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경춘선숲길 더 특별하게 걷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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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쳐있었나 봐 쫓기듯 한 내 생활 /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 |
1989년 발표된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는 당시 청춘들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마다 ‘춘천행’을 떠올리며 로망을 극대화해줬던 노래로 기억한다.
쓸쓸했던 청춘, 연애를 막 시작했던 청춘, 마냥 행복했던 20대 초반의 청춘 그 모두는 한 번쯤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가 꼭 춘천이 아니더라도 강촌, 대성리가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각광받던 시절, 대학생들에게 경춘선은 늘 설렘과 낭만의 대상이었다.
청춘이었던 기자도 강촌으로, 대성리로 MT를 가기 위해 경춘선을 탔었으니까. 그뿐인가 학기 종강하던 날, 같은 과 친구 4명과 호기롭게 춘천행 기차를 탔는데 차마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 어느 역인가에서 내려 가을걷이 끝난 빈 들판만 하염없이 걷다가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경춘선
서울시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운대역(옛 성북역)에서 구리시 갈매역까지 약 8.5km 구간은 철도폐선부지가 됐다. 경춘선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던 것도 누구나 이런 추억 하나쯤 갖고 있기 때문인 듯싶다.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철길은 차츰 천덕꾸러기가 됐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쓰레기가 쌓이고 불법 주차장이 됐다. 그러던 중 2013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가 도시재생프로젝트의 하나로 경춘선 폐선부지 구간 중 광운대역~서울시 경계 구간 6.3km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3단계로 나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6.3km 전 구간을 ‘경춘선숲길공원’으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5월에 1단계 구간인 공덕 제2철도 건널목에서 육사삼거리(공릉동 일대)까지의 1.9km가 개방됐다. 또한, 지난해 11월엔 2단계 구간인 서울과학기술대 입구에서 하계동 경춘철교까지의 1.1km 구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경춘선숲길공원’에서는 지난 3월부터 해설사와 함께 개방된 경춘선숲길을 걷는 탐방 프로그램이 매주 토요일 진행 중이다.
하계역 4번 출구로 나와 공릉역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하계지하차도가 나온다. 지하차도 옆길로 조금만 걸어가면 경춘선의 공릉동 고가철교이자 하계지하차도 윗부분에 다다른다. 그곳엔 과거 경춘선을 운행했던 무궁화호 객차 2량이 서 있다. 관리사무소와 주민편의공간으로 리모델링된 객차 2량은 춘천 가는 열차의 낭만과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2단계 구간을 완료하며 설치됐다.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뿐 아니라 경춘선숲길 탐방 주민들을 위한 사전 교육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오전 10시, 무궁화호를 리모델링한 기차 안으로 시민들이 하나둘 모였다. 그곳에선 오두석 해설사가 영상을 보며 경춘선에 대한 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함께 진행을 맡은 이백영 강사는 이른 아침부터 경춘선숲길 무궁화호 객차를 찾아온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씩 대접했다.
경춘선 선로와 경춘철교를 걷는 이색적인 산책
1939년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자본으로 개설된 경춘선(옛 성동역~춘천역)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화사업이 추진되며 폐선 되기 전까지 약 71년간 여객과 화물열차가 서울과 춘천을 활발히 오고 간 선로다. 경춘선은 그동안 ‘낭만’의 대명사로 불리며, 많은 노래와 시는 물론 <말죽거리 잔혹사>와 <편지> 등 인기 영화의 배경과 소재가 되며 사랑받았었다.
약 20여명의 ‘경춘선숲길산책’ 참가자들을 오두석 해설사의 해설을 들은 후 본격적으로 경춘선숲길을 산책하기 위해 무궁화호 객차를 나섰다. 경춘선숲길은 말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고 중간 중간 철길을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레일 모양의 ‘I’자 의자가 마련돼 있다. 실제 모양을 형상화한 듯한 경춘선 플랫폼도 반가움을 더했다. 선로 옆으로는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고, 키 큰 스트로브 잣나무숲 산책길도 멋스럽게 조성되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선로 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선로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열차 선로 모양은 왜 I 자 모양인지, 열차는 달릴 때 왜 ‘덜커덩 쿵’ 하는 소리를 내는지, 선로는 왜 중간에 끊어져 있는지, 선로만 있다면 우리나라 열차가 중국이나 러시아를 달릴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졌다.
경춘선숲길 끝 지점에서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경춘철교’를 만났다. 철교 위를 걷는 느낌은 남달랐다. 71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춘철교는 2개의 교각과 철교가 원형 그대로 보전돼 있다. 철교 양 끝에 계단과 승강기가 설치돼 있어 중랑천으로 내려가기 쉽고 중랑천 자전거도로나 산책길에서 이곳 경춘선숲길로 곧장 올라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춘철교 중간 지점엔 보행을 위해 촘촘하게 배열됐던 버팀목을 기찻길 원형 그대로 간격을 두어 발밑으로 흐르는 중랑천을 확인할 수 있어 짜릿했다. 또한, 경춘철교 중간 지점에 있는 전망공간에서 중랑천을 바라보는 풍광도 좋았다. 중랑천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도봉산의 능선이 보이는가 하면 노원구와 도봉구 방향의 동부간선도로도 볼 수 있었다.
탐방객들은 경춘철교를 지나 아직 개방되지 않은 구간에 다다르자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6.3km의 경춘선숲길 전 구간이 속히 개방되길 바랐다. 돌아오는 길엔 경춘선숲길 선로 옆으로 조성된 스트로브 잣나무 길을 택해 걸었다. 경춘선 선로 위를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잣나무길 중간 지점의 정자에서 오두석 해설사는 아이들 탐방객들과 함께 땅에 떨어진 스트로브잣나무 열매를 주워, 색색의 작은 솜방울을 끼우는 활동을 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예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내 책상 위에 갖다 놓을래요.”, “친구들한테 보여줘야겠어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한마디씩 했다.
“좀 멀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오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철길과 철교 위를 언제 걸어보겠어요. 스트로브잣나무 열매로 하는 생태 활동도 아이들이 좋아하네요. 기차를 탔던 옛 추억도 생각나고…”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이윤희(38세) 씨는 열세 살, 열한 살, 아홉 살, 여섯 살, 두 살 5남매를 데리고 경춘선숲길공원을 찾았다고 한다.
옛 경춘선 철길과 경춘 철교 위를 걷고 추억의 무궁화호 열차에도 탑승하는 ‘경춘선숲길산책’.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자잘한 풀꽃들이 피어 있고, 철길의 완곡한 커브가 더욱 멋진 경춘선숲길을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연남동 경의선철길이 좀 식상했다면 소박하고 정겨운, 더불어 아련한 젊은 날의 추억까지 반추할 수 있는 ‘경춘선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해설가와 함께하는 경춘선숲길 산책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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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 내손안에서울 | 제공부서 | 콘텐츠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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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시민기자 김영옥 | 생산일 | 2017-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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