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누워서 즐기는 한강, ‘눕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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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추위가 가고 봄이 찾아왔다. 연일 따듯한 날씨에 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고, 피어난 꽃이 사람들을 한강으로 불러 모았다.

여의도 한강공원 역시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밤도깨비 야시장으로 북적북적한 공원 한편에서는 아름다운 음악회가 열렸다.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누워서 보는 콘서트(눕콘)’가 바로 그것이다.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눕콘`ⓒ고함20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눕콘`

한강 내 유일한 수상무대인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눕콘은 ‘봄이 오는 소리’를 주제로 열린다. 기자가 방문한 4월 7일에는 K-culture 뮤직 크루의 신명 나는 공연이 펼쳐졌다. 국악과 락, 힙합, 재즈 등 현대 장르를 결합하여 퓨전음악을 선보이는 그룹인 만큼 전통민요 ‘바람이 분다’를 새롭게 해석한 곡 등이 펼쳐졌다. 저녁 시간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7시부터 약 한 시간 정도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물빛무대의 음악은 한강공원을 방문하러 온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눕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상무대 맞은편 돌계단에는 누워서 볼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었다. 누울 수 있다고 해서 다 같은 돗자리가 아니다. 일반 돗자리가 아닌 빈백(몸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쿠션) 약 40개가 설치되었다. 하늘색, 주황색, 노란색 등의 알록달록한 쿠션은 한강 공원 돌계단 위에 초콜릿을 흩뿌려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폭신폭신한 쿠션 덕분에 누워서 음악을 즐기는 자세가 한층 편안해진다. 누워서 한강을 구경할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빈백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빈백에 누워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 ⓒ고함20

빈백에 누워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

봄을 즐기러 한강에 나온 가족, 연인들이 빈백에 몸을 누이고 음악을 감상했다. 늦게 도착해 빈백에 눕지 못한 관객들은 뒤쪽의 돌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빈백에 뒹굴며 즐거워하는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빈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양 갈래머리를 한 아이는 주황색 빈백에 자리가 나자 재빨리 뛰어가 몸을 던졌다. 한 무리의 친구들은 빈백에 드러누운 서로를 찍어주느라 바빴다. 연인들은 빈백에 몸을 붙이고 누워 소곤소곤 대화를 주고받았다. 더러는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사 들고 온 음식들을 먹으며 음악을 즐기기도 했다.

빈백에 누워 여유롭게 콘서트를 즐기는 양 갈래머리 소녀 ⓒ고함20

빈백에 누워 여유롭게 콘서트를 즐기는 양 갈래머리 소녀

카메라를 들고 한강공원을 누비던 기자도 빈자리를 발견하자마자 누워보았다. 두 명 정도 안락하게 누울 수 있는 쿠션 위에 이리저리 몸을 굴리자 몸에 맞게 쿠션의 형태가 변했다. 편한 자세로 누워 음악을 감상하고 있으니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연주자들 너머로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한눈에 담겼다. 누워서 한강을 즐기자니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이래서 옛 양반들이 강이 보이는 곳에 별채를 지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빈백에 누워있는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한강을 구경하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강으로 나와 빈백과 돌계단에 앉아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고함20

다양한 사람들이 한강으로 나와 빈백과 돌계단에 앉아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구매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빈백에 누워 음악회를 즐기던 김 씨(22세)는 “벚꽃을 보러 한강공원에 왔다가 여기 누웠다. 강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것도 먹고, 음악회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소감을 전했다. 연인과 팔짱을 낀 채 돌계단에 앉아있던 천 씨(21세, 광주)는 ‘여의도 공원에 처음 와봤는데 경치가 너무 좋다. 게다가 좋은 음악회까지 즐길 수 있어서 너무 낭만적이다. 오랜만에 여유를 찾았다.’며 밝게 웃었다. 빈백에 기대 아이와 도시락을 나눠 먹던 이 씨(32세)는 “날씨가 좋아 외출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누워서 보는 콘서트(눕콘)’는 4월 한 달 동안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진행된다. 현악 앙상블 ‘오드리’, ‘이화 트리오’ 등 실력 있는 음악가들의 공연이 매주 이어진다. 인기가 많은 빈백을 차지해 눕고 싶다면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물빛무대 바로 옆에서는 SNS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인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린다.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의도 한강공원을 방문해 맛있는 음식과 색다른 음악회를 즐겨보면 어떨까. 장담하건대 잊지 못할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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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즐기는 한강, ‘눕콘’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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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고함20 생산일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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