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그림이 된 달동네, 백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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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자락 아래 눈 내린 백사마을

불암산 자락 아래 눈 내린 백사마을 ⓒ문청야

눈이 안 오는 겨울이 참 지루하게 느껴지던 2월 중순 이틀 내내 서울에 눈이 펑펑 내렸다. 눈이 오면 사진으로 남기고픈 곳이 있었다. 설경을 꼭 담아보고 싶었던 불암산 자락 아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로 향했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졌을 고추떡 가게

오랜 기간 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졌을 고추떡 가게 ⓒ문청야

중계동 백사마을은 옛 풍경을 남기고 곧 재개발될 예정이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났다. 마을이 없어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눈이 와서 미끄럽고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눈이 와서 미끄럽고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문청야

중계본동 종점에서 하차 후 7분 정도 걸으니 백사마을이 보였다. 잠깐 어디부터 돌아야 할까 망설이다 첫 번째 골목에서 무조건 위로 올라갔다. 끝까지 올라가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길이 미로처럼 보였지만 끝까지 올라가서 언덕 위에 서니 손금처럼 다 보였다. 내려오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불암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백사마을이 명당처럼 느껴졌다.

건너편 아파트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백사마을

건너편 아파트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백사마을 ⓒ문청야

백사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밤에 내린 눈으로 그림엽서처럼 하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간간히 눈발도 날렸다. 빈 집도 많았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 구경하기는 힘들었는데 바람 소리와 개 짖는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곳곳에 균열이 가고 함몰되거나 파인 곳들이 보였다.

비바람을 막기 위한 지붕 위의 타이어

비바람을 막기 위한 지붕 위의 타이어 ⓒ문청야

이렇게 마주보고 살았으니 이웃간의 정이 돈독할 수 밖에 없겠다

이렇게 마주보고 살았으니 이웃간의 정이 돈독할 수 밖에 없겠다 ⓒ문청야

어느 집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렸다. “씻을려고 물 받았어? 응. 왜 하필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정겹게 들리는 부부간의 대화였다. 낮은 지붕과 담벼락, 녹슨 철제 대문은 언뜻 음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직 남아있는 색색의 벽화를 만날 때는 재치와 위트에 미소가 지어졌다.

재치있고 위트있는 벽화의 모습

재치있고 위트있는 벽화의 모습 ⓒ문청야

불암산 자락에 골목과 골목이 서로 이어진 백사마을은 중계동 산104번지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960년대 후반 용산과 청계천 등의 철거민들이 정착해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불암산 둘레 길과 이어져 있어 둘레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른 적이 있고, 6년 전에 사진 찍으러 온 적이 있다. 그 이후 남양주 쪽으로 바람 쐬러 갈 때 마을 옆 도로를 지나곤 했다.

집 밖 골목에는 장독이 놓여있고 심어놓은 파가 보였다

집 밖 골목에는 장독이 놓여있고 심어놓은 파가 보였다 ⓒ문청야

가파른 언덕으로 이어진 서울의 달동네. 언덕 위에 서니 건너편 높은 아파트와 너무 대조적이다. 이쪽에는 지붕 위에 까만 타이어들이 보인다. 비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일 듯싶다. 복잡한 선과 정리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들은 서울이 개발되기 전 옛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봉준호 감독이 이분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중계동 백사마을 풍경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중계동 백사마을 풍경 ⓒ문청야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본동미디어와 대진슈퍼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본동미디어와 대진슈퍼 ⓒ문청야

백사마을을 한 바퀴 돌고 마을입구로 내려왔다. 본동 미디어와 대진수퍼가 보인다. 본동 미디어 앞에 타고 남은 연탄재가 그득하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중략)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너는 누구를 위해 몸을 불살랐던 때가 있었느냐고 자꾸 묻는 듯하였다.

버스 타러 내려가는 길 철제문과 전봇대를 감싼 줄기가 인상적이다

버스 타러 내려가는 길 철제문과 전봇대를 감싼 줄기가 인상적이다 ⓒ문청야

백사마을 가는 길은 집 앞 정류장에서 1141번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보통 지하철 노원역 4호선 2번 출구와 1번 출구 사이 버스정류장에서 1142번 버스를 타고 중계본동종점 하차를 하면 약 3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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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39403125 등록일 2021-06-25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문청야 생산일 2020-02-21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