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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보물상자 ‘동묘 구제시장’…레트로 감성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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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구제의 성지’가 있다. ‘미운우리새끼’의 임원희, ‘나 혼자 산다’의 정려원, 손담비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찾는 ‘힙‘한 장소, 바로 ‘동묘구제시장’이다. 바야흐로 레트로 시대, 젊은 세대들의 빈티지 열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그 곳을 찾아가 보았다.
동묘구제시장이 시작되는 동묘역 3번 출구 ⓒ박은영
햇살이 좋은 어느 수요일 오후, 동묘역 3번 출구로 나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동묘구제시장의 메인 거리가 펼쳐졌다. 갖가지 옷을 기본으로 밥솥, 가방, 냄비, 카메라부터 시계, 귀금속까지 없는 게 없다.
1980년대 중고품 만물상들이 모여 상권을 형성했다. ⓒ박은영
서울시 숭인동에 자리한 동묘는 조선시대 중국의 장수 '관우'를 모시던 사당으로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주변으로 장이 서던 자리였던 이곳은 1980년대 중고품 만물상들이 모여들어 상권을 형성했다. 이후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 등으로 터전을 옮겨야 했던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이 더 커졌다고 한다.
예스러운 간판이 눈길을 끄는 종로자전거 ⓒ박은영
황학동 벼룩시장, 동묘 벼룩시장이라는 명칭이 두루 사용되고 있는 이곳은 거대한 벼룩시장 지구였다. 동쪽으로는 신설동역 부근의 풍물시장, 그리고 남쪽으로는 황학동 벼룩시장과 이어지고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묘구제시장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 ⓒ박은영
T자형 모양으로 형성된 동묘 벼룩시장은 크게 '구제 옷거리'와 '골동품 거리'로 나뉜다. 길가에 쌓여있는 옷들로 가득한 '구제 옷거리'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과거 노년층이 주로 찾아 '어르신들의 홍대'라 불렸지만, 최근 개성 있고 빈티지한 감성을 찾는 젊은 세대들의 발길도 늘어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동묘시장은 중장년층의 추억의 장소에서 젊은 세대들의 핫플이 되고 있다. ⓒ박은영
중장년층이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았던 동묘시장에 젊은 세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방송을 탄 이후부터다. 2013년 가수 G드래곤이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방문 후 여러 방송사에서 앞다퉈 동묘를 찾았다. 어르신들의 동네에 젊은 세대들이 몰려오면서 10대부터 70대 이상 노인들까지 세대 감성을 아우르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동묘시장은 이제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장소가 되어주고 있다.
옷무덤에 파고들어 나에게 맞는 괜찮은 옷을 싸게 구입할 때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박은영
동묘 구제시장에서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는 거대한 헌 옷 무더기에서 사람들이 뒤섞여 옷을 고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달려들어 이 옷 저 옷 꺼내 보기 바빴다. 근사하게 차려입고 도도하게 옷가지를 집어 드는 젊은 ‘패피’도 눈에 띄었다.
개성 넘치는 패션으로 무장한 젊은이들과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동묘엔 빈티지한 매력의 독특한 옷들이 많다. 구제시장의 명물, 일명 '옷무덤'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은 1,000~5,000원으로 구제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잘만 고르면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을 할 수 있다.
다시 유행이 돌고 있는 청자켓이 즐비하다. ⓒ박은영
그 밖에 메인 길에서는 가방, 운동화, 가전제품, 자전거, 책 등 별의별 물건을 다 만날 수 있다.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뒤섞여 쇼핑을 하고 있는 메인 길에서 골목으로 빠지면 근사한 옷 매장들도 즐비했다. 질 좋은 옷은 보통 빈티지 숍이 선점하고 있으니 최근에 생긴 곳들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동묘시장 쇼핑 땐 에코백과 현금을 준비해보자. ⓒ박은영
동묘시장 쇼핑의 팁을 준다면 바로 ‘에코백’과 ‘현금’이다. 비닐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이것저것 넣다 보면 찢어질 수 있으니 캐리어를 들고 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최근 생긴 가게 외엔 현금을 받는 곳이 더 많으니 현금 준비는 필수다. 시간과 다리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동묘구제시장의 괜찮은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인 ‘토요일 오후’를 공략하자.
빈티지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를 미리 알고 오면 도움이 된다. ⓒ박은영
브랜드를 잘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 잘 모른다 싶으면 주변 옷 좋아하는 친구 하나 데리고 가자. 빈티지 제품들 특성상 '루즈'하게 나온 핏이 많으니 자신에게 맞는 핏을 찾는 게 중요하고, 옷 상태를 봐야 하기에 꼼꼼히 잘 살펴보고 사도록 해야 한다.
구제 옷거리 옆 골동품 거리에선 추억의 물건을 만날 수 있다. ⓒ박은영
수십 년 된 필름 사진기가 추억을 소환한다. ⓒ박은영
구제 옷거리 옆 '골동품 거리'는 앤티크한 손목시계, 수십 년 된 필름 사진기, 추억을 소환하는 생활 소품 등으로 전국의 레트로 마니아들을 불러 모은다. 건강식품 할인매장에는 어르신들이 유독 많이 몰려 있다. 밥솥, 커피포트, 라디오 등의 전자제품과 옛날 재봉틀과, 중고 전기공구들까지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동묘시장에는 쇼핑 후 허기를 채워줄 저렴한 맛집이 많다. ⓒ박은영
동묘구제시장의 자랑으로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단돈 1,000원에 맛볼 수 있는 옛날 토스트, 잔 막걸리, 3,000원짜리 고기튀김과 비빔국수, 여기에 칼칼한 동태찌개의 맛의 진미는 5,000원이면 충분하다. 최고의 가성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가게에선 코로나19 긴급재난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박은영
다시금 유행이 되고 있다는 청자켓 가게부터, 만 원 이상이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써 붙인 가게도 보인다. 영화 속 소품처럼 오랜 역사를 한껏 드러내는 낡은 간판의 점포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또, 길거리 한쪽에 돗자리와 테이블을 깔고 잡다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이들도 많아 구제시장만의 운치가 물씬 풍긴다.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주는 동묘구제시장 ⓒ박은영
2020년 또다시 불어온 복고열풍으로 그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구제시장은, 1020 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주는 공간이 됐다. 이 곳에 가면 ‘패션이란 끊임없이 돌고 돈다’는 사실을 비로소 느낄 수 있다. 단돈 5,000원에 득템을 할 수 있고, 10,000원이 있다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도 있는 곳. 오래되고 근사한 감성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동묘구제시장은 오늘도, 내일도 구제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 동묘 구제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일대
○ 교통 : 지하철 1호선 혹은 6호선을 타고 동묘앞역 하차
○ 운영시간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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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 내손안에서울 | 제공부서 | 콘텐츠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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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박은영 | 생산일 | 2020-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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