간산행'은 낮 동안 달궈진 더위를 피해 가을밤 숲 속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4일 저녁 7시, 야간 산행의 출발점인 양천구 신트리공원으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저녁밥 일찌감치 먹고 애들 데리고 나와 봤어요." 주부 최수경(48) 씨는 아이들 손에 손전등을 건네며 "밤길에 혹시나 몰라 손전등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낸 저녁시간대라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가족들이 많았다. 몸 풀기 체조를 간단히 마친 뒤, 산행 리더를 따라 신트리공원에서 출발했다. 계남공원 팔각정과 신정산 자락길, 계남생태통로를 지나 최종 목적지인 우름바위 약수터에 이르는 총 2시간의 야간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밤에 만나는 숲 속 풍경은 낮과는 다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귀뚜라미, 풀벌레 울음소리가 소슬한 가을밤 추억을 더한다. 숲 속 군데군데 시화 패널이 있어 가을밤 산행에 더욱 낭만을 더한다.
"여기가 바로 정랑고개입니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고개를 넘어 장터에 가셨겠죠? 산짐승들도 이 고갯마루를 넘나들었을 테고요." 숲 해설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있던 참가자들의 눈빛이 진지해진다. 계남공원 생태통로 위에 오르니 솔숲이 나타났다. 4~50년은 족히 살아왔을 것 같은 소나무가 즐비한 솔숲, 은은한 솔향에 청량감이 퍼져온다. "숨을 깊게 쉬어보세요. 소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있는데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답니다." 계남공원 생태통로는 3년 전에 만들어 진 것으로 도로로 단절된 산을 다시 연결한 것이 바로 생태통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태통로가 생김으로서, 위험하게 차도를 건너야만 했던 사람과 산짐승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고 숲 해설사는 말을 덧붙인다.
신정산의 꼭대기 장군정에 올랐을 때 둥실 저녁달이 돋았다. 멀리 남산과 인왕산이 북한산이 차례로 보이고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풍경은 따뜻해만 보인다. 불과 몇 시간 전 보았던 시끌벅적했던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보인다. 참가자들은 도심 속 산 이름들을 하나씩 짚어 본다. 그 때 누군가 "아이고 배고파라"하자, "다음에 올 땐 간식거리 챙겨옵시다"라며 다른 사람이 말을 받는다. 늦은 저녁에 산길을 따라 참가자들이 함께 걷는 '야간산행'은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마음을 하나로 모이게 한다.
야금야금 빛을 거둬가던 어둠이 그새 장막을 드리워 숲을 다 삼켜버렸다. 칠흑의 밤, 아홉시다. 산비둘기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꾹꾹' 울어댄다. 발자국소리조차 빨아들일 듯, 숲은 침묵으로 출렁인다. 밤공기도 제법 식었다. 숲 해설사의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무심히 다니던 산길이었는데 밤에 걸으니 낯선 여행을 떠난 것처럼 새록새록 재밌네요. 다음엔 남편들과도 같이 와봐야겠어요."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는 주부들의 야간산행 소감에 박수가 쏟아졌다. 향긋한 수풀 향 속 행군 끝에 야간산행의 종착지 신정산 우름바위 약수터 운동장에 모였다. 운동장이 넓은 이곳에선 모둠으로 나누어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풀벌레 우는 가을밤, 달빛이 내려앉은 숲길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도심 속에서 가을밤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가을밤 야간산행 프로그램'은 9월 4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운영된다. 또, 희망자들에 한해 쓰레기봉투를 제공, 산행과 동시에 공원(산지) 정화활동을 진행하고, 쓰레기 수거에 동참한 참가자들에게는 자원봉사시간 2시간도 인정된다.
'가을밤 야간 산행'은 누구나 가벼운 차림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7시까지 신트리공원으로 나오면 참여할 수 있다. 우천 시에는 별도 통지 없이 취소되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문의 : 양천구 공원녹지과 02-2620-3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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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박분 | 생산일 | 2014-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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