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잘난 듯, 잘나지 않은, 잘난 것 같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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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유독 지루함이 엄습해오던 어느 날 오후, 함께 백수의 길을 걷고 있는 친구 민정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수지야, 나 자기 소개서 썼는데 한번 읽어봐 줄래?" 글 솜씨 없기로는 오십보백보인 내가 뭐 알겠느냐마는 그래도 딱히 거절할 구실이 없어 그러겠노라 했다. 잠시 후 메일함에 도착된 친구의 자소서를 열어봤더니, 아뿔싸! 자기 소개서가 무려 6페이지에 달한다. 인내심을 부여잡고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어릴 적 김밥을 잘못 먹고 한 달 동안 체기가 가라앉지 않아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때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며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니, 이거야 원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 "내 자소서도 어딘가에서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거 아냐?" 수지 씨는 별 생각 없이 써 내려갔던 본인의 자소서를 다시금 뒤돌아보게 되었다.

민정이의 삶

이렇게 산 게 내 인생이다, 왜 말을 못해?

매번 같은 내용을 복사해 제출하기 바빴던 수지 씨는 자소서 리뉴얼을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았다. 뇌리에 한 번에 딱 각인될 그런 자소서를 쓰고 싶었지만, 결국 1시간이 넘도록 세 줄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물 흐르듯 평범한 삶을 살아온 수지 씨는 자소서에 쓸 만한 임팩트 있는 경험도, 사건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지 씨 인생의 모토는 '중간만 하자'다. 딱히 공주로 자라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잔 다르크처럼 살아온 것도 아니다. 세 자매 중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지만 공부도, 미모도 언니들에 밀려 그냥 가족 서열 중 맨 마지막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동네 두 블록 이상을 넘지 않는 곳에 모여 있는 초·중·고를 졸업했으니 행동 반경도 그다지 넓을 필요가 없었다. 대학 전공도 친구 따라 깊게 고민하지 않고 불문과를 선택했고, 전공 점수는 바닥이었지만 교양 점수는 괜찮은 편이라 그 덕에 무사히 졸업했다.

무탈하게 살아온 삶에 감사를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자소서를 채우기엔 어딘가 모르게 부실한 인생인 것 같다. 라디오 사연이라도 된다면 일부러 에피소드를 만들어보겠지만 이제 와서 그건 좀 아니지 싶다. "나름 나쁜 짓 안 하고, 부모님 속 크게 썩이지 않고, 건강히 잘 살아왔는데 이런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나에겐 너무 괴로운 자소서 쓰기

어디에서 읽었는데 자소서에는 자기 자랑이 좀 들어가야 한단다. 물론 자기를 소개하는 건데 설마 거기다 대고 셀프 디스를 할 순 없겠지? 오글거리지만 자랑거리를 쥐어짜내 자소서를 써 내려 갔고 마침 주말이라 놀러 온 사촌 언니에게 냉정한 판단을 부탁했다.

"어디 보자, 저는 중재자 역할을 잘 합니다. 대학 시절, 팀별 과제가 있었는데 열심히 하는 친구와 요령만 부리는 친구 사이에서 말다툼이 난 것을 제가 중간에서 잘 화해시켜서 과제를 마쳤고, 결국 교수님께 칭찬을 받고 목표로 한 A학점을 받았습니다. 아이고, 수지야. 결국은 내 덕에 칭찬도 받고 A도 받았소 자랑하는 거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뭐라고 해야 할까? 박수라도 쳐줄까?"

수지 씨는 당황스러웠다. 자소서는 자기 자랑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그래서 자랑 좀 했는데 왜 이상하다는 거지? 사실만 써야 하는 것 맞잖아!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귀사에서 경력과 경험을 쌓아 인정받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자격증 하나 없지만 회사를 위해, 저를 위해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수지야. 너 지금 자격증 없다고 광고하니? 회사가 무슨 학교야? 배워서 자격증 따게 만들어주는 곳?"

뭐야, 이것도 문제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키워주는 건 회사의 몫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열심히 배워보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아, 자소서 쓰기 쉽지 않네!

자소서 백수지씨

자소서 야무지게 작성하는 요령

아무래도 수지 씨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자소서 쓰는 요령을 찾던 중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의 자기 소개서 작성 가이드를 보게 되었다. 자소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입사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과 구체적인 달성 목표, 목표를 위한 향후 계획 등을 밝혀서 인사 담당자의 호감을 사는 게 중요하다. 이력서가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자소서는 글을 통해 자신을 한층 설득력 있게 어필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기업은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또 글을 통해 지원자와 교감을 느끼기도 한다.

백수지's NOTE[자기소개서 항목별 요점 가이드]

전문가에게 배우는 자소서 작성법

여전히 혼자서는 자소서가 해결이 안 되겠다 싶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코칭프로그램의 커리큘럼 중에는 이력서 및 자기 소개서 작성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 내용으로는 지원자의 주관적,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기소개서를 정의, 분석해보고 지원자와 관련된 자료로 마인드 맵을 작성한다. 또 성장 과정, 성격의 장단점, 학창 생활, 경력 사항, 지원 동기 및 포부 등 각 항목별 유의 사항 및 작성법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소서의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살펴보고, 직접 자소서를 작성한 다음 부분적인 첨삭 지도를 통해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 등을 숙지할 수 있다.

※위 내용은 다음 스토리볼 '백수지의 취업뽀개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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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듯, 잘나지 않은, 잘난 것 같은 나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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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서울시 생산일 2014-09-17
관리번호 D000004175412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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