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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인문학 읽기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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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전유정 씨는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월·목요일 저녁이면 남편이 퇴근하기 바쁘게 아이를 맡겨놓고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읽은 책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글빛정보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 프로그램 ⓒ최은주

글빛정보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 프로그램

전유정 씨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통해 인문학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관악구 글빛정보도서관에서는 한 권의 책을 8회에 걸쳐 느리게 읽고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에 참여한 수강생들 ⓒ최은주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에 참여한 수강생들

<담론>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수형생활을 하다가 출소하여 성공회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를 녹취한 책이다.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과 수형생활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와 성찰을 전해준다.

참가자들은 모임 전, 주제도서의 해당 부분을 읽어보고, 모임에서 강사의 지도에 따라 발문에 관해 토론한다. 강의 둘째 날은 시(詩)와 역(易)에 관해 쓴 2~4장에 관해 토론을 했다. 소감을 서로 나누며, 발문에 대한 토론도 진지하게 이어갔다. “시는 언어를 뛰어넘고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의 창조이며 공부는 진실의 창조로 이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에 대체로 공감했다. 그러나 “공부가 품성의 문제”라는 견해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자신의 의견을 빼곡히 기록한 수강생 노트 ⓒ최은주

자신의 의견을 빼곡히 기록한 수강생 노트

직장인, 전업주부, 도서관 사서, 육아휴직 중인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니, 같은 텍스트를 읽고도 서로 다른 감상이 쏟아졌다. 인문학이 어렵고 교재로 선정된 책이 부담스러웠던 참가자들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어느새 자기 의견을 내고 있었다. 형광펜으로 가득한 책을 내보이며, 책 읽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졌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책을 이렇게 정독하지 못했을 거라 말하던 한 수강생은 이 책을 통해 동양고전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류경희 강사(숭례문학당)는 “이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라며 “이 시간이 동양고전과 가까워지는 통로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기뻐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글빛정보도서관 ⓒ최은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글빛정보도서관

글빛정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신영복의 담론 느리기 읽기’는 8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어 대하소설 <토지> 함께 읽기가 2차로 진행될 예정이다.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 <토지>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신영복의 <담론>처럼 함께 읽는다면 미뤄두었던 <토지> 읽기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 밤 도서관에 모인 수강생들은 독서삼매경에 빠져 더울 새도 없어보였다.

인문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영복의 담론 느리기 읽기’처럼 함께 읽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 재미있고 유익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여름밤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글빛정보도서관 안내

○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봉천로33나길 30 (봉천동)

○ 문의 : 02-877-1162~4, 홈페이지(www.gwanakcullib.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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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인문학 읽기의 매력에 빠지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은주 생산일 2017-07-28
관리번호 D000003090083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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