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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만능시장, 서울풍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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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풍물시장 입구 ⓒ박분

서울풍물시장 입구

낡은 타자기와 전축, 놋그릇, LP판, 재봉틀 등 손때 묻은 옛 생활용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오래 전 우리 곁에서 늘 함께 했던 생활용품들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반가움에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지경이다. 주변에서 자취를 감춘 지 꽤 오래되어 이제 추억이 되고만 물품들을 만나는 곳, 이곳은 서울풍물시장이다.

주말에 서울 도심 속 벼룩시장으로 손꼽히는 서울풍물시장에 다녀왔다. 2008년 동대문구 신설동 옛 숭의여중 자리에 개장한 서울풍물시장은 2층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1층에는 고가구와 공예, 골동품, 토속상품 등이 있고, 2층에는 생활 잡화와 체험 테마존, 식당가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이 탄생하기까지 몇 차례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황학동벼룩시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풍물시장에 입점한 대다수의 상인들이 옛 황학동벼룩시장의 상인들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 시민들의 소박한 장터로 청계천변에 번성하였던 황학동벼룩시장은 2004년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터를 잃게 되었다.

이에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하였지만, 2006년 동대문운동장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게 되면서 또 한 번 자리를 옮겨야만했다. 2008년 마지막 정착지가 되길 바라며 상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 바로 현재의 서울풍물시장이다.

서울풍물시장의 상가는 빨강동, 주황동, 초록동 등 무지개색 7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색별로 동을 구분하여 품목을 달리하고 있어 방문자가 시장을 둘러보기 편하다.

상가 2층으로 올라가는 중앙통로 양편으로 늘어선 몸체가 큰 고가구들이 인상적이다. 화초장, 찬장, 뒤주, 오르간 등의 가구들은 전시 공간을 많이 차지하여 빈터를 찾아 배치해 두었다. 이곳에서는 잡지 <선데이서울>, 뽀빠이 과자봉지, 구슬치기 구슬 등의 잡동사니도 반짝반짝 빛을 낸다. 희귀한 골동품도 보였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 곁에서 하나 둘씩 사라진 추억의 물품도 많아 불현듯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시계를 수리하고 있는 서울풍물시장의 이영달 장인 ⓒ박분

시계를 수리하고 있는 서울풍물시장의 이영달 장인

서울풍물시장의 상인 중에는 30여 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각 분야 최고의 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2층 남색동에서 시계점을 운영하는 이영달 상인 또한 서울풍물시장이 인정한 시계 장인이다. 시계바늘이 멈춰 버린 고장 난 손목시계도 장인의 손길이 닿으면 다시금 째깍째깍 소리를 되찾으니 신기하다. 서울풍물시장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오래도록 시장에서 고락을 함께 한 장인들 덕분인 듯하다.

서울풍물시장 2층에 자리한 `청춘1번가`의 청춘다방 모습 ⓒ박분

서울풍물시장 2층에 자리한 `청춘1번가`의 청춘다방 모습

2층에 자리 잡은 ‘청춘1번가’는 추억의 전당(?)으로 꼭 둘러봐야할 코너이다. 이곳에는 1960~1970년대 이발소와 사진관, DJ가 있는 음악다방, 만화가게 등의 상점가를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교복과 교모도 비치되어 있다. 1960~1970년대를 살아온 시민들은 이곳에서 빛나던 청춘을 보낸 추억어린 장소로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서울풍물시장 야외장터 모습 ⓒ박분

서울풍물시장 야외장터 모습

서울풍물시장 건물 바깥의 야외장터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청사초롱이 즐비한 길거리장터에서는 “한 장에 3,000원이요, 골라보세요”라고 외치는 상인들의 소리가 들린다. 양주, 유명브랜드 중고 신발과 가방, 외제품도 눈에 띈다. 외제 골동품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형태의 외제 커피로스터기도 많이 나와 있었다.

그 중 기자의 눈에 육중한 몸집의 1909년산 독일제 커피로스터기가 들어왔다. 이것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작동은 잘 되는지, 값은 어느 정도일지, 다양한 물품들의 이력이 괜스레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서울풍물시장에서 만난 외제 커피로스터기 ⓒ박분

서울풍물시장에서 만난 외제 커피로스터기

음료가게 앞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둘러서 있다. 칡, 마, 인삼 뿌리에 우유와 꿀을 넣어 믹서에 갈아내는 가게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아주머니는 “이건 어르신들이 장터에 오시면 즐겨 찾는 건강음료”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후가 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질수록 먹거리장터도 붐볐다. 1,000원인 프렌치토스트와 2,000원인 뉴욕핫도그도 싸고 맛있었지만, 계피향이 은은한 풍물호떡이 별미였다.

서울풍물시장 주변 한옥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좌), 청계천 영도교까지 꼬리를 문 벼룩시장 행렬(우) ⓒ박분

서울풍물시장 주변 한옥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좌), 청계천 영도교까지 꼬리를 문 벼룩시장 행렬(우)

장터는 서울풍물시장과 인접한 골목길에도 이어져 있었다. 주말에는 골목길 상가가 쉬고, ‘차 없는 거리’ 운영으로 차량통행도 제한돼 상가 앞에 자유롭게 좌판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옥 몇 채가 연이어 있는 길거리도 벼룩시장을 비켜갈 순 없었는지 대문 앞을 장터로 흔쾌히 내어준 듯하다. 펼쳐진 좌판에서는 사람들의 흥정이 오간다. 주말에만 열린다는 이 골목길 벼룩시장은 가보지 않은 골목길에 대한 묘한 설렘과 함께 서울풍물시장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또 다른 골목길에는 다양한 용도의 공구가 길바닥을 차지한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루에서는 온갖 연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장년의 남자들이 쭈그려 앉아 이리저리 살펴본다. 녹슨 쇠붙이나 구부러진 못조차도 이곳에서는 왠지 쓸모 있어 보인다. 흙 묻은 호미자루가 파릇한 봄기운을 전해준다. 골목길 담벼락에 걸린 자전거바퀴는 인테리어 용품마냥 멋스럽다.

서울풍물시장 가까이에 있는 청계천, 봄빛이 완연하다 ⓒ박분

서울풍물시장 가까이에 있는 청계천, 봄빛이 완연하다

기자는 서울풍물시장에 인접한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벼룩시장의 정확한 이름을 몰라 중간 중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여기도 서울풍물시장인가요?”라고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황학동벼룩시장” 혹은 “황학동도깨비시장”이라고 답하였다. 황학동이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대답에 아직도 예전의 황학동벼룩시장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민들이 알려준 그 황학동벼룩시장은 청계천 영도교도 예외일 수 없다는 듯 다리 위에는 물건을 사고 파는 장꾼들로 빼곡하였다.

한 봉지 가득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등 뒤로 봄볕이 아른거린다. 장터를 벗어나 청계천으로 나오면 봄내음이 물씬 느껴진다. 버들잎은 어느새 강물 위에 띄어 놓아도 될 만큼 푸르고, 천변을 거니는 이들의 옷차림에도 이미 봄은 와있었다.

신설동 역사 내 서울풍물시장 홍보 안내문 ⓒ박분

신설동 역사 내 서울풍물시장 홍보 안내문

서울풍물시장은 지하철1호선 신설동역(6번 출구), 2호선 신설동역(9·10번 출구)에서 100여 미터 거리에 있다. 신설동 역사 내에 서울풍물시장 안내문이 있어 위치를 찾기 쉽다. 서울풍물시장 주변 일대에는 토·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차 없는 거리’가 운영되고 있으니 주말에 가면 더욱 편히 걸으며 시장과 일대를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 서울풍물시장 안내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식당가는 밤 10시까지)

○ 휴장일 : 매달 두번째·네번째 화요일(월 2회 휴장)

○?안내 사이트 : 바로가기

○ 문의 : 02-2232-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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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만능시장, 서울풍물시장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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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7-04-18
관리번호 D000002975598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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