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기억하자! 교통안전을 여는 비밀번호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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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54) 도심제한속도 50km/h의 의미와 필요성
도로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푸른 하늘과 녹색 벌판을 배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긴 길이 떠오르는가?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도로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도로 양 옆으로 건물이 있고,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계속 나타난다. 이 도로는 자동차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이용하며 인도가 없는 곳은 보행자들까지 들어온다. 이것이 우리가 평소에 제일 많이 이용하는 도시 내 도로이다. 그리고 이 같은 도시부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편 도로의 속도를 제한하는 법률이 도로교통법이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 제한속도에 도로 주변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따르면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의 제한 속도는 60km/h이다. 거기에 편도 2차로 이상이면 80km/h까지 올라간다. 도시인지 시골인지를 구별하지 않다보니, 건물이 빽빽한 시가지 도로의 제한속도가 어이없을 만큼 높게 올라가버린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교통안전에 뜻이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나섰다. 개선의 핵심은 차선 숫자만으로 정해지는 기존의 속도제한을, 주변상황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다. 같은 일반도로라도 도시지역은 50km/h로 속도제한을 강화하였다. 여기서 도시지역이란 주거, 상업, 공업지역을 말하며, 녹지지역은 제외된다. 이것이 도시부 시내도로는 50km/h, 동네도로는 30km/h로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자는‘안전속도 5030’정책이다.
속도제한 50km/h로 낮추면 생기는 일들
이렇게 속도제한을 50km/h로 낮추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60km/h의 차량이 사람과 부딪히면 보행자의 90%가 사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50km/h로 낮추면 50%로 줄어든다.
또한 자동차의 속도가 낮아지면 제동거리도 짧아진다. 자동차 운전자도 사고를 내고 싶어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속도가 높으면 보행자를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애초에 천천히 달리면 보행자에 닿기 전에 차를 세울 수 있다. 보행자를 친 이후 조금만 더 천천히 달릴 걸이라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우리나라의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은 OECD 최상위권이다. 2018년 한해에 3,781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 보행 중 사망자가 1,487명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3.3명으로 OECD 평균의 3배였다. 제도를 바꾸어 사람의 생명을 더 많이 구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한 가치 있는 일이다.
속도를 낮추니 목적지까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이렇게 속도를 낮추면 목적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닌지, 도로가 더 혼잡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이런 걱정이 이해는 되지만 기우에 가깝다.
일단 차가 달리기 시작해도 곧 다음 교차로 앞에서 서야하는 도시부 도로의 특성상, 도시에서는 최고속도까지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최고속도로 올렸다고 해도 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또한 60km/h를 내봤자 결국 다음 교차로 앞에 빨리 도착하는 것 뿐이고, 신호를 기다리다보면 뒤에서 50km/h로 달려와 도착한 자동차와 차이가 없어진다.
이 같은 결과는 실증적으로 밝혀져 있다. 부산경찰이 실험을 해본결과 50km/h로 달렸을 때 60km/h에 비해 늦어지는 시간은 최대 3분에 불과하고, 택시비로 환산해도 몇 백 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한다.
물론 고속도로처럼 꾸준하게 높은 속도로 달리는 경우라면, 10km/h의 차이도 누적되어 시간 단축을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50km/h 제한은 교차로가 많은 시내에서 실시되며, 올림픽대로 같은 도시고속도로는 90km/h 제한이 유지된다. 또한 시내도로라고 해도 차로가 넓고, 교차로 간격이 멀며, 횡단보도가 적은 도로는 기존대로 60km/h가 유지된다. 무작정 속도제한을 강요하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행자의 상당수는 우리의 노부모와 자녀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속도에 중독되어 버린 게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속도가 빨라져도 안전성에 별 차이가 없는 철도와 달리, 자동차는 속도를 높일수록 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 더구나 보행자와 부딪히면 정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교통사고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안다면, 자동차 속도가 우선이라는 말은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보행자의 상당수는 우리들의 노부모와 어린 자녀들이기도 하다. 속도를 10km/h 낮추어서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값어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매년 전염병으로 1,000명이 죽는다면 나라가 뒤집힐 것이다. 몇 년 전 메르스 때를 생각해보라. 그런데 우리는 매년 1,000명이 넘는 보행자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너무나 무덤덤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안전속도 5030’은 모두가 실천할 수 있으면서 효과도 좋은 교통안전 정책이다.
■ 안전속도5030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도로에서 달릴 때 제한속도가 자꾸 바뀌다보니 위험하고 혼란스럽다
원래 속도제한은 경찰청 소관이다. 그러나 도시부 도로는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로구조와 속도제한이 일치하지 않거나 연속성이 떨어지는 등 한계가 있었다. 여러 기관들의 협조로 서울시 4대문 안이 일반도로 50km/h, 이면도로 30km/h로 일괄 지정되었다. 또한 50km/h와 60km/h가 섞여있어 혼란을 주었던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도 50km/h로 일원화되는 등 점차 통일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속으로 달리면 연비가 나빠지지 않는가?
일정속도로 꾸준히 달리는 고속도로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도심부는 연비의 초점이 다르다. 도심부에서는 교차로 때문에 속도가 계속 변한다. 속도를 가능한 일정하게 맞추어 주는 게 오히려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속도를 내릴수록 안전하다면 왜 더 많이 내리지 않는가?
▶카메라 앞에서만 감속하고 다시 속도를 내니 효과는 없고 운전이 더 피로하기만 하다
전 구간이 50km/h 제한인데, 애초에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게 잘못된 것이다. 무인 카메라는 정말 최소한의 단속일 뿐이고, 전 구간에 걸쳐 일정하게 50km/h로 달린다면 가속, 감속을 반복할 일이 없다. ▶보행자가 무단횡단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안전속도 5030과 무단횡단방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양쪽 모두 필요하다. 애초에 보행자 사고가 무단횡단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도시부 도로의 특징이 횡단보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차량과 보행자가 만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과 함께, 무단횡단이 잦은 곳에 대해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횡단보도도 개량하는 등 종합적인 교통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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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 내손안에서울 | 제공부서 | 콘텐츠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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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한우진 | 생산일 | 2020-01-07 |
관리번호 | D0000039079748 | 분류 |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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