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트렌드] 응답하라 1990 레트로 타고 뉴트로 즐기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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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1990년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조금 더 특별함이 있다. 음악부터
패션, 라이프스타일까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1990년대를 재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세기말
레트로 감성으로 2019년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만의 안테나로 신호를 전송한다. ‘응답하라 1990!’



레트로 감성으로 15만 구독자 사로잡은 ‘온라인 탑골공원’

“수학여행 가면서 들었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나오는데, 혹시 삐에로 춤 아시는 분?” “서태지가 쓴 태그도 안 뗀 비니, 지금 그대로 쓰고 다니면 웃길까요?” ‘온라인 노인정’이라 불리며 선풍적 인기몰이 중인 유튜브의 ‘SBS K-POP CLASSIC’. H.O.T., 핑클, 젝스키스 등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당시 공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채팅창의 글이 휙휙 넘어간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난 10월 20일 기준으로 17만9000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에 청춘을보낸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신문물’에 눈을 떠 스스로 온라인 ‘탑골노인’이 된 10대와 20대도 눈에 띈다. 1990년대에 10~20대를 보낸 30~40대는 과거를 회상하고,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10~20대는 당시의 패션 스타일에 감탄한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SBS와 KBS가 각각 1990년대에 방영한 가요 순위 프로그램 <인기가요>와 <가요톱10>을 유튜브에 스트리밍하는 채널의 별명이다. 세운상가와 낙원상가 같은 곳에서 1990년대의 LP판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는 성동해 씨도 ‘온라인 탑골공원’의 골수팬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알게 된 후 재미있는 놀이터를 발견한 기분이에요. X세대가 문화의 중심에 있던 1990년대는 우리 대중문화에서 기념비적 시기였죠. 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에 10대를 보내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X세대가 이끈 개성 절정의 문화 황금기, ‘1990’

7080 세대가 포크나 로큰롤, 가난과 격동으로 향수를 자극했다면 X세대로 대표되는 1990년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정치적·경제적 제약 없이 대중문화를 누리기 시작한 때다. 개성과 자유를 강조한 X세대가 이끈 대중문화는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서태지와 아이들(1992년)과 H.O.T.(1996년)의 데뷔와 함께 아이돌 댄스 그룹과 거대 팬덤이 등장했다. 1990년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한 ‘디지로그’ 시대이자,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유선 전화와 공중전화도 활발히 사용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4>, <캠핑클럽>, <리와인드-시간을 달리는 게임>, <수요일은 음악프로> 같은 1990년대 감성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개성과 다양성의 공존에 있다. 1990년대 음악과 패션, 라이프스타일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배경이다. 워크맨과 라디오처럼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1990년대 ‘빈티지’를 수집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 오정석 씨 또한 1990년대 취향을 클래식처럼 하나의 장르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0년대가 향수의 대상이나 반짝 스쳐가는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면 해요. 1990년대는 특별하니까요. 그 어떤 시절과도 차별화되죠.”

뉴트로에 열광하는 10대부터 추억을 찾기 위한 40대까지 가득했던 레트로 게임 장터 풍경.

뉴트로에 열광하는 10대부터 추억을 찾기 위한 40대까지 가득했던 레트로 게임 장터 풍경.

뉴트로에 열광하는 10대부터 추억을 찾기 위한 40대까지 가득했던 레트로 게임 장터 풍경. 수작업으로 재현한 게임 콘솔.

체크 셔츠, 멜빵바지 등 여전히 트렌디한 1990년대 패션

1990년대의 부활과 더불어 박물관에 있어야 할 ‘유물’급 아이템들도 다시금 주목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몇 년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해온 LP판과 카세트테이프다. LP판과 카세트테이프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1990년대를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다. 카세트가 없는데 어떻게 음악을 듣느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코드가 들어 있으니까. 1990년대는 음악에서만 화두가 아니다. 패션계에서는 이미 서너해 전부터 1990년대 열풍이 불었다. 아버지의 정장을 입은 듯한 오버핏 재킷이나 체크 셔츠, 배꼽이 보이는 크롭트 티셔츠, 플리스와 일명 ‘멜빵바지’라 불리는 오버올 데님 등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1990년대에 유행한 레오퍼드 패턴, 와이드 데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패션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이나 청계천, 한강공원 등에서 열리는 ‘서 울밤도깨비야시장’에는 주말마다 1990년대의 진귀한 ‘골동품’을 구하려는 마니아들이 몰린다. 큼지막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물 빠진 청바지, 등에 메는 백팩과 골반에 걸치는 힙색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레트로의 흥행을 두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와 소비문화에 지쳐 나타나는 반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세기말 감성에 레트로 열풍으로 과거에서 가져온 문화적 양상이 더해져 현재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 레트로 마니아들의 이구동성 메시지다.

노들섬에서 열린 XY페스티벌의 ‘구닥동’ 레트로 게임 장터.

노들섬에서 열린 XY페스티벌의 ‘구닥동’ 레트로 게임 장터.

노들섬에서 열린 XY페스티벌의 ‘구닥동’ 레트로 게임 장터.

과거의 향수를 부르는 레트로 게임 카트리지.

레트로를 업그레이드한 뉴트로도 인기

단순한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New-tro)’도 인기다. 복고 열풍은 과거에 머무르는 대신 끊임없는 재해석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레트로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레트로가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을 사로잡고 있다면, 뉴트로는 과거의 문화를 색다르고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10대와 20대에게 스며들고 있다. 홍대, 강남 등 젊은이들의 메카에는 1990년대 드라마와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이나 을지로, 종로의 골목을 재현한 상업 공간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그 시절 아이돌을 좇던 X세대 팬들이 즐겨 마신 음료와 라면이 이름을 바꿔 재출시되는가 하면, 심지어 게임에도 레트로 바람이 불어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 게임이 인기를 누리면서 ‘구닥동’ 같은 레트로 게임 동호회도 생겨나고 있다. 직접 레트로 게임 콘솔을 제작하고 구닥동과 라즈겜동에서 활약 중인 이윤호 씨는 “이제 여유가 생긴 30~40대들이 어린 시절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게임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오락실에서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경향을 통해 요즘 구닥다리 아이템의 유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죠. 그동안 숨겨온 자신들의 취향을 ‘마니아’,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마음껏 드러내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미제너레이션(Meeneration)’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극적이고 새로워야 한다. 이들에게 1990년대는 오히려 새로운 시절이다. 동시에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행복이다. 1990년대가 새롭고 포근한 시절로 남아 있는 한 레트로와 뉴트로 열풍은 일시적 트렌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윤호

처음엔 단순히 나만을 위한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캠핑용은 물론 오락실에서 보던 큰 게임 콘솔을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있는
미니 사이즈로 만드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고, 직접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40대가 된 아빠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게임기를 주문할 때 정말 뿌듯하답니다.
이윤호 레트로 게임기 제작업체 ‘독수공방’ 운영

한태용·안예지

어린 시절 부모님께 핀잔을 들으며 즐기던 ‘게임’이라는 테마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가 되어서 즐겁습니다. 취향이 확실한 이들이 모여 있는 ‘구닥동’이 주최하는 레트로 게임 장터에 와서 마음에 쏙 드는 구형 방송 모니터를 구매했습니다.
게임을 연결해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거나 멋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한태용·안예지 레트로 게임 장터 방문객




레트로 감성 일깨우는 서울시 공간 셋!

서울생활사박물관

01. 서울생활사박물관
손때 묻은 살림살이 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 시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 프로그램 <수집가의 방> 시민의 소장품으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시민 참여 전시. 우리 이웃이 소중히 간직해온 소장품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추억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행사다. 11월 30일까지, 기획전시실(4층).
주소 노원구 동일로174길 27
문의 02-3399-2900, museum.seoul.kr/sulm/index.do

서울기록원

02. 서울기록원
기록물 보존과 복원은 물론 전시 및 강연,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록물 전시, 사진, 영상을 통해 1990년대를 다각도로 만날 수 있다.
주소 은평구 통일로62길 7
문의 02-350-5600, archives.seoul.go.kr

서울기록원

03. 돈의문박물관마을
어릴 적 보았음 직한 건물과 거리들이 실감 나게 재현되어 있다.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 가파른 언덕 등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공간들이 우리를 순식간에 1990년대로 데려다준다. 프로그램 <어서 와~ 이런 통신 기기는 처음이지?> 시민 수집가가 오랜 기간 모아온 소장품 중 삐삐, 휴대전화와 부속품, 모형 폰 등을 엄선해 선보인다. 과거 ‘8282’를 누르던 옛 추억을 남녀노소 모두 함께 소환해보자. 12월 31일까지, 시민갤러리.
주소 종로구 신문로2가 7-24
문의 02-739-6994, dmvillage.info

진짜 1990년대 ‘복고’를 만날 수 있는 보물 창고

황학동 벼룩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1990년대 살림살이를 볼 수 있다면 그 옆의 동묘 구제시장에서는 1990년대 패션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중구 황학동 일대

세운상가

세운상가
라디오, 카세트 녹음기, TV부터 가정용 오락실 게임기까지 지금은 자취를 감춘 진귀한 제품과 주옥같은 1990년대 팝송, 가요 LP판을 볼 수있는 상점도 있다.
주소 종로구 청계천로 159

임지영 사진 장성용 일러스트 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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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응답하라 1990 레트로 타고 뉴트로 즐기는 서울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38541838 등록일 2019-11-06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9-11-01
라이선스 CC BY-NC-ND