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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학원비…사교육 꼭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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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회원 총회 ⓒ이현정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회원 총회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7) -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걸음마 떼기 전부터 취업 준비까지 너도나도 학원행이다. 각종 놀이·체험 프로그램부터 예체능 교육에 외국어, 학업 교육, 입시 컨설팅, 고시학원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야금야금 시키다 보면 수십만 원, 대입 준비에 들어가면 수백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일명 '영어유치원' 같은 고가의 사교육까지 꼽으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부모 입장에선 욕심껏 시키자니 부담스럽고, 안 시키자니 대학 입시 경쟁에서도 취업 경쟁에서도 밀려날까 불안하다.

이러한 입시 교육·사교육 열풍이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긴 주범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 없다. 이에 폭주하는 학원행, 그 실태와 대안을 찾아보았다.

물가는 올라도 줄이기 힘든 사교육

지난해 3분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계 소득이 1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인 가운데, 식료품 지출이 4% 감소했고 주류와 담배, 오락·문화 소비도 각각 1% 줄었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해마다 조사하는 사교육비 통계를 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교육비 지출액이 매년 증가해 2015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조사된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24만 4,000원(초등학교 23만 1,000원, 중학교 27만 5,000원, 고등학교 23만 6,000원)이다. 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포함해 산출한 금액으로, 실제 참여 학생만으로 계산한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는35만 5,000원, 고등학교는 47만 원까지 치솟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득에 따른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정에선 학생 1명당 사교육비로 6만 6,000원을 지출했지만, 월 700만 원 이상 가정은 6.4배 많은 42만 원을 지출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각각 32.1%와 82.8%로 크게 차이 난다. 반면, 서울 강남구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89만 원(초등학생은 58만 원, 중학생 89만 원, 고등학생 131만 원), 사교육 참여율도 93%로,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교육을 받는 시기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육아 정책 연구소의 조사 결과, 만 2세 아동 10명 중 4명,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월 평균 교습비가 대략 89만 원 정도로 고가인 데다, 학습량 또한 과도하다.

자기 주도 학습에도, 미래 인재 양성에도 역효과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교육이 과연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시적인 성적 상승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학원 효과 연구 결과, 중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닌 상위권 학생들 성적이 고2 때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오랜 학원 경험이 고급 사고력을 측정하는 고교 시험과 수능 대비에 오히려 방해가 된 것. 일명 ‘학원빨’이 정작 대학 입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교육은 꼭 필요한 영역만 선택해 수강할 것을 권유한다. 그마저도 최소한 하루 2~3시간 이상 학교에서 배운 것을 혼자서 복습할 수 있도록, 그 외 남는 시간을 활용해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학원이 선행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잡아주는 학원을 찾긴 쉽지 않다. 실제 ‘학원 강의가 도움되는 아이들은 상위 10%이며 나머지는 들러리'라는 얘기가 달리 나온 건 아닌 듯싶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현재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미래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화에 밀려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젠 정답을 찾는 기계가 아닌,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교육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안 그래도 취직이 어렵다는데 입시 경쟁에서조차 밀리면 먹고 살 수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유명대학의 취업률조차 60%선. 일반적으로 취업률이 비정규직은 물론, 창업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직, 인턴까지 포함된 통계인 점을 생각하면, 실제 부모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률은 더욱 낮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자 중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입사는 10% 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총회 자료집(좌)과 지난해 활동 사진(우)ⓒ이현정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총회 자료집(좌)과 지난해 활동 사진들(우)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함께 소신 있게

현재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불러온 사교육 열풍은 막연한 불안감에 기대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꿈마저 저당잡고 있는 건 아닐까? 폭주하는 학원행 열차에서 그만 내려오고 싶다면, 주변에서 뜻을 함께하는 부모들을 찾아보자.

"사교육이 정말 아이에게 필요할까?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가 있었어요. 그러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강의도 듣고 등대 모임에도 참가하게 되었죠. 여기 오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실제 사교육 없이, 내지는 꼭 필요한 교육만 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죠. 사교육 안 하자는 건 아니고,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단체거든요. 그런 분들과 모여 얘기 나누니 더 든든하게 제 소신과 철학을 지키며 재미있고 즐겁게 아이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김문희 씨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회원으로 가입한 이래 지난 5년 동안 서울 노원구 지역 모임인 노원 등대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2008년 사교육 문제 해결을 목표로 창립된 시민단체로, 사교육 부담을 더는 실속 있는 강좌를 제공하고, 사교육 걱정과 고민을 상담한다. '아깝다 학원비', '굿바이 사교육' 등 다양한 도서와 소책자도 보급하고, 정책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운동을 전개해 2014년 2월 국회에서 이 법이 최종 통과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회원 총회에 참석한 노원 등대 모임 시민들 ⓒ이현정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회원 총회에 참석한 노원 등대 모임 시민들

"사실 처음에는 사교육비 안 들이고 공부 잘하는 방법이 알고 싶어서 가입했어요. 수학, 영어 이런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나 필요할 때마다 찾으면 그때그때 강의가 뜨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강의를 들으며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좋은 회사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던 편견들이 깨졌어요. 아이들에겐 저마다 잠재력이 있으니, 아이들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믿어줄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죠." 최영희 씨도 인천지역 등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끊임없이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이웃 엄마의 한마디에 흔들리기 쉽다. 특히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건 웬만한 의지로는 지키기 힘들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단체나 모임을 찾아 함께 하면, 자신의 소신도 지키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온라인 카페 (cafe.daum.net/no-worry)에서는 지역 모임 정보는 물론, 사교육이나 자녀 상담도 할 수 있고, 다양한 강의도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3월 14일부터 진행하는 초등 학부모 특별 강좌 '사교육 걱정 없는 초등 사용설명서'를 신청해 들어봐도 좋을 듯싶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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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학원비…사교육 꼭 필요한 걸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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