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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농부의 시장, 어디까지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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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농부의 시장(광화문광장)

서울시 농부의 시장(광화문광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31) 서울시 농부의 시장

최근 농부(생산자)들이 재배한 농·특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 시장이 늘고 있다. 도심뿐 아니라 가까운 공원이나 지하철역 등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직거래 시장이 부쩍 늘어나면서 예전만 못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판매가 부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생산자들이 고생만 하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직거래 시장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광화문에서 열린 ‘농부의 시장’을 찾아 생생한 모습도 느끼고, 현장 이야기를 통해 개선방안도 모색해 봤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나누는 ‘농부의 시장’

지난 일요일, 가을볕으로 무르익어가는 광화문광장에서는 장터가 열렸다. 광화문 희망나눔장터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재사용나눔장터와 보부상장터와 더불어 농부의 시장도 열려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절로 잡아 끈다. 농부의 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생산자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농수특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 시장이다.

각종 채소나 버섯, 과일, 곡류, 김, 멸치액, 장류나 기름류, 밑반찬과 김치, 각종 즙이나 음료, 즉석밥 등 다양한 농특산물은 물론, 메밀전병과 부꾸미, 묵 같은 간단한 먹거리도 있었다. 한과와 떡은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날 농부의 시장에서는 추석을 맞아 꿀이나 각종 건강음료, 참기름과 같은 선물용 상품이나 햅쌀 등 추석 용품들도 선보였다. 특히 한창 제철인 사과나 고구마를 판매하는 부스가 인기였는데, 시식하며 구입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리한 시민들은 “맛있어요”, “꿀이에요, 꿀!”, “농산물들이 생각보다 정말 싸요!”라며 간단한 평도 들려주었다.

“가끔가다 한 번씩 우연히 들리곤 했는데, 괜찮더라고요. (메르스로 인해) 쉬었던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어요.”

?성동구에서 왔다는 김정옥 씨 또한 이미 떡과 몇 가지 물품을 샀는데, 무척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저희 사과는 당도가 높고 식감도 좋습니다. 일교차가 큰 최북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데요. 저희 ‘DMZ 1Km 사과농장’은 남방한계선에서 직선거리로 1km에 있는 민통선 안 청정지역에 있어요. 하지만 너무 추워 나무가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아 수세관리 등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사과농장 명승의 씨(가운데) 동생과 사촌동생(왼쪽)과 함께 참가했다

사과농장 명승의 씨(가운데) 동생과 사촌동생(왼쪽)과 함께 참가했다

명승의 씨는 사과농장을 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대학에서 사과를 전공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경험과 아들의 노력이 더해져 이처럼 좋은 품질의 사과를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곳 농부의 시장에는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알아보다 지난해부터 참가하게 되었다는데, “직거래하는 거니까 저희 입장에서 훨씬 좋고, 또 소비자 입장에서 싸게 사니까 좋지않겠냐"며 의미를 전한다.

서울의 직거래 시장, 현장에서 답을 찾자

서울시 농부의 시장은 생산자들에게 정기적 판매 기회를 주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농산물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직거래 시장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농업의 가치를 일깨우고 도농상생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시와 MOU를 체결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70여개 시·군의 농수특산물을 시중가보다 1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해당 시·군에서 추천한 생산자의 우수 상품이라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 광화문광장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매월 첫째주 주말(토, 일요일)에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둘째 주말에는 마포구 ‘늘장’, 셋째 주말은 동작구 ‘보라매공원’, 넷째 주말에는 강북구 ‘북서울 꿈의 숲’에서 11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 농부의 시장(광화문광장)

서울시 농부의 시장(광화문광장)

그렇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농부의 시장에 참가하는 생산자들의 고충은 무엇일까? 장소에 따라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주차요금도 만만치 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또 물품 종류이나 분위기에 따라 판매량의 편차도 있는 듯했다.

“광화문 같은 경우 다른 곳보다 매출 자체가 좋아요. 외국인분들도 많이 찾으시고… 아무래도 한국 김치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렇게 많이들 사가세요, 저흰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만들고, 양념 자체도 과일을 갈아 넣어 단맛을 내는 방식이라 손이 좀 많이 가죠. 고춧가루도 바로 갈아서 만들고, 음식은 다 정성이라고 하잖아요. 좀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있어요.”

장세라 씨

장세라 씨

산정영농조합법인 대표 장세라 씨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맛을 전하는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영농조합의 믿을 수 있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20년 된 지역 기업인 산정농산식품에서 만든 김치라 그런지 더욱 믿음직스럽다.

“여기가 중국 분들이 워낙 많이 오잖아요. 아무래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으시다 보니, 소개하고 홍보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듭니다. 통역하시는 분들이 상주할 수 없다면, 각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서 중국어 등으로 된 간단한 설명서라도 만들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사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농산물을 잘 안 사세요. 우리 농산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야 하는데, 이 뜨거운 날에 여기까지 나와서 장 보는 사람이 없어요. 네다섯 시 정도나 돼야 나오시고, 저녁 식사하고 들어가는 길에 여기 와서 사가신단 말이에요. 몇 해 참가해보니 서울 도심에선 오히려 늦은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이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철원 케이핌스영농조합법인 신승균 씨의 조언대로 오전 11시 개장, 오후 4시 파장이라는 운영시간도 계절과 장소에 맞게 변화를 모색해 봐도 좋을 듯싶다. 더불어 우리의 우수 농특산물을 소개하는 마당이 될 수 있도록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통역 등의 서비스도 마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철원군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는 생산자들(왼쪽이 신승균 씨)

철원군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는 생산자들(왼쪽이 신승균 씨)

“저희 철원은 오대쌀이 가장 유명하지만, 밭작물도 꽤 유명한 것들이 많아요. 파프리카나 토마토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품목이고... 요즘은 온난화 때문에 기후가 상당히 더워졌잖아요. 경상도에 있는 사과의 당도에 준할 정도로 철원의 사과, 포도, 배 정말 맛있게 잘 나오고 있어요. 철원의 밭작물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비싼 이유가 첫 번째로 농약을 덜 치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하다 보니까 병충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서 농약을 칠 필요가 없는 거죠. 특히 작년 같은 경우는 철원 오대쌀이 농약을 안친 그룹이 80%가 넘었어요. 날씨가 워낙 좋았고 비가 안 와서... 올해도 아마 비슷할 것 같네요.”

신승균 씨는 지역 내 생산자들과 함께 나왔는데, 철원의 농산물과 햅쌀뿐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이 오대쌀로 만든 떡이라든지, 한과, 쌀조청 등도 함께 가지고 나왔다. 시중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이라 무거운 쌀도 거뜬히 사 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해남에 있는 제 동생이 방앗간 집 며느리거든요. 시댁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방앗간을 2대째 운영하고 계세요. 해남 산이면에 있는 금송방앗간이라고... 거기서 생산된 곡물이랑 참기름, 들기름, 볶은참깨, 들깨가루, 미숫가루, 햇고춧가루 이런 것들을 저희가 ‘방앗간집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시켜 판매하고 있어요.”

방앗간집 며느리 상품들

방앗간집 며느리 상품들

곽지연 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동생이 시어른들과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언니가 브랜딩 디자인한 협업 제품이라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서울의 직거래 시장도 이와 같은 협업의 공간으로 거듭나보면 어떨까? 참가하는 농부들과 청년 마케터들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공간으로, 서울의 마을공동체와 지역 생산자들이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개하며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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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5-09-18
관리번호 D000004175306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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