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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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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톡톡]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애플의 창업자이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개발을 주도해 인류 역사의 새 장을 연 스티브 잡스 관련 기사였다. 과거 그에게 기자가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느냐?'라고 묻자 '아이들은 써본 일이 없다. 집에서는 아이들의 (첨단) 기술 사용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인이 스마트기기를 쓰도록 한 스마트 혁명의 장본인이 정작 자기 아이들은 스마트기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작가는 '(잡스는) 저녁이면 부엌에 있는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 역사, 그 외에 여러 가지 화제를 놓고 대화했다.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3D로보틱스의 CEO 크리스 앤더슨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달 정도로 철저히 감시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IT 업계 지도자들이 보통 침실에는 전자기기를 일절 두지 않고, 10살 이전엔 주말에만 하루 30분~2시간30분 정도 제한적으로 쓰도록 하며, 10살이 넘어도 학교 과제를 할 때에만 평일 스마트기기 활용을 허락한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흔히 미국인을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쾌락주의적인 사람들로 생각하지만, 미국 사회를 주도하는 상류층 백인들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욕망을 절제하는 청교도정신을 잇고 있으며, 자식교육에도 매우 엄격하다고 알려졌다. 미국이 아무리 마약, 폭력, 총기사고 등이 만연한 나라라도 초강대국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상류층의 이러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
미국 IT 업계 지도자들의 경우엔 스마트기기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자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철저히 통제한다고 한다. 크리스 앤더슨은 "아이들이 나를 파시스트라 부르지만, 나는 누구보다 기술의 위험을 잘 안다. 포르노 같은 유해 콘텐츠, 사이버 왕따, 그리고 나처럼 IT 기기에 중독되는 일은 피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에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스마트기기 사용에 큰 경각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기기를 일종의 보모처럼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칭얼댈 때 별다른 생각 없이 스마트기기를 쥐어주는 것이다. 한 육아 프로그램에선, 아이들이 아버지가 보여주는 스마트기기 전자화면에 넋을 잃고 빠져드는 장면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버지'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얼마 전엔 스마트기기 중독에 빠져드는 연령대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스마트기기의 전자화면에 빠져드는 것은 그것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강한 자극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평범한 현실에선 더 이상 자극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크게 된다. EBS에서 아이들에게 지저분한 화장실 같은 부정적 사진과 꽃 같은 긍정적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실험에서 스마트기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은 긍정적 사진이든 부정적 사진이든, 보자마자 동공이 크게 확장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스마트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은 동공확장이 적게 나타났다. 일상적 자극엔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기기의 또 다른 매력은 빠른 응답성이다. 스마트기기는 즉각즉각 보상을 주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면 현실의 지루함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스마트기기에 빠져 사는 사람은 더 자극적인 것, 더 빨리 보상을 주는 것에만 매몰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실제 삶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최소한 몇 년 이상은 집중해야 자그마한 성취라도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기기 중독자들은 점점 현실에 지루함을 느껴 더욱 스마트기기에 빠져드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게다가 두뇌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영유아 때 스마트기기의 세례를 받으면 이런 폐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젠 우리 부모들도 미국 IT 거장들처럼 스마트기기에 엄격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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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하재근(문화평론가) | 생산일 | 2014-0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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