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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보부상회, ‘계절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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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서울 착한경제 (22)?성수동 보부상회?‘계절장’

보부상회협동조합 계절장 열리는 날

보부상회협동조합 계절장 열리는 날

서울의 이색 골목길 탐방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길이 있다. 허름한 중소형 공장들 사이 젊은 예술공간이 숨겨져 있는 곳, 바로 성수동이다. 빈티지한 숨은 매력이 넘칠 것 같은 성수동에서도 프리마켓이 열렸다. 1년에 4번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맞춰 열린다는 '계절장'이 바로 그곳. 성수동 골목 탐방 필수코스로 떠오르고 있는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에서 열린 프리마켓으로, 신진 디자이너 ·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신진디자이너 · 작가들을 위한 열린 장, '계절장'

예쁜 마카롱을 준비해온 성지혜 씨

예쁜 마카롱을 준비해온 성지혜 씨

"성수동이 요즘 제2의 경리단길로 뜨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어요. 평소 프리마켓 같은 곳에 한번 참여하고 싶었는데, 마침 보부상회 페이스북에 계절장 셀러 모집 소식이 보이길래 바로 신청했습니다."

예쁜 마카롱을 준비해온 성지혜 씨는 프랑스에서 제과 공부를 한 경력 5년 차 파티쉐다. 좋은 재료만 써서 프랑스 맛을 그대로 살렸다는데, 보기에 좋은 만큼 맛도 그만이었다. 이처럼 계절장은 평소 눈여겨 봐둔 성수동 길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계절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일러스트 작품을 만드는 `히히페이지` 김지연 박윤희 씨

일러스트 작품을 만드는 `히히페이지` 김지연 박윤희 씨

"저희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이 단체를 알게 되었어요. 보부상회가 디자인 협동조합이잖아요."

'히히페이지'라는 이름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 김지연, 박윤희 씨는 직접 개발한 캐릭터에 이야기를 더해 동화 같은 일러스트 소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공책, 스티커, 자석 책갈피, 냉장고 마그넷, 달력 등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소품들은 이곳 계절장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이라 한다.

디자이너 이진화 씨의 캄보디아 생산자그룹의 자립을 돕는 제품들

디자이너 이진화 씨의 캄보디아 생사자그룹의 자립을 돕는 제품들

"캄보디아에서 자원활동가로 3년 정도 그쪽 생산자 그룹과 함께 일했어요. 디자인 인력이 필요한 곳이라, 제가 디자인하고 그분들이 가내수공으로 만든 것이죠. 좀 더 판로를 늘리면 좋겠다 생각해서 이렇게 마켓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디자이너 이진화 씨는 국내에 들어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데, 귀국할 때마다 가능한 프리마켓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스카프, 옷, 손지갑 등을 사는 것만으로도 캄보디아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는 일이 된다니 의미 있는 착한 소비라는 생각이 든다.

보키프로젝트 김보경 박기림 작가 작업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보키프로젝트 김보경 박기림 작가 작업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자수나 양모로 이런 수공예 작업을 하는데, 저희가 직접 그린 이미지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일러스트 디자인도 모두 저희가 한 거예요."

'보키프로젝트' 김보경, 박기림 작가도 이번 계절장에 처음 참가하는 신진작가 팀이었다. 이처럼 이곳 계절장에서는 신진 수공예 작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최유진씨는 플로리스트 겸 가드너다

최유진씨는 플로리스트 겸 가드너다

"에어플랜트라고 공기 중의 미생물이나 수분을 먹고 살아서 흙이 필요 없는 식물이에요. 이런 식으로 걸거나, 토분에 올리거나, 유리 볼에 넣어 디자인하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키우기 쉬운 식물입니다."

?플로리스트 겸 가드너 최유진 씨는 양재동에서 '어반그린'이라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 또한 프리마켓 참가는 처음이라는데, 살포시 보라색 꽃을 품고 있는 에어플랜트에선 그녀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열린 예술공간을 만들어가는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이정은 이사(왼쪽)와 성수 수제화 디자인 협동조합 조합원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이정은 이사(왼쪽)와 성수 수제화 디자인 협동조합 조합원

"보부상회는 디자이너, 공예자 등 생산을 하는 모든 사람이 가입 가능한 생산자 협동조합입니다. 물론, 조합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지역을 위한 일이에요. 여기 지역 주민들이 같이 향유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이사의 설명처럼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에서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개최해왔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성수동 골목을 알리는 데도 톡톡히 기여해왔다. 계절장은 그러한 활동 중 하나다. 실제 계절장이 열리는 조합 활동 공간은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매장이자 전시장 겸 행사장으로도 쓰인다. 평소 조합원들의 디자인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계절장이 열리는 날이면 셀러들의 판매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조합원 입장에선 자신들의 공간을 모두 내어줄 뿐 아니라, 매장을 싹 치우고 다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기도 한 것. 그럼에도 이렇게 계절장을 여는 것은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진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인 것이다.

"사실 1인 혹은 소규모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대형업체의 마켓 같은 데 들어가기도 어렵고, 설사 들어가더라도 디자이너가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희는 어쨌든 그런 것 없이, 생산하시는 분들이 편했음 하는 입장이에요."

이곳 보부상회 계절장에서는 이처럼 1인 창작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는 선배 디자이너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보부상회의 이러한 배려 덕분인지, 슬며시 협동조합 가입 의사를 내비치는 셀러들도 적지 않았다.

도예작가 박선영 박민경 씨의 도자기 선인장 화분들

도예작가 박선영 박민경 씨의 도자기 선인장 화분들

도예작가 박선영, 박민경 씨는 캐스팅 도자 기법을 알리기 위해 함께 작업하며 공예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홍대 앞에서 이곳 성수동으로 공방을 옮겼다는데, 계절장에는 같은 지역 작가들과 얼굴도 읽히고 만나는 기회도 넓히고 싶어 참여했다고 한다.

?이곳 계절장은 신진 디자이너 · 작가들의 개성 있는 제품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구경 온 시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장을 둘러보는 양서영씨

아이들과 함께 계절장을 둘러보는 양서영씨

이처럼 계절장도,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도 성수동 골목의 새로운 문화 행사 ·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계절장은 이제 봄장을 마지막으로 이곳 성수동을 떠나게 된다. 성수동 골목이 알려지며, 임대료 상승 등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오는 5월 15일이 1년 동안 공들여 가꾼 성수동을 떠나는 날이다. 임대 계약 여건이 좋지 않아, 합정동 쪽으로 활동 공간을 옮길 예정이라는 가슴?답답한 이야기가 들려온다.?'과연?젊은 예술가들이 떠나야 하는 성수동이?여전히 핫한 골목이라 할 수 있을까?' 괜스레 씁쓸해진다.

언론에서 주목하던 성수동 골목의 오늘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이 이사하기 전에 서둘러 다녀오는 것이 좋을 듯싶다.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새 공간과 다음 계절장인 여름장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페이스북 (www.facebook.com/boboosanghoe)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여전히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쓰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협동조합에서 '생활'을 배워봤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이들에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생활정보를 통해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바꿔보자.

※ 이현정 시민기자의 '협동조합에서 찾은 알짜정보' 칼럼은, 올해부터 '함께서울 착한경제'로 제목를 바꾸어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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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보부상회, ‘계절장’을 아시나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5-05-08
관리번호 D000004175262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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