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가면 더 좋은 궁궐, 창덕궁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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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은 5대 궁궐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궁궐이다. 특히 창덕궁 후원은 유일한 궁궐후원으로 한국의 정원을 대표하고 있어 가치가 높다. 다양한 정자와 연못, 수목이 자연과 조화롭게 배치돼 19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됐다. 단풍이 절정에 달하던 지난 주말, 설렘을 안고 창덕궁으로 향했다.

창덕궁 진선문 입구 모습 ⓒ박분 

창덕궁 금천교와 진선문 입구 모습 ⓒ박분

수백 년 된 다리인 창덕궁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進善門)에 이르기까지 오색 단풍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창덕궁 인정전 ⓒ박분 

창덕궁 인정전 ⓒ박분

궁궐에 가면 제일 먼저 찾아 가는 곳이 궁궐의 중심이 되는 정전이 아닐까 싶다. 단풍 짙게 물든 나무들이 더욱 고즈넉한 풍광을 자아내는 창덕궁 인정전에서 잠시 목례를 한 뒤 인정전 뒤편에 자리한 선정전(宣政殿)으로 발길을 옮겼다.

궁궐 내 유일한 청기와 지붕이 돋보이는 선정전 문 밖에는 소나무 군락이 있다 ⓒ박분

 궁궐 내 유일한 청기와 지붕이 돋보이는 선정전 문 밖에는 소나무 군락이 있다 ⓒ박분

임금의 편전인 창덕궁 선정전은 궁궐 내 유일한 청기와 지붕이 돋보이는 전각이다. 선정문 밖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푸른 솔밭이다. 가을 단풍들의 향연에 그만 소나무도 덩달아 흥이 났나보다. 푸른 솔 사이로 노란 브릿지를 넣은 멋스런 모습으로 반긴다.

겹겹이 기와지붕을 맞댄 희정당 ⓒ박분 

겹겹이 기와지붕을 맞댄 희정당 ⓒ박분

겹겹이 기와지붕을 맞댄 희정당(熙政堂)은 한층 고즈넉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희정당은 순종이 접견실로 사용하던 곳이다. 본래는 국정을 보던 편전역할을 했으나 화재가 발생해 1920년에 재건하면서 내부를 서양식 접견실로 꾸미게 됐다.

   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단풍길 ⓒ박분 

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단풍길 ⓒ박분

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길목은 단풍길의 연속이다. 후원에 가까이 접어들수록 단풍은 물결을 이룬다. 후원에서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곳은 커다란 인공 연못인 부용지이다. 부용지 너머로 시선을 압도하듯 펼쳐진 주합루의 풍경이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마냥 황홀하다.

부용지 북쪽에 위치한 누각, 주합루 ⓒ박분 

부용지 북쪽에 위치한 누각, 주합루 ⓒ박분

주합루(宙合樓)는 부용지 북쪽에 위치한 누각으로 정조 원년(1776)에 세워졌다. 주합(宙合)이란 우주와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나라를 다스린다는 정조의 신념을 담고 있다. 2층 구조로 휴식과 함께 학문을 읽고 교육하던 공개된 장소였으며 1층은 왕의 직속기관인 규장각으로 도서수집 및 연구 기능을 담당했다.

  화려한 꽃과 당초문이 아름다운 어수문 ⓒ박분 

화려한 꽃과 당초문이 아름다운 어수문 ⓒ박분

주합루로 오르는 계단에 꽃과 당초문의 화려한 장식으로 단장한 어수문(魚水門)이 있다. 현재 편액은 보수 중이라 보이지 않았지만 ‘어수문’의 의미는 임금과 신하를 각각 물과 물고기에 비유해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격언처럼 군신간의 융화적 관계로 풀이된다. 임금은 어수문으로 출입하고 신하들은 옆의 작은 문으로 출입했다.

 주합루를 둘러싼 울타리, 취병 ⓒ박분 

주합루를 둘러싼 울타리, 취병 ⓒ박분

주합루의 울타리를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롭다. 주합루를 둘러 싼 울타리는 신우대를 엮어 만든 생 울타리로 취병(翠屛)으로 불린다. 취병은 조선시대 독특한 조경기법 중의 하나다. 푸른 병풍처럼 울타리를 만들어 내부가 보이는 것을 막아주고 생기가 도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주합루의 취병은 1820년대 그려진 동궐도의 그림을 토대로 대나무 틀을 짜고 신우대를 심어 재현했다.

   창덕궁 후원 부용지와 부용정 ⓒ박분 

창덕궁 후원 부용지와 부용정 ⓒ박분

창덕궁 후원은 조선시대 여러 임금의 손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임진왜란 때 손상된 후원을 숙종 때 다듬었고 정조 때에 이르러 지금의 후원 모습이 탄생됐다. 정조는 연못(부용지)을 만들어 부용정을 세웠다.

부용지는 장방형 연못으로 그 한 가운데에 작고 동그란 섬 하나가 있다. 조선 궁궐 연못은 ‘하늘의 덕성은 원만하고 땅은 바르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에서 만들어졌다. 팔작지붕의 부용정에서는 왕이 과거에 급제한 이들에게 주연을 베풀어 축하해 주었고, 정조 19년(1795)에는 수원 화성을 다녀온 정조가 이 정자에서 신하들과 낚시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부용지 서쪽에 자리한 건물은 사정비각으로 비에는 부용지를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이 새겨져 있다.

 민가의 사대부 가옥형태로 지어진 연경당 ⓒ박분 

민가의 사대부 가옥형태로 지어진 연경당 ⓒ박분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과 맑은 공기, 바람과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왕의 정원을 걸어보는 창덕궁 후원 산책은 도심 속 최상의 힐링이 아닐까 싶다.

부용지를 벗어난 아늑한 골짜기에 단청을 입히지 않은 큰 가옥이 보인다. 민가의 사대부 가옥형태로 지어진 연경당(演慶堂)이다. 소박한 모습의 연경당은 순조의 아들이자 왕세자인 효명세자가 순조의 존호를 올리는 의례를 치르기 위해 지어졌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연경당 모습 ⓒ박분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연경당 모습 ⓒ박분

연경당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반빗간·서재·후원·정자 등을 갖춘 규모가 큰 집이다. 연경당은 사랑채의 당호(堂號)이자 집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금마문 입구 ⓒ박분 

금마문 입구 ⓒ박분

주합루 뒤편으로 오색 단풍에 휩싸인 금마문(金馬門)이 보인다. 이 일대는 효명세자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금마문을 들어서니 소박한 건물 두 채가 모습을 보이는데 할아버지인 정조의 개혁의지를 품은 소명세자가 책을 읽으며 학문을 쌓은 곳이라고 전해진다. 총명한 효명세자는 세도정치가 심했던 당시, 순조의 명으로 대리청정을 하면서 후원 깊숙한 이곳에서 왕권을 바로 세우려 골몰했을 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22세에 요절한 비운의 왕세자로 남겨졌다.

   지붕을 볏짚으로 덮은 정자, 청의정 ⓒ박분 

지붕을 볏짚으로 덮은 정자, 청의정 ⓒ박분

후원에는 각양각색의 모양과 이야기를 담은 정자들이 여럿 있다. 맑은 샘이 솟는 옥류천과 함께 근방에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이 보인다.

청의정(淸?亭)은 지붕을 볏짚으로 덮은 특이한 정자다. 화려한 단청을 입혔지만 초가지붕이 보이는 전체적인 모습은 소박하다. 정자 앞쪽으로 추수를 마친 논과 탈곡을 한 볏단이 보인다. 꽤나 후미진 산골짜기에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난 손바닥만 한 논이 생경스럽기도 하지만 궁궐 안에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몸소 백성의 수고를 헤아리고자 했던 임금의 어진 마음이 읽혀지기도 한다.

   단풍 곱게 물든 관람정 풍경 ⓒ박분 

단풍 곱게 물든 관람정 풍경 ⓒ박분

후원 끝자락에서 관람정과 존덕정, 승재정 등 아름다운 정자들을 타오르는 단풍과 함께 눈에 넣어본다. 관람지가 보이는 이 일대는 후원에서 가장 늦게 조성이 된 곳이다. 연못에 비친 관람지 주변으로 곱게 채색된 나무들이 정자와 어우러져 그윽한 운치를 선사한다.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평면에 홑처마 단층 기와지붕을 인 정자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공예적인 정자이다. 고종대에 건립된 것으로 여겨진다.

타오르는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승재정 모습 ⓒ박분 

타오르는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승재정 모습 ⓒ박분

관람정과 마주보고 서있는 승재정(勝在亭)은 겹처마에 사모지붕을 한 정자로 관람정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승재정 주변 역시 타오르는 단풍으로 화사하기 그지없다. 조용한 숲 속에 하나 둘씩 홀연히 나타나는 정자의 모습은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시적이고 한 폭 그림이 된다.

단풍숲이 터널을 이룬 창덕궁 후원을 산책하면서 곳곳에 깃든 사연을 듣다보니 어느새 역사 속 주인공들과도 담뿍 정이 든 것만 같다. 만추의 계절, 도심 속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제일의 명소인 창덕궁으로 지금 떠나보자.

⊙창덕궁 

- 위치 :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 문의 : 02-3668-2300

- 홈페이지 : www.cdg.go.kr

⊙창덕궁 후원

- 위치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청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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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가면 더 좋은 궁궐, 창덕궁 후원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38637297 등록일 2019-11-19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9-11-18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