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다시 비상하는 여의도 C-47 비행기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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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8일, 한 비행기가 여의도에 착륙했다. 73년이 지난 2018년 4월 13일, 여의도 공원에 홀로 정차한 비행기는 다시 이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티켓을 들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만원사례를 이룬 꽉 찬 비행기 안, 많은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11일, 서울시는 여의도 공원 태극기 게양대 옆에서 C-47 비행기 전시관을 새로 꾸몄다. 개관 날짜를 이날로 잡은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선포된 날이 4월 11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13일에 열린 제99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가 “최근 역사학계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이 아닌 국호와 임시헌장을 제정하고 내각을 구성한 4월 11일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수정해 기념하겠다”라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임시정부 기념 공간인 여의도 ‘C-47 비행기 전시관’을 특별전과 함께 시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C-47 비행기 전시관은 국내 유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이기도 하다.
미군 수송기인 C-47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비행기다. 1945년 8월 18일 한국광복군 정진대(이범석, 장준하, 노능서, 김준엽)를 태우고 미국 OSS부대와 함께 여의도에 착륙했다. 광복 이후 3일 만에 한국광복군이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C-47 비행기 전시관이 있는 위치가 당시 C-47이 착륙했던 위치다.
이어 C-47 비행기는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김구 선생을 포함하여 임시정부요원 15명을 태우고 김포 비행장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비행기다. C-47 비행기는 대한민국 공군이 최초로 보유한 수송기다.
지난 11일, 새롭게 재개관 C-47 비행기 전시관의 첫 번째 특별전은 <움직이는 100년>이다. 특별전은 3·1운동 100년과 대한민국 100년을 맞아 독립운동사의 명장면 10편을 움직이는 그림 이야기로 준비했다. C-47 수송기가 왜 여의도로 날아왔는지,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등 우리나라를 빛냈던 항일운동기 명장면들을 보여주었다.
명장면 10편은 비행기 내부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글이 아닌 그림,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으로 나타나 누구나 손쉽게 항일운동에 관해 알 수 있었다. 한 편당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C-47에 처음 방문했다는 서울 시민은 “비행기가 여의도 공원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라면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외국인도 여의도 공원에 웅장히 있는 C-47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온 Adrian 씨는 “처음에는 공원에 큰 비행기가 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들어가 구경해보니 이 비행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독립운동에 관해서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임시정부 활동과 항일운동에 힘썼던 그 시기를 잊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C-47에 탑승한 시민들 앞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시는 C-47 비행기 전시관 특별전 <움직이는 100년>과 함께 스페셜 행사로 대한민국임시정부 99주년에 듣는 <이회영 이야기 백정기 이야기>를 진행했다. 서해성 3.운동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의 진행 아래 우당 이회영 선생 증손자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구파 백정기 의사 증손자인 백재승 선생이 참여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은 백사 이항복의 10대손으로 명문세가 후손이었다. 그러나 그는 신지식을 익히고 세상을 넓게 봄으로써 안정적인 명문가로서의 삶보다 평민적 사고와 행동으로 대한민국 독립에 열중했다. 우리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가문 차원의 헌신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장본인이었다. 우당 선생은 중국에서 중국인 동지들과 함께 항일국국연맹을 구축해 일본 영사관 폭파, 일본 수송선 폭파 사건 등 의거활동을 진행했다.
구파 백정기 의사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학문을 익혔다. 나라가 일제에 빼앗기자 구국운동 정신을 키운 그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고향(전북 정읍)에서 3·1운동을 선도했다. 이어 그는 해외로 망명해 신채호 등에 의해 아나키즘 영향을 받았고 중국에서 무정부주의(아나키스트) 활동을 벌였다. 항일구국연맹을 조직한 백정기 의사는 흑색공포단을 만들어 일제기관 파괴와 침략원흉의 처단을 벌였다.
두 증손자들은 우당 이회영 선생과 구파 백정기 선생이 벌였던 항일운동들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가족만이 알 수 있는 뒷얘기들도 전하면서 시민들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두 독립운동가들은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립운동 중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을 깊숙이 알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이 두 분의 행적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 및 항일운동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래서인지 시민들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구파 백정기 의사 증손자인 백재승 선생은 “저는 살면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사는 것보다 저만의 삶을 살아왔던 것 같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할아버지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할아버지가 벌였던 활동과 정신들을 전하면서 고마움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제가 당시 할아버지였다면 이렇게 독립활동 못했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배형우 서울시 복지정책과장은 “다시 한 번 임시 정부 역사와 서울시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서울시가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임시정부 활동과 3·1운동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C-47 비행기 전시관은 올 한 해 동안 여러 특별전과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 8월 16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을 비롯해 독립운동 GIF 공모전 당선작 전시, C-47 다큐 상영?등이 열릴 예정이다. 또한, 독립운동 GIF 공모전, C-47 파사드, 독립운동 영화이야기 등 다양한 행사들이 C-47 비행기 전시관에서 2018년을 달굴 것이다.
여의도 공원 한가운데, 태극기 아래 웅장하게 서 있는 C-47.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비추었던 비행기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을 앞두고 또 한 번 힘찬 날개 짓을 펴려고 한다. C-47를 타고 100년 전,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과 항일운동 활약상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
■ C-47 비행기 전시관 <움직이는 100년> 전시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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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김진흥, 김진주 | 생산일 | 2018-0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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