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비상상황 발생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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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를 대비해 빠르게 대피 훈련을 하고 있는 지하철 승객들 ⓒnews1

비상시를 대비해 빠르게 대피 훈련을 하고 있는 지하철 승객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76) - 지하철 비상개방장치 사용, 이럴 때만!

지난 2003년 대구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바로 사망과 실종으로 213명이 희생된 대구지하철 참사다. 당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화재가 발생한 전동차 옆에 도착한 전동차의 기관사가 문을 닫아둔 채로 달아나버린 바람에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희생된 부분이다.

원래 전동차는 승무원이 출입문을 조작하지만, 비상시를 대비하여 승객이 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를 제대로 아는 승객이 적어서 문을 제때 열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이다.

그 이후로 전국의 지하철 운영기업에서는 비상시 출입문 개방장치에 대한 표시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행하여 이제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출입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고, 이제는 출입문 비상개방이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승객들이 쉽게 문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불편한 점도 생기고 있다.

일단, 근본적으로 비상출입문 개방이 꼭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해보자. 다음 표로 정리할 수 있다. 참고로 승객이 출입문을 수동으로 개방하면 열차는 비상제동이 걸려 자동으로 정지한다.

비상출입문 개방이 불필요한 경우 비상출입문 개방이 필요한 경우
- 객실 내 소규모 화재로, 크게 번지기 전에 다음 역에 도착이 가능한 경우

- 전동차가 고장 나서 멈추었지만, 곧 수리가 가능한 경우

- 객실 내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를 피해 옆 칸으로 대피할 수 없을 경우

- 전동차가 고장 났고, 상당 시간 수리나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일단 화재일 때와 아닐 때로 나눠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동차에서 바로 탈출 하고 싶겠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선택인 건 아니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와 달리, 현재 서울지하철의 모든 전동차는 내장재가 불연재로 되어 있다. 불이 났다고 해도 빠르게 번지지 않으며 차량 간 출입문이 연기를 막아주므로, 일단 옆 칸으로 피했다가 다음 역에 도착한 후 탈출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고장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동차가 고장 났다고 섣불리 문을 열어버리면 다음 역까지 터널 안에서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차라리 고장이 수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리된 전동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가면, 처음부터 걷는 것보다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 터널 선로를 걸으며 비상대피훈련을 하고 있는 시민들 ⓒnews1

지하철 터널 선로를 걸으며 비상대피훈련을 하고 있는 시민들


이렇게 출입문을 비상개방 했을 때와 차내에서 기다렸을 때의 상황을 표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비상출입문을 열고 탈출할 때 비상출입문을 열지 않고 기다릴 때
전동차 멈춘 곳에서

다음 역까지 평균 거리 (역 간평균 거리의 절반 적용)

약 500m
전동차 멈춘 곳에서
다음 역까지 소요시간
15분 이상
(걷기 불편한 곳이므로 평균 보행속도의 절반인 2km/h 적용)
전동차를 타면 1분
걷는 장소 터널 내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음, 철로와 콘크리트 침목이 있어 울퉁불퉁한 길을 걷기 어려움
걸을 필요 없음
부상 위험 넘어지거나 골절 등 부상 위험 큼.
선로로 내릴 경우, 반대편 열차와 충돌해 사망 위험 있음
부상위험 없음
전동차 안에서 안전하게 다음 역으로 이동
탈출 속도 전동차 하차, 터널 내 걷기, 다음 역 승강장으로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 소모 다음 역 승강장에서 바로 빠르게 하차 가능
교통약자 휠체어, 유모차, 노약자들은 전동차의 높은 출입문에서 선로 바닥으로 내려오기 매우 힘듦 다음 역 승강장에서 안전하게 하차 가능
전동차 하차시
안전관리 및 지원
전동차에 타고 있던 1~2명의 승무원만으로는 안전관리가 어려움 다음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역무원들이 도와주어 안전하고 편리함
화재, 고장 처리 소요시간 소방관이나 정비사가 터널 중간에 멈춘 전동차까지 접근해야 함. 처리시간 오래 걸림 다음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방관이나 역무원이 빠르게 접근하여 처리할 수 있음
운행 재개 시간 터널에 들어간 승객이 모두 빠져나왔는지 확인 후 운행이 가능하므로 오랜 시간 필요 (최소 30분) 다음 역에 도착하여 승객을 내리고, 문제 전동차만 이동시키면 곧바로 운행 재개 가능

이와 같이 전동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바로 출입문을 비상개방한 후 탈출하는 것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다음 역에 도착해서 내리는 게 훨씬 안전하고 편리하다.

물론 바로 문을 열어버리고 싶은 승객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된다. 전동차가 불타고 있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자기 먼저 달아나버린 대구지하철 기관사나, 선실 내에서 기다리라고 방송한 뒤 자신들부터 달아난 세월호 승무원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승무원을 믿을 수 없고,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살 길이라고 누구라도 생각할 것이다.

전동차가 멈췄을 때 승객들이 문을 열어버리는 것은, 문제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철 기관사는 정확한 안내방송을 통해 화재인지 고장인지를 알려주고, 고장일 경우 언제까지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굳이 위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터널 걷기 대신 전동차 안에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출입문 비상개방장치 신형-출입문 옆 돌림핸들 방식(좌), 구형-좌석 아래 공기파이프 콕크 방식(우)ⓒ서울메트로

출입문 비상개방장치 신형-출입문 옆 돌림핸들 방식(좌), 구형-좌석 아래 공기파이프 콕크 방식(우)


전동차 안에 화재가 났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평균 1분만 달리면 다음 역에 도착할 수 있으므로, 대형 화재가 아니라면 승객이 소화기로 불을 진압하면서 다음 역에 빨리 도착하는 게 낫다. 그리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역무원과 소방관에게 곧바로 인계하는 방식으로, 지하철 회사와 승객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불이 났다고 비상개폐장치로 바로 문을 열어버리면 전동차가 자동으로 급정지하게 된다. 그러면 승객은 달아나다가 터널에서 사상을 당하고, 소방관은 접근이 어려워져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화재감지기나 객실 내 CCTV 등을 활용해 화재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동차로 다음 역까지 갈 것인지, 전동차를 세우고 대피할 것인지를 지하철 운영회사 측에서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안내방송을 철저히 해야 하고, 혼잡시 안내방송이 잘 안 들릴 수 있으므로 차 내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내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하철 안내방송 개선 관련 뉴스)

전동차의 출입문을 승객이 직접 열 수 있는 비상개방장치는 위급시에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는 중요한 장치다. 아울러 이제는 이 장치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지하철 운영사와 승객이 공유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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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28747820 등록일 2021-06-25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한우진 생산일 2017-01-17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