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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花)사한 우이신설선...미술 전시 보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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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언제부터인가 미술관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직접 작품을 보고 눈에 담는 것보다 못한 것도 사실이다. 꼭 미술관이 아니어도 가까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 시민들의 발' 지하철이 문화예술철도로 거듭나고 있다.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역을 잇는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상업광고를 걷어내고 문화예술을 콘텐츠로 삼는 철도선이다. 지난해 전시플랫폼을 구축하여 현재 11개 역사와 지하철 내부를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예술철도로 조성된 우이신설선

문화예술철도로 조성된 우이신설선 ⓒ강사랑

올해에는 서울시 주관으로 코로나 사태에 지친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희망의 메시지 '만개:UI Blossom' 展(부제: 꽃,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다)가 우이신설선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신설동역,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에서 관련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사진의 거장 구본창과 코로나19로 인해 격리 중에 있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 영국의 ‘크리스트자나 윌리암스’가 서울시민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소개된다.

2호선과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신설동역에는 미술관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정물 사진으로 유명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작품 6점과 회화적인 요소와 문자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여 온 채병록 디자이너의 일러스트 작품 5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신설역 내 구본창의 작품 모습

신설역 내 구본창의 작품 모습 ⓒ강사랑

꽃을 좋아하는 구본창 작가는 가정에서 직접 씨를 뿌리고 재배하여 만개한 아마릴리스와 심비디움, 그리고 스님이 들고 있던 연꽃을 찍은 사진 등 개인적인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편 채병록 그래픽디자이너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시민들이 지하철 공간에 소풍을 나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피크닉 매트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을 오고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기대와 웃음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문역에는 이탈리아의 패션 사진작가인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기간 동안 예술과 휴머니즘에 대한 열정을 담아 창작한 현대적인 식물사진과 ‘꽃’을 주제로 한 17~19세기에 그려진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Rijks Museum)의 소장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해 근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보문역 내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의 작품

보문역 내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의 작품 ⓒ강사랑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는 사막에서 꽃을 그린 조지아 오키프에서 영감을 받아 전 국민 가택격리라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며 이를 식물 사진과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또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라익스미술관(Rijks museum)’으로부터 대항해시대(15~18세기)에 영향을 받은 아름다운 식물 세밀화를 제공받아 이 중 24점을 선정하여 설치했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오가는 성신여대입구역에는 영국의 콜라주 아티스트, ‘크리스트자나 윌리암스’가 청춘들의 찬란한 미래를 축복하고,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성신여대역 내 '크리스티자나 윌리암스'의 작품

성신여대역 내 '크리스티자나 윌리암스'의 작품 ⓒ강사랑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동·식물, 모험과 여행을 상징하는 지도, 열기구 등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경이로움이 넘치는 환상적인 신세계를 표현해왔다. 작가는 한국 지하철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작가 스튜디오에서 스텝으로 일하는 한국인 청년 디자이너 ‘김수형’을 모델로 삼아 특별한 작품(‘동쪽의 미스김’, ‘서쪽의 미스김’)을 선사했다. 이 작품들은 성신여대입구역을 지나는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곳을 오고, 가는 청년들의 꿈이 동서양을 넘어 찬란히 펼쳐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우이신설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업광고 대신 이처럼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은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밝아서 좋다. 요즘 코로나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소 북한산을 등반하며 우이신설선을 애용하고 있다는 한 시민 역시 “역사 내에 너저분한 상업광고들을 볼 때 마다 인상이 찌뿌려졌는데, 미술 작품들이 들어서니 보기에도 좋고 소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솔샘역 내 '국동완'의 작품

솔샘역 내 '국동완'의 작품 ⓒ강사랑

한편 솔샘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와 함께하는 협력전시도 만날 수 있다. 신진작가의 창작 여건 활성화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동 레지던시와의 협력전 '그림탐구' 展이 그것이다. 창동 레지던시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국동완’과 ‘빠끼’ 작가의 유쾌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문화철도 우이신설선을 지나는 역에서 만난 미술 작품들은 ‘희망’이라고 하는 주제 안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무의미한 독백을 읊조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이들이 건네는 안부 인사에 기꺼이 화답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초목을 더욱 푸르게 하는 오월의 비처럼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예술의 힘을 믿는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만개 : UI BLOSSOM' 展
○ 전시 일정 : 2020.05.06~2020.08.31
○ 장소 : 신설동역,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 등 11개 역
○ 홈페이지: http://www.uiartline.com
○ 문의 :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02-695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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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花)사한 우이신설선...미술 전시 보러갈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강사랑 생산일 2020-05-14
관리번호 D000003995316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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