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재미있어 시작한 봉사 활동,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11년 동안 한결같은 가족 봉사 활동

영등포구 신길동, 반지하방에서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새 단장이 한창이다. 덥고 습한 여름이 오기 전, 홀몸 어르신이 생활하는 곳을 깨끗하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 영등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봉사단이 떴다. 문 앞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벽지에 풀을 쓱쓱 바르면, 방 안에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손길로 척척 도배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제는 도배의 달인이 된 김종진(44), 강순미(44) 씨 부부와 김승태(17), 김희태(16) 두 아들까지 오늘 봉사활동에 총출동했다. 듬직한 큰아들은 아빠 옆에서 일손을 돕고,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작은아들은 어른들 잔심부름을 하며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하루쯤 늦잠을 잘 법도 한 토요일 아침 시간, 중3과 고1 연년생인 이들 형제는 어김없이 아침부터 봉사 활동에 나섰다. “무조건 봉사 있는 날은 온 가족이 나오는 거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봉사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형제는 의젓하게 대답한다. “6~7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봉사 활동을 다녔어요. 처음에는 그냥 엄마 아빠 따라 놀러가는 기분이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봉사 활동에 임하는 마음이 진지해진 것 같아요.”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어른스러운 모습이다. 가족봉사단은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활동하는 봉사단. 김종진 씨 가족은 올해로 11년째 가족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첫 여름 봉사캠프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우연히 복지관에서 여름 봉사캠프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된 것이 봉사 활동의 시작이었다. “휴가도 가고, 봉사도 하는 캠프라고 하니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7살, 6살이라 너무 어려서 받아줄까 했었는데 다행히 참여할 수가 있었지요. 아이들 아빠도 흔쾌히 함께 했어요.”
엄마 강순미 씨의 이야기에 두 아들도 거든다. “여름마다 봉사캠프를 갔는데 벽화도 그리고, 텐트 치고 야영도 하고, 우리들은 놀러가는 마음으로 갔어요. 시골에 가서 어르신도 돕고, 단순히 재미있는 일만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가족은 매년 봉사캠프를 간다. 봉사캠프는 이들에게 어떤 여행보다 뜻깊은 여름휴가인 셈이다. 아빠 김종진 씨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도 첫 번째 봉사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거창한 뜻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한 해 두 해 지나니, 가족의 봉사 활동도 다양해졌습니다. 태안으로 봉사 갔던 일이나, 홀몸 어르신을 모시고 한강 유람선을 탔던 일, 장애인들과 떠났던 봄나들이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지요.”

두 아들 바르게 자라준 것 가장 큰 행복

부부는 봉사 활동이라면 두말없이 따라나서는 아들들이 기특하다. 또래 친구들은 봉사 활동 점수를 위해 억지로 시간을 내지만, 승태와 희태 형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봉사는 이들 가족에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이다. 김종진 씨는 “아이들이 봉사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고맙습니다. 봉사 활동 덕에 가족 간의 유대도 깊어졌고, 흔히 말하는 중2병이나 사춘기에 겪는 갈등도 비교적 적었어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준 것, 다 봉사 활동 덕이 아닐까요?” 어릴 적부터 나눔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이들도 정직하고 바르게 자랐다. 큰아들 승태는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도 품고 있다. ‘봉사 활동이란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 김종진 씨 가족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힘이 이 행복의 비결은 아닐까?

글 한해아 사진 남윤중(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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