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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강아지, 산짐승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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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대남문의 장엄한 모습

[서울톡톡] "주의 : 북한산에 유기동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산으로 유입된 개와 고양이는 북한산에 서식하는 동물에 피해를 주고,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들개 또는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북한산에 오르면서 자주 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에서 설치한 입간판 내용이다.

북한산 곳곳에 설치된 유기동물 주의 간판

가파른 북한산을 오르다가 잠시 휴식을 위해 자리를 잡으면 개, 고양이들이 어디선가 나타난다. 애처롭게 때론, 핏기 서린 눈빛으로 사람들 가까이 다가온다. 몸에 달라붙은 뱃가죽은 등산객의 동정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보는 순간 음식물을 던져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유기동물에 먹이를 주지마세요'라는 주의 간판과 '깡마른 개'를 번갈아 보며 먹이를 줄까, 말까 고민에 빠진다.

탕춘대로 향하는 휴식장소에는 유기견이 자주 출몰한다

북한산의 유기동물은 어디서 왔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산에 유기견이 많아진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산 주변의 거주지가 아파트형 주거단지로 개발되면서 더 이상 보살필 수 없는 상황이 된 가구들이 이들을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함께 생활하던 반려동물이 병들거나 늙게 되자 고의로 북한산에 내다버리는 경우이다. 공단에 따르면 정확한 유기견의 수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이미 야생화된 개는 50여 마리가 넘는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매주 북한산을 가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보다 훨씬 많다는 판단이다.

유기동물(산개와 산고양이), 무엇이 문제인가

유기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날수록 등산객의 안전위협, 생태계 파괴, 전염병 전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통상 유기견들은 빠르게 야생화 되어 3~7마리씩 무리지어 생활하고, 번식능력도 대단하다. 특히 대남문, 사모바위, 탕춘대능선, 대동문 등 탐방객들이 많은 곳에는 수시로 출몰한다. 먹이를 얻기 위해서다. 사모바위에서 만난 등산객 김정숙씨는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개들이 떼 지어 나타나서 너무 무서워요. 음식물을 낚아챌 듯 노려보기도 하고, 뒤를 졸졸 따라 올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느새 유기견이 등산객을 상대로 '앵벌이'를 하는 것 같다.

먹이를 얻으려 맴도는 유기견에 놀란 여성탐방객

국립공단관리공단에서 어떤 조치를 하고 있나

공단의 환경관리부장은 "유기견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는 등산객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고, 야생동물에 대한 질병 전파나 소형 설치류를 잡아먹는 등 자연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포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포획틀이나 마취총을 사용하여 63마리를 포획하고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인계 처리한 바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기동물 포획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음식을 먹는데 유기동물이 다가오면 어떻게 할까

산에서 유기동물을 포획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거진 숲과 험한 절벽 사이로 재빠르게 도망치면 포획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단에서는 탐방객들에게 유기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도록 입간판을 곳곳에 설치하였다. 왜냐하면 높은 산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결국 주택가 인근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럴 때 포획틀이나 마취총 사용이 용이하여 쉽게 포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허기진 유기동물을 보면 누구나 음식물을 던져주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자비'가 미래에 '유기견의 역습'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수도 서울의 '녹색허파'로서 1천만 시민들의 자연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는 북한산, 단위 면적당 탐방객이 가장 많아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는 우리의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버려진 야생동물로 인해 누군가에겐 두려움이 된 북한산, 공단의 포획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산에다가 버릴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은 기르지 말자. 북한산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시민 모두가 협조한다면 산(山)은 우리에게 더 큰 이로움을 돌려줄 것이다.

아름다운 북한산. 저멀리 백운대, 인수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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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강아지, 산짐승 된 사연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용수 생산일 2014-09-18
관리번호 D000004175424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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