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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같이하면 가치 있다! 新개념 아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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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중고 물품 거래.
이른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가 우리 생활을 바꾸고 있다.

취향 존중, 요즘 중고 거래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부터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해 중고 물품을 좋아한다는 김가영·마상호 부부. 몇 해 전부터 온·오프라인 중고 시장에서 사모은 진귀한 중고 물품이 풍성한 살림을 이루고 있다. 집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분위기로 그윽하다. 굳이 박물관에 가지 않고 집 안의 중고 물품만 찬찬히 둘러봐도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다.

“매장에서 보고 마음을 빼앗겼던 카펫이 2만원에 중고거래 앱에 올라왔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검색 키워드를 등록해두었거든요. 정가 18만원인 제품이 놀라운 가격에 시장에 나왔으니 빨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죠. 하지만 부피가 큰 물건이기도 하고, 구입 후 세탁도 해야 하는 터라 고민하던 중에 세탁 서비스업체를 통해 수거지와 배송지를 변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운반비까지 포함해 23만원이었던 카펫이 손품을 팔아 8만원에 저희 집에 도착했답니다.”

김가영 씨가 중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중고 물품이야말로 유행을 타지 않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소한 제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트렌드를 다루는 패션 마케터인 그는 정작 자신의 물건을 고를 때는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반영해 만들어진 똑같은 제품들을 보면 오히려 제품 고유의 멋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넘어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그에게 중고 시장은 그야말로 시선을 ‘강탈’하는 보물섬이다.

중고 거래를 통해 구입한 카펫과 턴테이블, LP판, 실내 운동기구 등으로 꾸민 김가영·마상호 부부의 거실 풍경.

마상호

음악가

“이 턴테이블은 디터 람스 SK6 제품이에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1960년대 제품인데,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온라인상에서 가장 큰 중고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어요. 희귀한 제품을 찾으려면 해외 중고 거래 사이트도 자주 들락거리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야 해요. 의외로 아는 사람 소개로 교환이나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X세대는 IMF에 의해, MZ세대는 환경보호를 위해

다시금 활발해진 중고 거래를 떠올리다 보면 아껴 쓰고 나눠 씀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지난 시절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바로 1997년에 맞은 IMF 경제위기다.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아나바다’는 IMF 사태 이후 어려워진 경제를 일으키고자 관공서와 국민들이 중심이 되어 물자 절약을 실천한 캠페인이었다. 구제금융을 벗어난 이후에도 각 지방자치단체는 스스로 장터를 열어 지역 주민의 참여와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 시절 아나바다 운동에 대한 기억으로 지금도 서초토요벼룩시장이나 광화문희망나눔장터를 찾는다는 여행작가 김정원 씨는 잘 고르면 ‘득템’을 하는 곳이 중고 시장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벼룩시장도 해외의 유명 벼룩시장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해외여행을 못가서 우울한 사람이나 해외 벼룩시장을 즐겨 찾던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특별한 마켓도 있다. 도산공원에 위치한 ‘도산휴게소’는 평소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유럽 빈티지 매장이지만, 주말이 되면 ‘여행자의 마켓’ 으로 변신한다.

“여행 중에도 벼룩시장엔 꼭 들렀습니다. 그렇게 사 모은 빈티지 물건으로 채운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저희 매장 을 찾는 고객들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그래서 고객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즐거움과 이야기가 있는 벼룩시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장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여행자의 마켓’을 운영하는 지향미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이 완화되면 언제든 다시 벼룩시장을 열 것이라고 말한다.

나눠 쓰고 바꿔 쓰는 것으로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것으로 실천하는 이도 있다.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문 씨는 일찍이 한 장의 나무 합판을 단 1%도 버려지는 부분 없이 사용해 제작한 4개의 의자 ‘포브러더스(Four Brothers)’ 컬렉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폐기물, 환경 같은 이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친환경 디자인으로 이 철학을 실천해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연에 주는 부담을 덜어내는 생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의 추억을 나누고 오래된 제품도 구입할 수 있는 중고 마켓과 디자이너 문승지의 ‘포 브러더스’ 컬렉션 의자.

중고 거래, 얼마나 재밌는데요!

요조 가수 @official_yozoh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날 허리에 차는 텀블러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죠.
그것도 단돈 2000원에요. 동네로 제품을 받으러 갔는데,
판매자분이 조금 늦은 것을 사과하시며 그냥 주었어요.
나는 필요하지만 남에게 필요 없는 것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중고 거래.
이것은 가계 경제에도 이득이면서 동시에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하나의 정치 행동이기도 합니다.

황혜선 @loveble.hs

우리 딸이 좋은 물건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다 보니
중고 거래의 고수가 되었습니다.
깨끗하게 사용한 후 되파는 재미도 쏠쏠해요.

노희은 @no.noru

아마 지금껏 한 중고 거래 중 가장 고가일 테지만
원가에 비하면 40% 정도 저렴하게 구한 벽난로 선반.
원래 새 제품을 구입할 예정이었는데 주문 후 제작 제품이라
기간이 오래 걸려서 고민하던 찰나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
비슷한 제품이 올라와 바로 거래했어요.


소비에 신념을 담은 소비자 운동, ‘미닝아웃’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총칭하는 MZ세대는 요즘 최대 화두인 환경 이슈와 맞물려 합리적 가격에 품질 좋은 세컨드 핸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는 물론, 환경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 지난해 연말부터 뜨겁게 불어온 레트로 열풍, 희소성 있는 ‘레어템(레어 아이템을 일컫는 신조어)’을 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 온라인 플랫폼이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건 당연지사. MZ세대는 그들에게 친숙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신개념 아나바다를 실천하고 있다.

스타와 시민이 중고 물품을 통해 만나는 JTBC <유랑마켓>은 중고 거래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방증했다.

일상 공유로 초점을 옮긴 신세대 중고 거래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제활동으로 다시금 불어온 중고 거래 붐은 어느덧 쓰레기 없고 낭비 없는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오늘도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디지털 발품’을 팔고 있는 김가영씨는 중고 시장을 찾는 진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사실 이건 정말 중요한 건데, 단순히 특이한 물건을 구매하는 게 목적은 아니에요. 중고를 이용하면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어요.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 중고 거래를 통해 버려지는 물건이 줄면 서로 필요한 물건만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당근마켓’의 최정윤 마케팅팀장은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에는 중고 거래와 별도로 ‘동네생활’ 게시판이 있어요. 동네 주민이 인근 맛집과 학원을 추천하고, 요리 팁과 육아 이야기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등 유익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라며 중고 거래가 일상 공유의 플랫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무가치 소비보다 가치 나눔을 택한 이들은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던 아나바다는 이제 환경을 아끼고, 자원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제한된 도시 공간과 자원을 다시 쓰는 업그레이드된 나눔, 나보다 더 필요한 이웃을 위한 기부, 환경보호 운동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고 거래, 아는게 힘!

육아용품, 땡큐마켓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육아용품 중고 거래는 필수다. 유모차를 비롯해 카시트, 아기 식탁, 아이 놀이용품 등 단기로 사용한 물건들이 처치곤란이기 때문. 땡큐마켓은 ‘판매하기’를 신청하면 땡큐요원이 직접 방문해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를 수락하면 5분 내에 판매 대금을 계좌로 입금한다. 중고 육아용품으로 시작해 최근엔 리퍼브 제품이나 미개봉 새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홈페이지 thankqmarket.co.kr

동네기반, 당근마켓

직장이나 거주지 근처에서 만나 사고파는 중고 직거래앱. GPS 값을 근거로 지역 인증을 받은 사용자끼리 중고거래를 하는 만큼 내가 사는 동네의 매물은 물론, 근거리 동네의 매물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관심 물품이 있으면 게시자와 실시간 채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홈페이지 www.daangn.com


자동차, JAC 홈페이지

서울시는 장안평 지역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산업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중고차 매물정보, 매매업체정보, 부품, 정비, 재제조, 튜닝 등 중고차 거래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이 가득하다. 특히 중고차를 팔고자 할 때 가장 좋은 판매 시기나 가격을 정하는 기준을 안내하고 있어 중고차 거래 시 유용하다.

홈페이지 jac.or.kr


중고 거래,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

1. 오프라인 마켓에 사고자 하는 물품이 있다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유사 제품을 비교해보거나 중고 가격 비교 검색을 통해 시세를 먼저 파악한다.

2. 중고 거래 시에는 대상 제품의 상세한 사진이나 설명을 반드시 확인하자. 화면상에서 보이지 않는 나머지 부분의 사진도 보여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3. 중고 거래의 특성상 반품이 어렵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더라도 ‘반품 불가’를 내세운 온라인 거래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4. 간혹 판매자가 전화나 문자 연락을 피하면서 카카오톡으로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카카오톡이나 SNS 메시지로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는 사기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 대면 중고 거래 시 코로나19 상황을 살피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른 방역 수칙과 마스크 의무 착용 등을 지켜주세요.

임지영 취재 김시웅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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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같이하면 가치 있다! 新개념 아나바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0-09-01
관리번호 D000004974556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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