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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음미하는 문학의 향기 '청운문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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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운치 넘치는 청운문학도서관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운치 넘치는 청운문학도서관 ⓒ김윤재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문학의 향기로 가득한 한옥 도서관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 산을 마당 삼은 한옥 문학도서관이라니! 너무 큰 기대에 실망하진 않을까 기대를 낮추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껏 기대해도 실망하지 않을 멋진 곳이었다. 2014년 11월 개관한 종로구의 16번째 구립도서관이자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이다.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니 길 건너편에 도서관 안내판이 나왔다. 청운공원 옆길을 따라 5분 남짓 걸으니 산 가운데 아늑하게 놓인 한옥 도서관이 보였다. 꼭 도서관이 아니라 문화재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도서관 가는 길은 경기상고 정류장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도 있지만 거리가 멀고 주택가를 지나야한다. 첫 방문이라면 청운공원 옆길로 가면 계단 위에서 그림처럼 멋진 도서관 풍경을 먼저 만날 수 있다.

기와 장인들이 만든 전통 기와를 올린 한옥채 지붕
기와 장인들이 만든 전통 기와를 올린 한옥채 지붕 ⓒ김윤재

청운문학도서관은 국토교통부와 국가한옥센터가 주최한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2015년에 대상을 수상한 곳이었다. 한옥채 기와는 숭례문 복원에 사용한 지붕 기와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기와 장인들이 만든 전통 수제 기와로, 대량 생산하는 현대식 기와보다 색감이 자연스럽고 가벼운 게 특징이라고. 또 건물 앞 담장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에서 철거한 한옥 수제 기와 3,000여 장을 재사용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문화재나 다름없지 않나 싶었다.

돈의문 뉴타운에서 철거한 기와를 재사용한 담장
돈의문 뉴타운에서 철거한 기와를 재사용한 담장 ⓒ김윤재

신발을 벗고 한옥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한옥채는 창작실과 세미나실로 이뤄져 있는데, 창작소1실을 제외한 창작소2실과 세미나실은 프로그램이나 대관이 없을 경우 열람실로 개방해 놓는다. 이 날은 두 곳 모두 열람실로 개방되어 있었다. 세미나실 좌식 테이블 앞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가져온 책을 꺼내 읽었다. 아무도 없는 한옥 방에 앉아 책을 읽는 그 시간이 낯설지만 소중하게 느껴졌다.

입구 오른편 세미나실(左)과 왼편 창작소1실로 가는 짧은 복도(右)
입구 오른편 세미나실(좌)과 왼편 창작소1실로 가는 짧은 복도(우) ⓒ김윤재

본채를 나와 옆을 보니 작은 연못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잠긴 문고리엔 11월부터 2월까진 누정과 인공폭포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날이 따뜻할 때 폭포 소리를 들으며 정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그만한 신선놀음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채 옆 정자와 인공폭포는 11~2월을 제외하고 연중 개장한다
본채 옆 정자와 인공폭포는 11~2월을 제외하고 연중 개장한다 ⓒ김윤재

자료실로 가기 위해 아래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니 언덕 위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도서관 전경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을 둘러싼 나무들의 초록이 짙어지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정면에서 바라본 청운문학도서관
정면에서 바라본 청운문학도서관 ⓒ김윤재

문학도서관이라는 이름답게 소장 자료도 '문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000번부터 700번, 900번대 서적은 작은 서가 두 개만 채웠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문학(800번)으로 채워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영미와 일본 문학, 기행, 수필, 소설이 꽂힌 책장이 차례로 섰고, 가장 안쪽 벽면엔 출판사별 문학 작품이 꽂혀 있었다. 문학동네와 민음사, 열린책들, 창비까지 출판사별 문학전집이 가득한 책장을 보며 어떤 작품부터 꺼내들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문학 서적으로 가득한 서가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선큰가든
문학 서적으로 가득한 서가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선큰가든 ⓒ김윤재

자료실은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서가의 좌우로 큰 창이 뚫려 있어 시선이 시원했다. 양쪽 모두 문을 열고 나가 바깥 공간에도 앉을 수 있게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도서관 안 쪽엔 선큰가든이란 이름의 대나무로 둘러싼 작은 공간이 운치를 더했다.

선큰가든 왼편엔 전시기획자 및 큐레이터 김승덕 씨가 기증한 미술 관련 자료로 채워진 다목적실이 있고, 그 옆엔 아기자기한 키즈존도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은 이 곳 외에도 열람실 맞은 편에 어린이 열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미술 관련 기증 도서로 채워진 다목적실(左)과 키즈존(右)
미술 관련 기증 도서로 채워진 다목적실(좌)과 키즈존(우) ⓒ김윤재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문학 작품 또는 작가 중심의 기획 전시부터 인문학 강연과 시 창작 교실, 아이들을 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한다. 수시로 홈페이지(http://lib.jongno.go.kr)에 올라오는 공지를 참고하면 유익한 경험을 찾아 할 수 있다.

독서는 책을 읽는 순간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책을 처음 만나고, 읽는 장소의 느낌은 어떠한지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경험이 아닐까. 그렇다면 문학 작품을 읽기 위해 산 아래 고즈넉한 한옥도서관을 찾는 것만큼 가슴 뛰는 독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 청운문학도서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 교통 : 버스 1020, 7022, 7212번 이용 ‘자하문 고개, 운동주 문학관역’ 하차
○ 관람시간 : 화~토요일 10:00~22:00 (동절기인 1, 2월은 ~19:00) / 일요일 10:00~19: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설, 추석)연휴
○ 열람석수 : 115석
○ 장서수 : 25,847권 (2020.01 기준)
○ 홈페이지 : 종로구립도서관
○ 문의 : 070-4680-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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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음미하는 문학의 향기 '청운문학도서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윤재 생산일 2020-02-12
관리번호 D000003933378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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