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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기쁜 정자 ‘희우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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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복원한 `망원정`은 팔작지붕에 겹처마다ⓒ박분

1989년 복원한 `망원정`은 팔작지붕에 겹처마다

일산 방향으로 강변북로를 타고 양화대교를 지나다 보면 도로 옆에 숨은 듯 있는 정자를 스쳐 지나게 된다. 바로 망원정이다.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 북단 강변북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망원정은 조선시대 정자로 1990년에 서울시 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1925년 큰 홍수로 인해 유실되었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1989년 한강 변 문화 유적 복원 계획에 따라 복원했다.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이 정자는 안쪽은 희우정, 바깥쪽 처마 아래에는 망원정으로 서로 이름이 다른 현판을 달았다. 무슨 사연이 깃든 걸까?

현재 망원정으로 불리는 정자 원래 이름은 ‘희우정(喜雨亭)’이었다. ‘비가 와서 기쁜 정자’란 뜻이다.

희우정은 태종 이방원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이 세종6년(1424년)에 세웠다. 세종의 형인 그는 아우에게 왕권을 양보하고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살았다고 한다. 세종은 자주 이곳을 찾아 형님 건강을 묻곤 했다. 가뭄이 심했던 어느 해 세종이 정자에 들렀을 때 마침 단비가 내려 기쁜 마음에 세종이 직접 희우정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백성과 형 마음을 헤아리는 세종의 따뜻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지난 6월 망원정에서 기우제를 올리는 마포구민들 ⓒ마포구

지난 6월 망원정에서 기우제를 올리는 마포구민들

그 후 이 정자는 성종 형인 월산대군이 이어받으면서 ‘망원정(望遠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먼 경치도 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망원동이란 마포구 동네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다. 유난히 가뭄이 심했던 지난 6월에 마포구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다.

망원정에 오르면 한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강 위 기다랗게 뜬 섬, 선유도와 양화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원정에 발을 붙였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왕의 형들이었다. 천하를 호령할 왕의 자리를 동생에게 양보하기까지는 번민도 많았을 터, 그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하해(河海)처럼 넓기만 하다.

옛 망원정의 자취는 이미 사라졌지만, 팔작지붕에 겹처마로 수려한 고전미를 풍기는 망우정은 바라볼수록 아름답다. 마치 함초롬히 피어난 꽃과 같았다.

가을 색채 드리운 망원한강공원. 멀리 양화대교와 선유도가 보인다. ⓒ박분

가을 색채 드리운 망원한강공원. 멀리 양화대교와 선유도가 보인다.

망원정은 관리소가 있어 해질녘 오후 5시에는 문을 닫는다. 망원정 뒤편의 강변북로와 맞닿은 후문으로 나가면 탁 트인 한강이 코앞이다. 후문 산책로에는 망원정에 얽힌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그들이 읊었던 시가 해설판에 빼곡하다. 중국 명나라 사신들도 한강을 유람하다가 망원정에서 내려 연회를 열고 시문을 주고받았다고 ‘신동국여지승람’이 전하고 있다. 옛 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와 도성도(都城圖)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망원정에 대해 깨치다 보면 다시금 소중한 문화재임을 느끼게 된다.

망원정 후문에서 이어지는 망원초록길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성산대교와 양화대교 사이 한강 변에 있는 망원한강공원에 다다른다.

잡풀 무성한 강변 둔치에 피어난 억새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차츰 물들며 곱게 사위어가는 나뭇잎을 제법 떨군 산책로에도 가을 정취가 묻어난다. 망원한강공원에는 산책로와 휴식 공간, 체육시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축구장, 농구장, 어린이 야구장 등 시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국화 분재를 전시하고 있는 망원한강공원 ⓒ박분

국화 분재를 전시하고 있는 망원한강공원

계단 아래 광장에서는 가을 향이 그윽한 ‘국화 분재 전시’를 하고 있어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전시된 국화 분재 60점은 망원안내센터에서 직접 생산한 것들로 안내원이 상주해 있어 국화분재 재배기술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왕과 당대의 문장가들이 풍류를 즐겼던 망원정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한강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서울의 명소다. 이 가을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망원정을 찾아가 시 한 수 읊어보면 어떨까?

바깥쪽 처마 아래 `망원정`으로 현판을 단 모습 ⓒ박분

바깥쪽 처마 아래 `망원정`으로 현판을 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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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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