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서울 속 세계여행] ④ 이태원 골목길 야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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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에서만 볼 수 있는 서울의 야경

해방촌에서만 볼 수 있는 서울의 야경

번화한 거리의 프랜차이즈는 싫증이 나고, 개성 넘치는 거리에서 신선한 공기 가득한 겨울을 물씬 느끼고 싶어졌어요. 해가 저무는?저녁 무렵, 녹사평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죠. 어느덧 다다른 갈림길, 오른쪽에는 '경리단길'과 왼쪽에는 '해방촌'을 두고 어딜 먼저 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요. 이내 발길은 닿을 곳을 정하고 오른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죠.

#1. 경리단길 - 추운 밤, 맥주 한 잔이 필요할 때

국군재정관리단이 초입에 있는 길을 따라 하얏트 호텔까지 이어진 이 길이 바로, '경리단길'이에요.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이 너무 번화해 독특한 매력을 잃으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움'과 '색다름'을 충족시켜주는 이 경리단길에 점차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경리단길 초입 수제 맥주집들은 초저녁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리단길 초입 수제 맥주집들은 초저녁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천천히 경리단길을 오르면, 우리나라에 유럽식 수제맥주를 전파한 수제 맥주집들, 새로이 생겨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보여요, 그 사이를 걷다보면 조금은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는 40년도 더 된 제일시장의 환한 간판이 눈길을 끌죠. 이곳에서는 시장 초입 고기 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외국인들의 독특한 풍경을 보거나, 그들에 섞여 웃고 떠들며 함께 이 독특한 풍경 속에 녹아들 수 있답니다.

40여년 전통의 제일시장(좌), 과거 휴가 나온 군인들과 그 가족들로 주말마다 빈 객실이 없던 성지모텔. 아직도 그대로 영업 중이다.(우)

40여년 전통의 제일시장(좌), 과거 휴가 나온 군인들과 그 가족들로 주말마다 빈 객실이 없던 성지모텔. 아직도 그대로 영업 중이다.(우)

길을 따라 더 오르면 30년도 더 된 성지모텔이 자리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휴가 나온 미군과 그 가족들이 주말마다 찾아들어 빈 객실이 없던 곳, 이 성지모텔을 지나면 소박한 골목은 어느새 사라지고 남산타워가 보이는 화려한 야경과 으리으리한 대사관 공관, 고급스러운 카페와 음식점, 고급 가구점들이 나타납니다. 하나의 길을 가운데 두고 소박한 서민들의 공간과 화려한 부촌이 나뉘어있는 이 거리는, 한 공간 안에 두 세계가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주지요.

광복 이후 실향민들과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모여 살던 '해방촌'은 예술마을이 되어있다

광복 이후 실향민들과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모여 살던 '해방촌'은 예술마을이 되어있다

#2. 해방촌 예술마을 - 도심 속 야경 산책

경리단길을 거슬러 내려와, 다시 갈림길에 섰어요. 오른쪽 골목을 따라 걸으니 곧 눈앞에 소박한 옛 서울의 모습과 이국적인 가게들의 풍경이 독특하게 어우러져 펼쳐졌어요. 수많은 골목골목이 미로처럼 뻗어있는 마을 해방촌. 이름만으로도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마을은 광복 이후 실향민들과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한때는 낙후된 달동네로 여겨지던 곳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테라스를 가진 카페나 레스토랑, 펍, 거대한 수제 버거를 파는 가게 등이 자리 잡아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죠. 많은 원어민 교사들이 거주하는 이 해방촌의 가게에 자리를 잡으면 마치 그들이 아니라 내가 먼 타국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곤 해요.

해방촌 골목길 곳곳의 풍경들

해방촌 골목길 곳곳의 풍경들

좀 더 길을 따라 오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건물과 간판들이 보이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담벼락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과거의 풍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어요.

후암동 108 하늘계단에 서면, 좁다란 계단 끝으로 탁트인 야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후암동 108 하늘계단에 서면, 좁다란 계단 끝으로 탁트인 야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벽화를 즐기며 후암동의 종점에 도착하자 해방촌의 랜드마크인 '후암동 108계단'이 자리해 있었죠. 공사 중에 계단 하나가 없어져 이제는 107개의 계단이 되어버린 좁다랗고 빼곡한 계단.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으며 한 계단씩, 오늘 지나온 경리단길과 해방촌 길을 곱씹어 오르기 시작했어요. 하나 둘, 그리고 어느새 107개의 계단을 모두 오르고 나니 선물 같은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죠. 위쪽으로는 남산타워가 빛나고, 아래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후암동의 집들이 별처럼 빛나는 보석 같은 풍경. 뜻밖의 귀한 선물에 겨울바람에 선선해졌던 마음이 어느새 봄볕처럼 따스해졌답니다.

그냥 집에서만 보내기엔 아쉬운 겨울밤, 이태원의 야경 속에서 마음에 잠시 봄을 불러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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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내 손안에 서울 생산일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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