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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금연보다 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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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야 유적에 새겨진, 담배를 피우는 신관의 모습

멕시코 마야 유적에 새겨진, 담배를 피우는 신관의 모습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14) 신비의 약초(?) 담배

연초부터 이런 말하기가 좀 뭐하지만, 2016년의 1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나갔다. 이런 시간이 23번만 더 지나면 2016년도 안녕이다. 이쯤 되면 1월 1일에 세웠던 계획을 한번 돌아볼 때다. 지난 2주간 나름의 궤도를 따라 잘 진행해 왔는지, 아니면 문자 그대로 작심삼일이 되어버렸는지를 말이다.

사람들, 특히 30대 이상 남성이 새해 목표로 가장 많이 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금연’이 아닐까 싶다. 나는 담배를 피워본 적도, 피우고 싶었던 적도 없지만 주변에 애연가들이 더러 있기에 “에휴... 올해는 담배나 좀 줄이련다” 내지는 “올해부턴 금연이야, 이젠 몸이 못 버텨”, 심지어 “내가 앞으로 담배를 피우면 니 동생이다” 같은 말을 종종 듣는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일주일 내에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만다. 멋쩍게 던지는 “그냥 동생 할게”란 말은 덤이다. 이런 걸 보면 담배 끊기가 참으로 어렵지 싶다. 대마초보다 환각성은 덜하지만 중독성은 더하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이런 분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옛날 특히 담배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담배를 매우 고귀한 신의 선물이나 신 그 자체로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처럼 정제되지 않은, 니코틴이 훨씬 많이 들어있는 담배를 피울 때 야기되는 이런저런 환각작용 같은 것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즈텍 문명에서는 담배를 생식과 출산의 여신인 시우아코아틀(Cihuacoatl)의 화신으로 생각했으며, 이 여신의 몸도 담배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전쟁신을 기리는 의식에서도 담배를 사용했으며, 제사장이나 신관들은 담배나 담배쌈지를 신성한 표지로서 몸에 지녔다고 한다. 신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묘사된 그림들도 발견된다.

아베나키(Abenaki)라는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에는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나눠 피울 수 있게 해 준 영웅, 글루스카베(Gluskabe)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여기에서 담배는 위대한 창조주인 타발닥(Tabaldak)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로 피우면 아픔을 낫게 해 주고,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해 주는 영험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기도할 때 담배잎을 태우면 그 연기를 통해 타발닥에게 기도가 전해지는 일종의 전송장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문제는 못된 마법사 메뚜기가 세상의 모든 담배를 독점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글루스카베가 돌로 만든 카누를 타고 몰래 메뚜기가 살고 있는 섬에 들어가 담배와 담배씨를 몽땅 훔쳐냈고, 이를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반드시 담배를 사람들과 나눠서 피울 것이며 담배를 줄 때 댓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있어 담배를 나누어 피우는 것은 지금까지도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인사법이라고 한다. 여튼 간에 나중에 마법사 메뚜기가 마법 카누를 타고 날아와서 글루스카베를 추궁했지만, 글루스카베는 이를 물리쳤고, 메뚜기가 그래도 담배를 좀 달라고 사정하자 한 번 입에 넣고 씹을 수 있는 양의 담배만을 그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고 한다. 메뚜기를 보면 무엇인가를 입 안에서 계속 되새김질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글루스카베가 넣어 준 담배라는 것이다.

아마도 담배를 줄이거나 끊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담배를 전하라는 글루스카베의 전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담배 끊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도 간다. (실제로는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말도 있잖은가. “세상에 금연보다 쉬운 일은 없다. 난 그걸 수백 번도 더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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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최순욱 생산일 2016-01-13
관리번호 D000004175362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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