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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탱크 산속영화관'에서 특별한 영화감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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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문화비축기지가 또 한 번 '문화탱크 산속영화관 : 자동차극장'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가능한 한 야외활동을 줄이고 있는 시민들의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안전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5월8일~10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는 매일 한 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었다. 관람은 인터넷으로 선착순 신청을 받았다.

문화비축기지가 지난 5월8일~10일 자동차극장의 문을 열었다.인터넷 예약

문화비축기지가 지난 5월8일~10일 자동차극장의 문을 열었다(좌) 인터넷 예약을 통해 관람을 신청했다. ⓒ이선미(우)

세 편의 영화작품 가운데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선택하고 예약을 했다. 비가 오더라도 극장은 연다고 했다. 와이퍼 때문에 조금 신경은 쓰이겠지만 영화를 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도 했다. 비 내리는 자동차 극장도 나름 운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후가 되면서 비는 그쳤지만 날이 가을처럼 가라앉고 바람이 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입구에서부터 안내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입구에서부터 안내를 하고 있다. ⓒ이선미

자동차극장은 1회당 150대 차량이 동시에 관람을 하는 방식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봉사자들의 섬세한 안내가 이어졌다. 리플릿을 받고 간단한 소개를 들은 후 주차안내자들의 신호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이미 자동차들이 도열해 있었다. SUV 차량인 우리는 뒤쪽으로 안내되었다. 다들 차 안에 있어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종종 아이를 데리고 젊은 엄마나 아빠가 밖으로 나오곤 했다.

각 차량마다 주차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주차했다

각 차량마다 주차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주차했다. ⓒ이선미

영화가 시작되기 전 도시재생사업 이야기가 전해졌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도시재생사업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선미

오후 세 시. 흐리긴 했지만 아직 대낮이어서 과연 스크린이 어떻게 나올까 좀 궁금해졌다. 문화마당에 설치된 가로 18m, 세로 7m 초대형 스크린에서 다시세운과 문화비축기지 등 도시재생사업의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자동차극장에서 본 휴먼다큐 '다시 태어나도 우리'

자동차극장에서 본 휴먼다큐 '다시 태어나도 우리' ⓒ서울시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1400년 전 시작된 티베트 불교 교리에서 특별한 존재인 린포체(고승) 이야기를 다룬 휴먼다큐 영화였다. 주인공 파드마 앙뚜는 전생에 티베트에서 큰스님이었던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다. 어린 나이에 린포체로 인정을 받지만 전생의 제자들이 찾아와 모셔가지 않은 까닭에 라다크의 사원에서 추방되고 만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앙뚜를 돌봐준 일흔의 노스님 우르갼이 자신의 암자에서 함께 지내며 그를 먹이고 가르친다.

린포체이지만 아이이기도 한 앙뚜는 놀고 공부하고 가끔 반항도 한다.

린포체이지만 아이이기도 한 앙뚜는 놀고 공부하고 가끔 반항도 한다. ⓒ이선미

다섯 살 아이였던 앙뚜가 조금씩 자라고, 일흔 살 노인이었던 우르갼이 더 나이 들어가는 동안 두 사람은 한없이 서로를 존경하고 믿고 사랑한다. 그렇게 몇 해의 겨울이 지난 후 그들은 찾아오지 않는 제자들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티베트로 향한다.

전생의 사원을 찾아 두 사람이 멀고 험한 길을 함께 떠난다.

전생의 사원을 찾아 두 사람이 멀고 험한 길을 함께 떠난다. ⓒ이선미

“시골 의사로, 승려로 살면서 린포체를 모시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의 운명이거나 업보겠죠. 저에겐 행복한 일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라다크나 티베트 불교는 낯설었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필요하며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영화는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우리 함께 살면서 행복했잖아요? 그래서 린포체, 고마웠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헌신’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이는 영화의 한줄평에 ‘그 스승이야말로 부처님’이라고 썼다. 자신의 생을 몽땅 린포체를 위해 쓴 그의 행위는 말 그대로 헌신이었다. 점점 헌신의 가치가 사라져가는 사회지만 그 헌신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자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헌신을 보여주는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이 있다.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헌신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헌신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선미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두 편의 영화 역시 작품성이나 그 의미에서 남다른 작품들이었다. 한 관람자는 “문화탱크 산속영화관이 특별한 이유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협력해 예술의 가치와 삶의 참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수 있는 명작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구성된 점이다”라고 평가했다. ‘댄싱 베토벤’과 ‘파바로티’가 그 작품들이었다. 문화비축기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와중에 사람들 마음의 거리까지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문화비축기지

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문화비축기지 ⓒ이선미

코로나19 상황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문화비축기지는 조심스럽게 T1(파빌리온), T4(복합문화공간)를 개방한다고 한다.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 말부터 2000년까지 마포석유비축기지로 운영되었던 장소로, 2003년 도시재생을 통해 탄생한 문화공원이다. 축구장 22개 크기인 14만㎡ 부지 중앙에 개방된 문화마당이 자리하고 6개의 탱크가 이를 둘러 싸고 있는 형태로 지금도 공원 여기저기에 옛 모습이 남아있다.

공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문화비축기지 오디오가이드 투어'는 8월30일까지 매주 목, 금요일에 한해 회당 20명까지 사전예약 신청을 받는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발열체크 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단체당 최대 신청인원은 4명까지이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513102705682638)'에서 운영 요일과 시간, 인원 등을 확인한 후 신청하면 된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이선미

문화비축기지 야외공원은 24시간 열려 있다. 이날도 여전히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모두들 마스크를 썼고 무리지어 다니는 경우는 없었다. 서로가 긴장하며 행동수칙을 지켜야만 모두의 안전도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 무르익어가는 봄날, 문화비축기지에서 마음껏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 문화비축기지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성산동)
○ 교통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출구 -> 서측문까지 도보 5분정도 소요,
버스이용시 월드컵경기장서측, 문화비축기지 정류장에서 하차.
○ 관람 : 야외공원 연중무휴, 실내공간 10:00~18:00, T1, T4만 사전예약자에 한해 개방
○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culturetank
○ 사전투어 예약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신청(무료)

○ 문의: 문화비축기지관리사무소 02-376-8736, 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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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탱크 산속영화관'에서 특별한 영화감상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선미 생산일 2020-05-18
관리번호 D000003997413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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