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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나만의 '강남스타일' 어디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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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 인기는 자연스레 대한민국 ‘강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을 찾고 있는 지금, 문득 궁금해졌다.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 속 강남은 어디인지.

두 얼굴을 가진 서울, 그리고 강남
서울은 양면이 존재하는 도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나뉜 강남과 강북처럼 강북의 거리는 질서가 없다.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가 어지러이 굴곡져 있다. 성문 안쪽이었던 종로는 옛날 한성 지도의 길과 지금의 큰 도로가 거의 일치한다. ]이 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건축물이 헐리고 세워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강북의 길에는 역사 깊은 도시의 매력이 묻어난다. 반대로 강남은 맨해튼 거리 같다. 애초 강남 지역은 계획도시이기에 각 구역이 직선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혹자는강남은 시원시원한 맛이 있고, 강북은 고풍스러운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화려한 거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청담 명품거리로 향한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청담동 4거리로 이어지는 1㎞ 남짓한 이 거리에는 까르띠에,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 명품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미국 유명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싸이처럼 부티 나게 입고, 싼 티 나게 춤추려면(Dress Classy, Dance Cheesy)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소개했던 거리다. 이 골목 안쪽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K-POP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사들이 한 데 모여 있다. 스타의 둥지를 찾아 언제나 국내외 팬들이 북적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정말일까 싶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외국 팬들이 청담동 골목을 장악한 모습을 보니 새삼 한류 열풍의 파워가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삼성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난 2009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3기가 이 강남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제 9대 임금인 성종, 그의 계비인 정현왕후, 둘의아들인 중종의 능이 있는 ‘선정릉(宣靖陵)’이다. 3월의 봄날 찾은 선정릉은 돌담을 경계로 도심의 빌딩 숲과 구분돼 마치 ‘녹색 섬’처럼 보인다. 왕들의영혼이 깃든 선정릉은 500년의 세월을 훌쩍 넘은 지금, 삼릉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선정릉에서 동쪽으로 1.5㎞ 정도 빌딩 숲을 헤치고 걸어가면 선정릉의 호위사찰인 봉은사(奉恩寺)가 나온다. 봉은사의 현판 중 가장 유명한 것은불교 경전들의 경판이 모셔진판전(板殿) 현판이다. 판전 글씨 옆에는 ‘七十一果病中作(나이 칠십에 병중에 쓰다)’이란 낙관이 남아 있는데,추사김정희가 죽기 사흘 전 쓴 최후의 걸작이다. 도저히 병중의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 힘 있는 필체다. 대웅전 옆돌계단을 오르니 코엑스 빌딩과 봉은사의 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자연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모습니다.
선정릉과 봉은사를 둘러보는 내내 강남이 새롭게 보인다. 속세와 단절된 듯하면서도 도심의 일부가 돼 있고, 죽은 자들의 공간이면서도 산 이들의 휴식을 위해 소나무 숲을 내어 주는 곳, 성속(聖俗)과 생사(生死)가 공존하는 곳, 내가 몰랐던 강남이다.

속도를 비우고 느리게 걸으면 보이는 것들
누군가 말했다. 강남에서 가장 강남다운 거리는 테헤란로라고. 테헤란로의 첫 주인은 무역상과 금융인들이었다. 하지만 IMF 이후엔 벤처기업에게, 2000년대 들어서는 대기업에게 주인자리를 내주었다. 이 거리에서는 주목할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환하게 빛나는 유리와 강철의 매끄러운 빌딩들 사이로 다양한 조형미술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포스코 건물 앞의 거대한 철제 조형물이다.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소녀의 이름을 딴 프랭크 스텔라 작가의 ‘아마벨’이라는 작품으로, 30t에 이르는 비행기 잔해가 마치 꽃이 피어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삭막한 잿빛 도시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그 도시를 다시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고, 이제는 문화가 모인 거리, 테헤란. 이 거리에서는 속도를 비우고, 느리게 걸어야 한다.

빛나는 생의 밤 풍경
멈춰 있는 것은 익숙해진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건물과 거리가 그렇다. 그런데 그것들을 낯설게 또는 새롭게 하는 것은 밤과 빛이다. 강남역의 밤은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하다. 밤이 깊어 가면 깊어 갈수록 수많은 네온사인들은 현란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거리는 온통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난다. 짙게 화장한 도시의 불빛 아래 한 낮의 피로와 꽉 짜인 일정에서 놓여난 젊음은 일탈을 꿈꾸고, 삶을 즐기려는 거침없는 몸짓은 또 다른 활력을 드러낸다. 그렇게 강남의 밤은 낮보다 밝고 활기차다.강남스타일의 여정을 마친 지금도 ‘강남스타일’ 속 강남이 어디라고 콕 찍어 말하긴 어렵다. 다만 내가 찾아 즐긴 것이 나만의 강남스타일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어디가 강남이다.’라 따지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묻고 싶다. ‘당신의 강남스타일은 어디서 찾으시겠습니까?’라고.





글 이현주(자유기고가) 사진 이서연(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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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나만의 '강남스타일' 어디서 찾을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83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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