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옛날 서점에서 좀 놀아본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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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人] 서울 프로젝트 [문학, 그리고 헌책방]이 시민청 소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톡톡] '가을'이라는 계절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왠지 책들로 가득한 서점에서 나는 그 냄새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도 가을하면 책을 떠올리고 여느 계절보다 더 많이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들어가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70년대~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책을 구입하려면 동네에 있는 서점이나 시내로 나가야만 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대의 대형서점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렸던 것 같다. 당시에는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인들과 약속이 있을 때 서점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70~80년대 서점을 이용해 본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기획전시전이 시민청 소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메모리 [人] 서울

소리갤러리는 올해 '경청'이라는 컨셉으로 서울과, 서울 시민의 삶을 주제로 한 소리작품들을 기획, 전시하고 있다. 일명, '메모리 [人] 서울프로젝트'인데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 서울의 기억들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현하여 추억하고 있다. '메모리 [人] 서울프로젝트'는 빠르게 변화되는 서울의 발전 속에서 무심히 흘러 보냈던 서울의 역사를 재발견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난 3월부터 다양한 주제를 정해 열리고 있는데,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기억들을 목소리로 기록하고 함께 들을 수 있다. 이번 9월~11월에 접어들면서 서울을 기억하는 메모리 [人] 프로젝트 주제는 <문학, 그리고 헌책방>이다. 당시의 <문학, 그리고 헌책방>에 대해서 기억을 들려주는 이들은 이성남, 장화민, 최창봉, 김정영, 조은형, 김유신 시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1970년~1990년대까지의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를 이용해 본 시민들이라면 '아하, 그땐 정말 그랬었지!'하고 무릎을 치며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약속 장소였던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의 추억

김정영 시민이 종로서적의 시멘트 계단이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패였던 상황을 기억하며 계단을 올라 갈 때면 일부러 그 패인 발자국에 발을 대며 걸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이성남 시민은 종로서적을 '만남의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 기자 역시 삐삐도 없고, 전화도 없는 그 시절, '영풍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만나자', '종로서적 소설코너에서 만나자'라며 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던 일들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당시 종로서적에서는 누군가와 약속한 사람이 만나지 못할 경우, 메모를 남길 수 있도록 메모지를 준비해 놓기도 했다고. 서점에서 약속을 하면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찻집에서 기다리지 않으니 커피 값이 따로 들어가지 않아서 좋고, 누가 먼저 와서 기다리게 되어도 기다리는 시간동안 책을 읽으니 지루하지도 않고, 자투리 시간도 버리지 않고 유익하게 쓸 수 있으니 1석2조였다.

가난한 청춘들에게 '지식의 샘'이 되어주던 곳

김유신 시민은 어린 시절의 책방순회기를 재미나게 들려줬다

김유신 시민은 어린 시절의 책방순회기를 재미나게 들려줬다. "그 당시 종로에는 서점이 많이 몰려 있었습니다. 그 점을 이용해 방과 후에 종로서적이며 양우당 서적을 돌았지요.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이 책방, 저 책방을 돌며 나눠 읽으며 모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책이 귀했던 시절, 서점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읽고 싶었던 동화책을 읽기 위해 이 서점 저 서점을 돌며 같은 책을 골라 마저 읽지 못한 남은 페이지들을 나눠 읽으며 한 권의 책을 공짜로 다 읽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각 자치구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서 너 개 이상은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지는 에피소드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모였던 은성에 대한 추억

김광성 만화가는 명동 파출소 근처에 자리했던 '은성'을 기억했다. '은성'은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음악과 술잔이 흐르던 카페였다. 그곳은 50~60평 정도의 크기에 100여 명의 손님들이 북적대던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이기도 했다고. 그의 기억을 빌리자면 은성에는 각계각층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들었단다. 명동백작이라 불리던 이봉구, 시대의 기인이었던 천상병, 김관식, 그리고 김광주, 이진섭, 전혜린, 박인환, 임만섭 등 당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인들이 은성에 모여 철학과 예술을 논하고 시대의 한을 풀어냈다.

소리갤러리에서는 시민들의 육성으로 자료와 함께 당시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문학, 그리고 헌책방> 이야기는 요즘처럼 모든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기다림이 필요 없는 젊은 세대들은 느낄 수 없었던 아날로그의 낭만이 있다. 층층히 무수히 쌓여있는 책들이 신기하고 거기에서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마다 향긋하게 피어났던 종이 냄새는 기억한다면 한번쯤 찾아가 추억해볼만한 전시회다. 그곳에 가면 지금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을 음미해볼 수 있고,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는 그 시절의 여유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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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점에서 좀 놀아본 사람이라면...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서형숙 생산일 2014-09-16
관리번호 D000004175412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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