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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에 걸린 풍경...‘한옥, 걸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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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둘러봐도 좋은 남산골 한옥마을이 한복치마와 등, 족자, 풍경 등을 가미한 풍성한 전시를 열고 있다. ‘한옥, 걸다’라는 제목으로 한옥과도 잘 조화를 이루는 전시에 다녀왔다.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박분

남산골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천우각에 이르자 주변에는 많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전시에 맞추어 천우각에서는 때마침 우리의 전통한복을 홍보하기 위한 한복 패션쇼가 시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색빛 한복치마를 마당에 걸어 놓은 전시 풍경 ⓒ박분

오색빛 한복치마를 마당에 걸어 놓은 전시 풍경 ⓒ박분

남산골 한옥마을 마당에 들어서자 화려한 오색빛의 치마들이 마당을 가득히 수놓고 있다. 한복을 주제로 한 작품전시로 한옥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감을 12점의 갈래치마에 담아 마당에 걸어 놓은 풍경이다.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더욱 눈부시게 비치는 갈래치마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다가가 치마폭 사이를 거닐기도 한다. 새색시의 치마폭 같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그네 뛰는 여인의 치마폭과도 닮았다. 한옥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에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색색의 등을 매달아 놓은 관훈동 민씨가옥 ⓒ박분

색색의 등을 매달아 놓은 관훈동 민씨가옥 ⓒ박분

관훈동 민씨가옥에는 처마에 색색의 등이 걸렸다. 처마에 등을 내걸었던 옛 선비들의 마음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다. 안채에는 ‘눈’ 모양의 대형 등이 보인다. 국내외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남산골 한옥마을을 보며, 항상 관람의 대상인 가옥에 눈을 달아 반대로 가옥이 관람객들을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한다. 등이 걸린 한옥 또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인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민씨가옥 뒷마당 장독대 ⓒ박분

민씨가옥 뒷마당 장독대 ⓒ박분

민씨가옥의 뒷마당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볕바른 곳에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대부가의 장독대라고 별다르지는 않은지 기와담장 아래 투박한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뿐이다. 수수한 모습만으로 주변과 훌륭한 조화를 이룸도 한옥이 지닌 매력이 아닐까?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에 전시한 보름달 형상의 작품 ⓒ박분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에 전시한 보름달 형상의 작품 ⓒ박분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에 들어서면 휘영청 뜬 보름달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채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보름달은 마치 창문에 드리운 은은한 달빛을 연상케 한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지 천조각이 날리면 보름달도 함께 춤을 춘다. 그림과 글씨 등의 서화를 담았던 족자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작품을 한옥 대청과 사랑채 창문가에 걸어두어 애틋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제상이 차려진 윤택영 재실 내부 ⓒ박분

제상이 차려진 윤택영 재실 내부 ⓒ박분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로 불리는 이 집에는 특별한 공간인 ‘재실’이 있다. 이 집은 순종의 장인 해풍부원군 윤택영이 그의 딸 순정효황후가 세자빈에 간택돼 창덕궁으로 들어갈 당시 지어졌다. 본채보다 2단 높게 지어진 재실 내부에는 제상이 차려져 있다.

처마에 달린 풍경종이 아름다운 옥인동 윤씨가옥 ⓒ박분

처마에 달린 풍경종이 아름다운 옥인동 윤씨가옥 ⓒ박분

처마에 빼곡히 걸린 풍경종들이 반기는 곳은 옥인동 윤씨가옥이다. 높은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종은 볼수록 아담하고 예뻐 관람객들의 눈길을 대번에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며 처마 높이 울리는 맑은 풍경종소리를 듣는 묘미도 맛볼 수 있다.

꽃과 나비, 왕관, 비녀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풍경종들 ⓒ박분

꽃과 나비, 왕관, 비녀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풍경종들 ⓒ박분

꽃과 나비, 왕관과 비녀 등 다양한 풍경종을 감상하면서 마음속 잡다한 생각들을 털어낸다. 다른 가옥과는 다른 ‘ㅁ’자형 구조로 아늑한 형태의 이 집은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집은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이 소유했던 집으로 한일합방이 되던 해인 1910년에 지어진 집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나 큰 집을 경술국치해인 어려운 때에 지었고 게다가 자신의 애첩에게 주려고 지었다니 당시 고관대작들의 부패 실상을 짐작케 한다.

윤씨가옥 뒤뜰 ⓒ박분

윤씨가옥 뒤뜰 ⓒ박분

한옥 뒤뜰에 가을볕이 따사롭게 내려앉았다. 이곳에 살았던 선비는 뒤뜰을 거닐며 사색에 잠기곤 하지 않았을까?

한옥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주홍빛 감들이 가을 운치를 더한다 ⓒ박분

한옥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주홍빛 감들이 가을 운치를 더한다 ⓒ박분

감을 실에 꿰어 곶감 말리는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한옥 창가에 드리운 주홍빛 감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남산 국악당 입구 ⓒ박분

남산 국악당 입구 ⓒ박분

전통가옥을 지나 남산국악당에 오른다. 남산 국악당에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양탕국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개화기 들어온 커피를 당시 사람들은 가배, 가비, 가배차 코히 등으로 불렀지만 민중들이 지은 또 다른 이름이 있었으니 ‘양탕국’이란 참으로 독창적인 이름이었다.

남산 국악당 전시관에서는 양탕국 체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분

남산 국악당 전시관에서는 양탕국 체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분

양탕국은 '서양에서 온 탕국'이란 뜻으로 검은 빛깔에 쓴맛이 나니 마치 탕약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전시관 식탁에는 양탕국을 만드는 방법과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양탕국 체험에 필요한 도구들 중에는 시발도 보인다.

서울 천년 타임캡슐광장 입구 ⓒ박분

서울 천년 타임캡슐광장 입구 ⓒ박분

국악당 뒷길을 지나 언덕에 오르면 서울 천년 타임캡슐광장 입구가 보인다.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매설된 장소 ⓒ박분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매설된 장소 ⓒ박분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매설된 장소 ⓒ박분

이곳에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매설돼 있다. 서울의 모습, 시민생활과 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을 수장한 타임캡슐은 400년 이후인 2394년 11월29일에 후손에 공개된다.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한옥마을에 녹아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한옥, 걸다’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이어진다.

깊어가는 가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전시를 즐기며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해 보면 어떨까?


◈ 남산골 한옥마을

- 위치 : 서울 중구 퇴계로 34길 28 남산골 한옥마을

- 운영 시간 : 평일 09:00~21:00 하절기(4~10월), 평일 09:00~20:00 동절기(11월~3월),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www.hanokmaeul.or.kr

- 문의 : 02-226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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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에 걸린 풍경...‘한옥, 걸다’ 전시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9-11-13
관리번호 D000003860582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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